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은 지난 5일 '고개 너머, 안녕을 묻다 – 문경새재 미행' 편을 통해 새도 넘기 힘들다던 문경새재 길에 기대어 살아온 사람들의 애환과 그들의 밥상을 조명했다.
과거 영남과 한양을 잇는 주요 길목이자 '경사로운 소식을 듣는다'는 문경의 이름처럼 꿈을 품고 고개를 넘었던 이들의 이야기가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방송은 먼저 문경새재 초입의 하초리 마을을 찾았다. 사과 농사로 풍요로워진 지금과는 달리, 과거에는 소나무 껍질인 송기로 허기를 채우고 산나물에 의지했던 척박한 '보릿고개' 시절을 넘겼던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이들은 들에서 캔 나물로 만든 나물장떡과 쌀 대신 보리쌀과 김치를 넣어 끓인 갱시기를 통해 고단했던 삶을 되짚었다.
다듬이질 소리에 맞춰 부르던 아리랑처럼,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먹었던 하푸실마을 사람들의 소박한 밥상이 안방에 전해졌다.
사라지고 변했지만 추억이 남은 문경 불정역 이야기도 펼쳐졌다. 40여 년간 운행되었던 불정역은 한때 탄광 산업으로 북적였으나, 폐광 후 낡은 역사와 철길만 남았다.
1960년대 역장의 아들로 이곳에서 유년기를 보낸 최상균 씨는 방치되었던 불정역을 문화 공간으로 꾸며 18년째 지키고 있다. 과거의 번성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인부들이 즐겨 먹었던 돼지 앞다리 살을 넣은 족살찌개를 끓여 먹는 그의 모습에서 불정역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문경새재를 넘어 충북 괴산군 연풍면의 수옥정 마을 이야기 또한 감동을 선사했다. 70년대 화전민 마을이었던 동화원에서 이주해온 조창호 씨와 그의 어머니 김사옥 어르신은 산밭을 일구며 수수와 강냉이 농사를 짓던 고된 삶을 회상했다.
김사옥 어르신은 어린 시절 동화원 마을에서 배웠다는 '수수무살미'(수수떡)와 강냉이 가루로 만든 올챙이묵을 소개하며 아이들이 무병장수하길 바랐던 마음을 전했다. 고된 삶 속에서도 서로를 위로하고 더불어 살아온 수옥정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한국인의 밥상'은 문경새재를 중심으로 척박한 환경에서도 굳건하게 삶을 이어온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그들의 지혜가 담긴 소박한 밥상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위로를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