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지주사 딜레마? 탈지역화에 바쁜 DGB금융지주

[ 대구일보 ] / 기사승인 : 2021-09-29 20:00:0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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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에 위치한 DGB금융지주


대구은행을 모태로 한 DGB금융그룹이 탈지역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방은행금융지주사로 대구·경북 내 영업 확장 한계와 전국구 금융지주사로 성장동력을 수도권 영업 확장에서 찾아야 하는 요인이 복합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DGB금융그룹의 탈지역화는 계열사 명칭 변경에서 뚜렷하다. 계열사 간 정체성 통일과 소속감을 위해 공통적으로 붙여온 영문 이니셜 'DGB’를 덜어내고 있는 것.

지난 4월 DGB금융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벤처투자캐피탈사인 수림창업투자의 경우 이달 초 ‘하이투자파트너스’로 사명을 바꿨다. 계열사 중 하나인 하이투자증권과 연계성을 부각한 것이다.

하이투자파트너스의 경우 DGB금융그룹으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대구시로부터 본사 이전을 요청받기도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올해 초 DGB금융지주에서 대구시를 방문해 벤처투자캐피탈 업체 인수 계획을 알렸다”며 “지역 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벤처투자 수요가 많아 DGB금융지주로 편입되면 (벤처캐피탈) 본사를 대구로 옮겨오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으나 (본사 이전은)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이에 앞선 지난 8월에는 DGB자산운용이 아예 'DGB'를 빼고 ‘하이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자산운용 역시 하이투자증권과 영업 시너지가 클 것으로 본 전략적 선택이란 게 관계자 설명이다.

DGB가 ‘디지털 글로벌 뱅크(Digital Global Bank)’의 의미를 담고 있으나, 출범 당시 사용한 ‘Daegu Bank’ 혹은 ‘Daegu Gyeongbuk Bank’로 지방의 상징성이 부각된 이유로 보인다.

DGB금융그룹의 탈지역화는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 취임 후 수도권 영업 확장과 글로벌화로 본격 시작됐다. 영문 이니셜 의미도 대구·경북 대신 디지털 글로벌 뱅크로 재정립한 것도 그 후다.

금융지주 계열사에 붙는 영문 이니셜은 계열사 소속감 등을 통일하는 과정으로 또 다른 지방금융지주인 JB금융지주나 BNK금융지주도 계열사 사명에 JB 혹은 BNK를 붙여 정체성과 소속감을 부여하고 있다.

탈지역화는 수도권 영업 강화에서도 드러난다.

김태오 회장은 지난 6월 서울 DGB금융센터에 대구은행과 하이투자증권 복합점포 개소 당시 “대구·경북에 국한되지 않고 수도권 영업 확장으로 시중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수도권 영업을 담당하는 PRM센터 역시 2019년 2명에서 시작해 올해 50여 명으로 인력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총자산 1조 원, 올해 2월에는 기업대출 1조 원을 돌파하는 등 수도권 영업 확대에 속도가 붙은 상황이다.

대구은행 역시 임성훈 행장 취임 후에도 은행 차원에서 경기도 프로젝트를 통해 수도권 공략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금융지주사들이 생존을 위해 기반인 지역을 벗어나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DGB를 덜어내고 영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명을 대표 얼굴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방금융지주사라는 설립취지와 아이덴티티를 훼손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했다.

부산은행을 주요 자회사로 둔 BNK금융그룹 자회사에 그룹 정체성을 통일하는 차원에서 BNK가 모두 붙여져 있다.


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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