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방송되는 KBS '동네한바퀴' 제340화에서는 서울 종로구와 중구를 찾는다.
▶ 이스라엘 최초 가야금 연주자 ‘나베 클릴 하후레쉬’
서울 혜화동의 한 한옥에서 낯익은 가야금 선율이 흘러나온다. 연주를 들려주는 주인공은 이스라엘 출신의 나베 클릴 하후레쉬(27) 씨다. 이스라엘에서 음악학을 전공한 그는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 문화를 접했고, 이를 계기로 국악의 세계에 깊은 매력을 느끼게 됐다. 사물놀이와 풍물놀이의 차이점에 대해 논문을 쓸 정도로 한국 전통음악에 대한 학문적 관심도 깊다. 가야금은 7년 전, 독학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배움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7년 동안 매년 한국을 찾아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반년씩 머물며 가야금을 배우는 중이다. 그 열정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하나의 인생 여정이 되었다. “국악을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다”는 나베 씨의 말처럼, 그의 가야금 연주는 국적과 언어를 넘어 서로 다른 문화가 음악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서울의 시간과 공간을 잇는 관문, 흥인지문
보물 제1호 흥인지문(동대문)은 조선의 수도 한양을 동쪽에서 지켜온 관문으로, 단순한 문화재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시간의 통로’이자 ‘공간의 기억’이다. 최근 한류의 바람을 타고, 낙산공원에서 흥인지문으로 이어지는 성곽길은 세계 여행자들이 ‘서울의 깊은 얼굴’을 만나는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서울이 단순한 현대 도시가 아니라 ‘기억의 도시’임을 일깨우는 흥인지문을 마주한다.
▶ 어머니의 맛, 사 남매의 삶이 되다. 풍물시장 동태탕
풍물시장 골목 한켠, 변변한 간판 하나 없이 늘 손님들을 줄 세우는 동태탕집이 있다. 35년 동안 한결같은 맛으로 골목의 세월을 함께해온 집이다. 이 식당의 시작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레슬링 선수였던 남편이 병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여옥(80) 씨는 생계를 위해 식당 문을 열었다. 덕분에 네 남매를 건사했다. 이제는 네 남매가 그 손맛을 이어가고 있다. 두 딸은 주방을 지키고, 두 아들은 손님을 맞이한다. 가족이 함께 일하며 만들어내는 정직한 맛은 어머니의 세월과 함께 이 골목의 진풍경이 되었다. 어머니가 삶을 건너오며 남긴 손맛은 이제 네 남매가 나란히 이어가는 저마다의 삶이 되었다. 동태탕 한 그릇에 가족의 사랑과 시간을 만난다.
▶ 왕실의 품격을 금빛에 새긴 ‘금손가문’ 170년 전통을 잇는 금박장 가족
서울 북촌 한옥마을, 왕실의 예복과 전통 문양에 금빛을 입히던 ‘금박’의 맥을이어가는 장인이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19호 금박장 김기호(52) 씨다. 김기호 금박장은 산업기계 분야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사라져가던 가업을 잇기 위해 전통 금박의 길로 돌아왔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 유일의 금박장 기능보유자로, 왕실 복식과 전통 공예 복원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그의 아내 박수영(52) 씨는 금박장 이수자로, 글로벌 브랜드 샤넬과 예올이 공동 선정한 ‘2022 올해의 장인(Artisan of the Year)’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 전통 금박의 미를 세계에 알렸다. 2024년 아들 김진호(28) 씨가 장학생으로 합류했다. 무려,
6대째 대를 이어 금빛예술을 새기는 금박장 가족의 사연을 들어본다.

▶ 서울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하늘길, DDP 루프탑 투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서울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새로운 길을 선보일 준비를 마쳤다. DDP는 과거 동대문운동장의 기억과 한양도성의 흔적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도시의 역사와 현대적 창조가 만나는 서울의 상징적 장소다. 오는 11월 개장을 앞둔 루프탑 투어 프로그램은 서울 시민과 관광객이 도심의 풍경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붕 위에 오르면 유려한 은빛 패널 사이로 남산과 서울 도심이 한눈에 펼쳐져, 마치 ‘서울의 시간과 미래를 동시에 걷는 길’을 걷는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서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내일이 만나는 그 새로운 길을 〈동네 한 바퀴〉가 한발 먼저 걸어본다.
▶ 27년째 한결같은 맛, 골목의 시간을 지켜온 치킨집의 성공방정식
서울 종로 충신동 봉제골목 초입에, 27년째 자리를 지켜온 작은 치킨집이 있다. 큰 닭 대신 작은 닭을 써서 부드러운 맛을 내고, ‘한 마리를 주문하면 한 마리 반’을 내어주는 것이 이 집이 27년째 고집해온 한결같은 원칙이다. 단순하지만 정직한 그 맛 덕분에 ‘치킨 공화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에서도 수많은 경쟁과 위기를 견디며 자리를 지켜왔다. 배달 앱을 쓰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높은 수수료를 감당하느니, 재료의 품질을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오직 전화 주문만 받는다. 배달도 직접 한다. “요즘 세상에 배달 앱 없이 장사할 수 있겠느냐”는 주변의 만류에도 사장 배기영 씨(54)는 신념을 꺾지 않았다. “남는 게 적어도, 손님에게 내는 한 접시는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그의 원칙은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약속이다. 덕분에, 빠르게 변하는 도시 한가운데서 이곳은 여전히 손님과 주인이 서로의 시간을 오래 나누는, ‘관계의 맛’을 지켜가는 공간으로 남아 있다.
▶ 80세 할머니가 굽는 맛있는 인생, 북촌 고추쿠키
서울 북촌마을 초입, 네 평 남짓한 작은 쿠키 가게가 있다. 그곳의 주인은 여든 살의 이정애(80) 씨. 그녀가 굽는 것은 단순한 쿠키가 아니라, 세월과 인내, 그리고 용기의 맛이다. 2013년, 예순일곱의 나이에 “나이 들어도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문을 연 이 가게는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 각지에서 손님들이 찾아오는 북촌의 명소가 됐다. 쿠키 종류는 단 세 가지뿐이다. 기본 ‘정애쿠키’, 초코칩쿠키, 그리고 대표 메뉴인 ‘고추쿠키’. 이 독특한 쿠키는 사돈이 농사 지어 보내주던 고추에서 시작됐다. 고추를 찌고, 말리고, 튀기는 모든 과정이 손으로 이루어진다. 버터 대신 우리밀 통밀가루에 아몬드와 해바라기씨를 넣어 고소함을 더했다. 이곳의 쿠키 맛은 단순한 달콤함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백혈병 진단을 받고도 꿋꿋이 버틴 세월, 척추 수술로도 꺾이지 않은 의지, 병마를 견뎌낸 긍정의 마음이 반죽 속에 켜켜이 스며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