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교육

[ 대구일보 ] / 기사승인 : 2021-04-28 14:34:11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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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현

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

아는 학부모가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고집하는 고2 학생을 데리고 왔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 넌지시 물었다. “가장 좋아하는 일이 뭔가?” “누워서 휴대폰 보는 겁니다.” 너무 직설적인 답변에 순간 놀랐다. “네 생각을 솔직하게 말해 줘서 정말 고맙다”라고 답하면서 상담자인 내가 오히려 당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밖에 좋아하는 것이 있는지 물었다. “그날그날 마음 끌리는 대로 합니다.” 학교에 가기 싫은 이유를 물었다. “귀찮아서요.” 아주 태연하게 답했다. 코로나19 이후 최상위권과 최하위권이 늘어나고 중위권이 급속하게 줄고 있다는 여러 보고서와 설문조사 내용을 떠올리며 나는 막막한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것 같았다.

학생과 상담하고 한 달쯤 지났다. 최근(4월19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 초(4~6학년)·중·고생 8천62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아동인권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단지 “귀찮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학업을 중단하고 싶다는 초·중·고등학생 비율이 30%에 이른다는 내용을 보고 다시 놀랐다. 코로나19로 인한 불규칙한 등교 수업 때문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학업 성적과 경제적 수준이 낮을수록 학업 중단을 생각했다는 응답률이 높았고, 이들의 무기력증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학생을 데려온 어머니는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고 아버지는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분이다. 가정 형편이 좋은 집 아이도 이런 생각을 하니,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지금 어떤 상황에 부닥쳐 있을지는 쉽게 짐작이 간다.

학생이 학교에 가기 싫은 여러 가지 이유를 종이에 적게 했고, 우리는 진지하게 하나씩 검토하며 질의응답을 계속했다. “학교에 친한 친구가 있는가?” “있어요.” “자네가 자퇴한 후에도 친구와 잘 지낼 것 같은가?” “그렇겠지요.” “그렇지 않아, 친구 엄마가 자네를 못 만나게 할 가능성이 크네. 자네한테 영향받아 자기 아이도 학교를 그만둘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지.” 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학교를 그만두면 엄마 아빠가 행복할 것 같은가?” “아닐 것 같아요.” “자네가 종일 집에 있다면 엄마는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할 수도 있어. ‘남자와 학교 다니는 아이는 해 뜨면 나가고 해가 지면 들어와야 한다’라는 말이 있지.” 학생은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물고기가 물속에 있을 때는 물의 소중함을 몰라, 교복을 입고 있을 때는 벗고 싶지만, 교복을 입을 수 없어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닌다면 교복이 간절히 그리울 수도 있어. 소속감이 없으면 어른도 견디기 어렵단다.” 이런 식의 대화가 한 시간쯤 진행되자. 학생은 “학교에 계속 다니겠습니다”라고 했다. 나는 학생에게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책이 좋다고 말했다. 책이 주는 감동은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한 개인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책을 읽으면 행복하고, 가슴이 벅차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꿈을 꿀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책은 각박하고, 무료하고, 권태로운 현실에서 도피처와 안식처를 제공해 주며. 책을 읽는 사람은 책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받고 더 강해져서 삶의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책이 휴대폰과 다른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1995년 이후 출생한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까지의 Z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라이프스타일로 기성세대와 기업들을 놀라게 하곤 한다. 갑자기 뜬 챌린지에 너도나도 몰려들고, 특이한 것에 반응하며 색다름을 즐기는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흥미를 잃고 다른 재미로 갈아탄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유행도 금세 식어버린다. 이런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비슷하다.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1’은 이처럼 롤러코스터를 타듯 반짝하고 지나가는 짧은 유행을 따라 우르르 몰려다니며 자신의 삶을 즐기는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롤러코스터 라이프’라고 부르며, 이들을 ‘롤코족’으로 명명한다고 했다. 교육이 세대별 성향과 소비 트렌트를 이해하고 참고해야겠지만, 스마트 폰을 손에 들고 더 자극적이고, 색다른 콘텐츠를 찾아 헤매는 젊은이들의 즉흥적인 사고방식과 현실 도피에 영합해서도 안 된다. 국가 미래 경쟁력을 위해 교육 당국은 학업에 흥미를 잃고 무기력에 빠진 학생들을 구제할 지원 대책과 지도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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