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괜찮아" 와 "안 할래?"... 노장들의 엇갈린 희비

[ MHN스포츠 ] / 기사승인 : 2022-01-19 12:30:0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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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경기를 지켜보는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좌)-페퍼저축은행 김형실 감독ⓒ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사진= 경기를 지켜보는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좌)-페퍼저축은행 김형실 감독ⓒ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물벼락을 맞은 승장은 보답으로 "3일 휴가" 를 외쳤다.



반면, '3일' 만에 연승의 꿈이 깨진 패장은 답답함으로 고개를 숙였다.



지난 18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2 V-리그' 여자부경기 4라운드에서 페퍼저축은행이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3-0(25-18, 25-22, 25-21) 셧아웃 승을 거뒀다.



홈 구장에서 이룬 감격의 첫 승이고, 시즌 첫 셧아웃 승리다. 2승 상대는 공교롭게도 지난 해 11월에도 1승을 가져다 준 기업은행이었다. 17연패의 긴 사슬에서 풀려난 페퍼저축은행은 드디어 허리를 펴며 환호했다.



이 날 인터뷰존에서 박경현에게 축하 물벼락을 끼얹기 위해 기다리던 김형실 감독은 되려 본인이 물벼락에 맞는 모습을 보이며 웃음을 선사했다.



팀 승리에 가장 많은 점수를 쌓은 선수는 단연 컨디션 난조를 딛고 굳세게 일어난 주포 엘리자벳이었다. 엘리자벳은 이 날 23득점을 쏘아올리며 17연패 탈출에 큰 공을 세웠다. 그러나 절치부심한 국내선수들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어려운 일이다. 박경현이 11득점, 주장 이한비가 8득점, 최가은이 7득점으로 '공든 탑' 을 쌓았다.




사진= 승리하고 환호하는 페퍼저축은행, KOVO
사진= 승리하고 환호하는 페퍼저축은행, KOVO




또한, 리베로 김세인의 온 몸을 던진 '독기 디그' 가 빛을 발휘했다. 김세인은 이 날 디그 13개를 성공시키며 기업은행이 이 악물고 던진 공격을 완전히 차단했다.



이 날 선수들 외에도 주목받은 존재는 또 있었다. 서로 '호형호제' 하는 한양대 선후배 관계인 페퍼저축은행 김형실 감독(70)과 기업은행 김호철 감독(66)이다. 두 사람의 반대되는 모습은 팀의 명암에 흥미로운 서사를 실었다.



경기에 앞서 김호철 감독은 상대적으로 여유를 보였다. 기업은행은 지난 15일, 흥국생명을 상대로 상승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8연패를 끊어냈다.



당시 표승주가 28득점, 산타나가 23득점으로 크게 분발했기에 한껏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이 날 경기에도 산타나의 선발과 풀세트 출전을 알렸다.



반면, 김형실 감독은 경기에 앞서 후배인 김호철 감독에게 "살살해" 라고 농담을 던졌다. 또한 "경기력만 봤을 때는 표승주, 김수지, 김희진이 있는 기업은행을 상대하긴 버겁다" 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단 이 날도 목표는 '한 세트만 따오기' 였다.



그런데 선수들이 덜컥 '사고' 를 쳤다.




사진= 승리 후 엘리자벳과 하이파이브하는 페퍼저축은행 김형실 감독, KOVO
사진= 승리 후 엘리자벳과 하이파이브하는 페퍼저축은행 김형실 감독, KOVO





사진= 경기 중 작전타임을 갖는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과 선수들, KOVO 
사진= 경기 중 작전타임을 갖는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과 선수들, KOVO




두 노장의 결정적인 차이는 선수들을 다루는 방식이었다.



덕장 김형실 감독은 오래도록 이어진 연패에도 무서운 '레이저' 눈빛을 보인 적이 없다. '할바리니(할아버지+라바리니)' 로 불리는 70세의 그는 걸음마하는 아기를 키우듯 평균 나이 20세의 선수들을 키우고 있다.



실패하고 넘어져도 "괜찮아" 가 뒤따랐으며, "부담말고 편하게", "욕심내지마라", "한 세트만 따와라" 를 시즌 내내 입버릇처럼 밀었다.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호장 김호철 감독은 초반 다정한 '아빠 리더십' 을 천명했지만 패배 위기 앞에서는 엄격한 얼굴을 숨기지 못했다. 특히, 지난번 연패 탈출 뒤 감격의 눈물을 흘렸던 주전 세터 김하경은 이 날 질책의 중심에 섰다. 산타나도 겨우 3득점에 그치며 다시 부진에 빠졌다.



김 감독은 체력이 떨어진 선수들이 경기 내내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자 답답한 심정을 숨기지 못했다. 급기야 작전타임에 "(시합) 안 할래? 아예 서브리시브 하지 말고 25점을 다 먹던지(내주던지)" 라며 강하게 지시하는 모습이 보였다.



경기 후에는 "내가 조절을 잘못했다" 는 자책이 뒤따랐다. 당분간 달콤한 당근보다 강도높은 채찍질이 이어질 듯하다.




사진= 페퍼저축은행 김형실 감독(좌)에게 축하 악수를 건네는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 KOVO
사진= 페퍼저축은행 김형실 감독(좌)에게 축하 악수를 건네는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 KOVO




두 노장은 앞으로도 각자의 방식으로 선수들을 채찍질하고, 때로는 손을 잡아끌며 다음 1승을 준비할 것이다. 다음에 웃는 팀은 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두 팀은 오는 2월 6일, 기업은행의 홈구장인 화성 종합경기장에서 재대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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