[기획] 기업·하나은행 처벌 강해지나…사모펀드 피해자들 연대집회 강경 대응

[ 더리브스 ] / 기사승인 : 2022-01-21 12:38:16 기사원문
  • -
  • +
  • 인쇄

전국사모펀드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와 기업은행, 하나은행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20일 기업은행과 하나은행 본사 앞에서 규탄시위를 열었다. [사진=전국사모펀드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제공]  
전국사모펀드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와 기업은행, 하나은행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20일 기업은행과 하나은행 본사 앞에서 규탄시위를 열었다. [사진=전국사모펀드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제공]




부실 사모펀드 판매 사태 관련 기업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수위가 한층 올라갈지 주목된다.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펀드 판매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지난해 경징계 처분이 내려졌으나 금융위원회 최종 의결에서 제재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절차가 중단됐던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오는 27일 다시 열릴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기존에 통보받은 중징계인 기관경고가 확정되거나 수위가 변경될지 관심이 쏠린다.





안건소위 재상정 논의 중…기업은행 중징계 가능성도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디스커버리펀드 안건은 금융위원회 안건소위원회에서 재상정이 논의되고 있다.



먼저는 기업은행 제재와 관련 설명의무 위반이 논의된 뒤 지배구조법 위반이 심의될 예정이며, 디스커버리자산운용에 대해서는 위험관리기준 마련 의무 위반 여부가 논의돼 내달 초 안건이 재상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2월 제재심을 통해 기업은행이 펀드 판매 관련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며 일부 업무 정지 1개월과 최고경영자(CEO) 경고 처분 등을 의결했다. 기업은행이 2017~2019년 사이 총 6792억원 가량 판매한 디스커버리펀드가 환매 중단된 책임을 물어서다. 현재 미상환 잔액은 761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당시 기업은행 김도진 전 행장에게는 최종적으로 ‘주의적 경고’가 결정됐는데, 이는 그해 1월 중징계인 문책 경고에서 한 단계로 수위가 낮아진 처분이다. 기업은행이 피해자 구제 노력을 요구한 데다 2020년 5월 개별 투자 원금의 50% 가량을 선지급한 점이 반영된 결과다.



금감원의 제재심이 확정된 이후 해당 안은 지난해 3월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에 회부됐다. 최종 의결을 위한 정례회의 안건에 올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례회의 사전 절차로서 심의 계획과 내용 등을 비공개로 진행해온 안건소위에 대해 비판이 일자,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회의록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안건소위가 회의록을 공개하며 밀실 회의에서 벗어나게 되면, 기업은행에 대한 경징계가 중징계로 바뀔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지적해온 로비 개연성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5일 ‘금융위원회운영규칙 일부개정고시안’을 예고했다. 이 개정안에는 금융위 소위원회 의사록을 상세하게 작성해 금융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나은행, 27일 제재심 속개…경영진 제재 포함 여부 ‘변수’





하나은행의 경우 오는 27일 제재심이 속개된다. 지난해 두 차례 심의에도 결론이 나지 않자 제재를 확정 짓기 위해서다.



금감원은 앞서 하나은행이 판매했다가 환매중단된 라임 펀드(871억원)와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1100억원), 독일해리티지DLS(510억원), 디스커버리펀드(240억원) 등 9개 사모펀드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하나은행에 중징계인 ‘기관경고’를 사전 통보한 바 있다.



그렇다면 제재가 이대로 확정돼도 중징계가 내려진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핵심 경영진에 대한 제재가 제외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재판 등으로 인해 제재 결정까지는 시간이 장기화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경영진 제재까지 더해지면 징계가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번 제재심 시작 전부터 사모펀드 집중 판매 기간 재임했던 하나금융지주 함영주 부회장이 제재 대상에서 빠졌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들은 꾸준히 비판을 제기 중이다. 함 부회장은 2020년 3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F) 판매에 대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으로 문책 경고를 받게 됐다. 이에 동일한 위반행위로 이미 제재를 받았다는 이유에서 나머지 굵직한 펀드들에 대한 책임을 면제받고 있는 셈인데, 그는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과 마찬가지로 이마저도 제재를 취소해달라는 소를 제기해 내달 중순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지성규 부회장 역시 2019년 3월 행장직 재임 기간에 사모펀드가 판매됐고 연쇄 사모펀드 사태가 일어나면서 사고 책임 등을 이유로 문책경고를 통보받았다. 다만 그 역시 손 회장의 중징계 취소 소송에 대한 금감원의 항소로 법정 공방이 진행 중인 만큼 제재 결정이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초부터 기업·하나은행 피해자들 연대집회 나서






전국사모펀드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와 기업은행, 하나은행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20일 기업은행과 하나은행 본사 앞에서 규탄시위를 열었다. [사진=전국사모펀드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제공]  
전국사모펀드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와 기업은행, 하나은행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20일 기업은행과 하나은행 본사 앞에서 규탄시위를 열었다. [사진=전국사모펀드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제공]




금융당국이 관련 은행들을 상대로 제재에 나서고는 있지만, 은행 자체로만 봤을 때는 큰 타격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은행들은 지난해 금리 인상과 가계대출 급증으로 실적 호황을 누리고 있고 예·적금 금리도 오르자 자금이 더욱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2019년 이후 벌어진 연쇄 사모펀드 사태로 은행 고객들은 퇴직금이나 사업자금, 주택자금, 결혼자금 등으로 모아둔 돈을 한순간에 날리면서 피해자 신분이 됐다. 사태가 발생한 지 년수로는 벌써 4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원금조차 100%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은행 측의 진정 어린 사과와 배상,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전국사모펀드사기피해공대위와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 하나은행 이탈리아헬스케어 피해자들은 지난 20일 각 은행 본사 앞에서 연대집회를 개최했다. 특히 이날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들은 펀드 출시 및 환매 중단 사태 전후에 대한 상황극을 통해 피해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기업은행은 물론 금융당국의 문제를 지적했다. 피해자들은 “기업은행은 상품의 안전성을 처음부터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고 실사도 생략했으며 판매과정에서도 고객들에게 선택의 기회와 중요 정보의 제공을 생략하고 역선택만을 유인했다”며 “금감원은 제때에 규제와 감독을 하지 않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사기꾼들의 자산운용사 난립을 용인하고 감독하지 못한 가해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금감원은 기업은행에 편파적이고 유리하게 결정하고 윤 행장은 투자자의 자기책임을 초과해서 보상하면 자본시장법상 손실보상 금지에 해당되며 이는 업무상 배임죄가 구성돼 줄 수 없다는 얘기로 피해자를 우롱하고 있다”며 “(배상은) 법의 문제가 아닌 의지의 문제라고 보기 때문에 100% 배상이 아니면 어떤 제안이나 기준도 수긍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업1부 PB센터 측이 하나은행 피해자들의 질의서를 투자상품서비스(IPS)부 측에 대신 전달해주기로 하고 건낸 쪽지.  [사진=하나은행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피해자연대 제공] 
영업1부 PB센터 측이 하나은행 피해자들의 질의서를 투자상품서비스(IPS)부 측에 대신 전달해주기로 하고 건낸 쪽지. [사진=하나은행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피해자연대 제공]




하나은행 피해자들은 앞서 검찰 결과 미발표와 함 부회장의 제재심 제외 관련 등으로 사측에 면담을 요청했다. 이에 지난달 말 1차 면담이 성사돼 관련 논의 및 원금 100% 반환 등에 대한 답변을 기대했으나 이후 면담이 거부되면서 사측과 강경하게 대치 중인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지난 13일 사측에 질의서 제출을 위해 본사에 방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20일 공대위 및 기업은행 피해자들과 연대해 다시금 방문하고 집회 시위를 열었다. 이번 역시 피해자들은 질의서를 제출하려 했으나, 밖에서 본사 로비조차 들어가지 못하도록 출입을 통제하는 직원들과의 대치 끝에 영업 부서를 통해 비공식적으로 질의서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피해자연대 양수광 대표는 더리브스와의 통화에서 “지난번에 보니 본사 영업부 고객이 아니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그나마 담당 PB가 있는 피해자분이 오셔서 영업1부 PB센터 직원이 대신 질의서를 투자상품부에 전달해 일주일 내 답변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 글자크기
  • +
  • -
  • 인쇄

포토 뉴스야

랭킹 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