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보궐선거, 패자들의 치졸한 자기 최면

[ 대구일보 ] / 기사승인 : 2021-04-15 10:26:42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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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욱
김시욱

에녹 원장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 뻗는다는 말이 있다. 결과에 대한 예측과 그 가능성을 미리 살피고 일을 처리하란 말이다. 사람사이의 일에서 이 말은 더없이 큰 의미를 가지게 된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전제될 때 내 행위의 부당성마저도 용납되리라 기대하기에 그러하다. 내 편에서 이해하고 지지할 사람이기에 작은 허물로 감싸 주리란 기대는 더 큰 허황된 결과마저 기대하게 된다. 어쩌면 팔베개 해주며 연신 토닥거려 주겠거니 하는 위로일지도 모른다.

4·7보궐선거가 끝이 났다. 국민의힘의 압승이었다. 서울과 부산시장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 선거에서도 국민의 힘이 낸 후보자들이 당선됐다. 절대 지지기반인 ‘대깨문’을 비롯해 친여 성향의 국민들의 결집이 전세를 역전시킬 것이라던 여권 지도부의 판단은 오판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시작된 보궐 선거임에도 여권이 믿었던 것은 ‘누울 자리’가 있으리란 기대였다. 강성 지지의 ‘문빠’를 자처하는 ‘대깨문’과 친여 성향 언론인들의 지원 방송은 그들의 ‘막연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여론 발표 금지기간 동안, 한 자릿수 격차니 역전이니 하는 민주당 지도부의 자체분석 발표는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180석의 거대 여당을 만들어 준 민심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는 믿음과 자신들의 행위를 단순한 작은 허물로만 인식했음이 분명하다. 성추행 문제만이 아니라 수많은 허물들과 부당함, 불공정이 드러났음에도 국민은 내 편이라 믿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자신들의 부끄러움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위로의 대상이라 믿은 문제 인식의 오류는 ‘거짓말’이라는 프레임 속에 스스로 갇히는 오만함이 됐다. LH사태에 대한 전 국민적 분노와 박탈감이 팽배함에도 상대 후보를 ‘거짓말’ 프레임으로 덮으려던 안간힘은 차라리 안타까움이었다. ‘촛불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 달라’던 여권 후보의 호소는 스스로 대다수 국민을 부정한 친문 프레임에 갇힌 꼴이었다.

시작부터가 잘못된 판단이었다. 누울 자리가 아니었음에도 다리를 내어 달라는 형식이었다. 시장자리를 수개월 공석으로 만든 원죄의 여당이 후안무치의 행보를 보인 이번 보궐선거는 차기 집권마저 보장받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선거기간 내내 야당인 국민의힘의 태생적 근원을 공격하며 자신들의 정직함과 공정을 우월함의 무기로 삼았던 민주당의 허세는 과연 무엇인가. 조국 전 장관의 가족 문제를 기점으로 윤미향 의원의 위안부 문제, 손혜원 의원의 목포 투기의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가족 문제까지 수없이 많은 불공정과 특혜 의혹이 불거져 나왔음에도 자신들은 ‘선’이고 국민의힘은 ‘악’의 축으로 규정한 근거는 무엇일까.

‘촛불혁명’으로 세워진 정권이라는 자위적 정당성이 이들에게 오만함을 준 것이 아닐까 싶다. 선거 패배 후 위에서 나열한 사람들이 SNS를 통해 공통적으로 내비치는 속마음을 보노라면 그것은 더욱 확실해 보인다. 자신들의 잘못된 정책과 불공정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나 반성은 보이지 않는다. 오직 자신보다 못한 국민의 힘에 패배한 것이 못내 아쉬워하는 모습이 전부인 것 같다. 이러한 모습 또한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최근 친여 성향 사이트 댓글들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강성 지지 세력인 ‘문빠’들의 선거 결과에 대한 분석이 참으로 이채롭다. 지난 총선에서 180석의 거대 여당을 만들어 줬음에도 검찰개혁, 언론개혁을 이루지 못한 민주당에 대한 분노가 투표 포기와 야권으로 전환됐다는 입장이 그것이다. 또 하나는 야권 지지 언론과 유튜버들의 여론 조작으로 선거가 왜곡됐으며 무능한 국민들이 그들에게 현혹됐다는 입장이다. 이런 관점은 친여 방송 매체에서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최근 여권의 김해영 전 의원은 ‘조국, 추미애, 부동산, LH사태’가 선거 패배의 원인이라고 소신 발언했다가 TBS 뉴스공장 김어준의 인신 공격성 저격을 받았다. 또한 2030세대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조국 사태와 윤석열, 추미애 갈등, 성추행에 따른 보궐 선거와 당헌을 고치고 후보자를 낸 것에 대한 사과 기자회견을 하자마자 강성 지지자들의 메일 폭탄과 SNS를 통한 공격은 그칠 줄 몰랐다. 선거 결과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분석 그리고 반성은 이미 그들에게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절대선이라는 자기 최면’은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할 뿐 자기 부정은 용납되지 않는 것이다.

지난 12일 발표된 재야인사들의 민주당 및 문재인 정권에 대한 인적 쇄신 요구는 여권과 그 강성 지지 세력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국정 농단 사태 당시 촛불집회를 주도했던 종교계와 시민단체 인사들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촛불혁명’의 열매를 자신들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민주당과 그 지지 세력에 대한 경고인지도 모른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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