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권수연 기자)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이 저조한 관중 수로 진땀을 빼고 있다.

여러가지 악조건이 겹친 탓인데 이 중 큰 원인으로 마케팅과 더불어 애매한 시간대가 지적됐다.

1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메르세데스 벤츠 스타디움에서 첼시(잉글랜드)와 로스앤젤레스 FC(미국)의 클럽 월드컵 D조 조별리그 1차전이 열렸다.

첼시는 이 날 LA를 2-0으로 꺾었지만 다소 심심한 경기를 치렀다. 경기 내용이 아니라 관중 문제였다. 양 팀이 경기를 치른 메르세데스 벤츠 스타디움은 최대 7만 1,000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이다. 그러나 이 날 경기를 찾은 관중은 2만 1,137명에 그쳤다. 3분의 1도 채우지 못한 것이다.

당초 FIFA는 약 2만 6,000명을 예상했지만 이보다도 4,000명 가까이 적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이를 조명한 현지 언론인인 더그 로버슨 기자는 영국 매체 'BBC'를 통해 "이건 사람들이 축구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월요일 오후 3시인게 문제"라고 집었다.

그러면서 "(시간대를 고려하면) 오히려 이렇게 많은 관중이 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이건 미국사람들에게는 사실 별 의미가 없는 대회다. 신설됐기 때문이다. 잘 모르는 대회에 돈을 내고 오는 것은 큰 매력이 없다고 여기는 것 같다. 이듬해에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는데 사람들이 굳이 오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의 수석 축구 특파원인 조나단 태넌월드는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았다.

흥행 적신호의 원인을 FIFA의 마케팅 실패에서 찾은 조나단은 "여기 오면 마케팅을 많이 해야 한다. 사람들이 그냥 오길 기다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는 제대로 된 지역조직위가 없다. FIFA가 모든 것을 내부적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어쨌거나 빈 좌석이 5만개에 달하는 것은 FIFA 측에는 썩 좋은 소식은 아니다. 각 팀 선수단에게도 마찬가지다.

첼시를 이끄는 엔조 마레스카 감독은 "경기장 분위기가 이상했다"며 "경기장이 거의 비어있었다. 우리는 물론 프로고 상황과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경기장이 꽉 찼을 때나 그렇지 않을때나 적응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첼시는 2년 전에도 해당 경기장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친선전을 치렀고, 당시에는 7만석이 모두 매진될 정도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또한 매체에 따르면 값비싼 티켓값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혔다. 최소 10만원에서 비싸게는 30만원 가까이 되는 금액을 내고 표를 구해야 했다. 이후 표가 팔리지 않자 온라인을 통해 약 5만원 가까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빈 자리를 면치 못했다.

반면 인터 마이애미(미국)와 알 아흘리(이집트)와의 개막전에는 6만927명 가량의 관중이 들어찬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 생제르맹(PSG)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와 경기에는 8만명에 가까운 관중이 들어찼다.

한 팬은 텅 빈 첼시와 LA의 관중석을 보고 "첼시는 팬보다 선수단이 더 많은 경기를 치렀다"며 웃지 못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한편 이번 대회는 처음으로 32개 팀 체제로 열리는 클럽 월드컵으로, 총 상금 규모는 10억 달러(한화 약 1조 3,678억 원)에 달한다.

사진=게티이미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