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는 에너지 매개체로서 에너지 전환 과정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에너지를 장기간 고밀도로 저장할 수 있어 장거리 수송이나 에너지 집약적 산업과도 잘 맞는다. 이들 산업계의 공정은 대부분 탈탄소화에 확장성과 신뢰성이 우수한 에너지 솔루션이 필요하며, 수소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소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거나 낮은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미 여러 프로젝트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뤄 킬로와트 규모를 넘어 메가와트 규모에 도달했으며, 기가와트 규모로 확대하기 위한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진전 속에서도 여전히 여러 과제가 남아 있다. 그린 수소 생산에 필요한 충분한 양의 재생에너지를 확보하거나, 블루 수소 생산을 위한 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의 규모를 확대하는 것 등 가치 사슬 전반을 구축하는 데에 시간이 소요된다. 아울러 인프라와 새로운 인프라를 모두 활용하고, 적재적소에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Topsoe, ABB, Fluor가 미국 버지니아주에 건설하는 SOEC(Solid Oxide Electrolyzer Cell, 고체산화물수전해) 공장의 표준화 컨셉 설계를 위해 협력 중이다. [사진=ABB코리아 제공]](http://www.energydaily.co.kr/news/photo/202505/156088_109228_5810.jpeg)
▲ 청정 수소 전환 과제
2023년 세계 수소 수요는 9700만톤에 이르렀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수소는 배출가스 저감 효과가 거의 없는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생산돼 주로 정유 및 화학공업 부문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2023년도 저배출 수소는 100만톤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었으나, 현재까지 발표된 여러 프로젝트가 이행되면 2030년에는 4900만톤 수준까지 증가할 수 있다.
에너지원으로서의 수소는 에너지 저장 매체의 역할을 수행하며 전력망의 유연성을 높이고, 배터리 등 다른 솔루션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풍력이나 태양 에너지 등의 재생에너지원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데에 수소의 역할이 커짐을 의미한다.
탄소 포집 및 저장을 활용하는 블루 수소와 재생에너지 전력을 이용하는 그린 수소가 등장하면서 발전 부문의 광범위한 탈탄소화가 가능해졌다. 아직까지 발전 부문은 화석연료 의존도가 크지만 청정 수소 프로젝트 투자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재생에너지 비용이 줄어들고, 전해조 기술이 개선되며, 국가 단위의 수소 전략이 확충되고 자금 지원이 이루어지면서 이러한 추세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
청정 수소로 전환하는 과정에는 높은 비용, 더딘 인프라 개발, 일관되지 않은 정책, 발전이 더딘 초기 단계 공급망, 수소 솔루션에 대한 수요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수소가 더 널리 활용되도록 하려면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자본비용과 운영비용을 모두 낮추고, 최종적으로는 생산에서 최종 이용에 이르는 가치 사슬 전반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의 속도를 유지하며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산업계와 정책 결정자, 기술의 조화가 요구된다.
▲ 주요 사례
◎ Topsoe-ABB-Fluor, SOEC 전해조 공장 표준화 컨셉 개발 협력
Topsoe, ABB, Fluor가 미국 버지니아주에 건설하는 SOEC(Solid Oxide Electrolyzer Cell, 고체산화물수전해) 공장의 표준화 컨셉 설계를 위해 협력 중이다.
탄소배출 감축 기술 기업 Topsoe, 전기화 자동화 분야 기술 리더 ABB, 설계·조달·건축 서비스 기업 Fluor가 함께 하는 이 프로젝트는 Topsoe가 미국 버지니아주 체스터필드에 건설하는 SOEC 생산 공장에 표준화된 접근법을 이용한 비용 절감과 안전성 개선, 효율적인 프로젝트의 이행을 위한 과정을 지속적으로 개발 및 구축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체스터필드 공장은 그린 수소 생산 공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최첨단 갖출 예정이다. 그린 수소와 그린 암모니아, E메탄올 등 그린 수소의 파생 제품은 E-Fuel이나 화학공업의 원료로 사용될 수 있어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산업과 장거리 운송 산업의 탈탄소화를 앞당길 수 있다. 이퓨얼(E-Fuel)은 전기 기반 연료(Electricity-based fuel)의 약자로, 공기중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와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만든 수소로 만든 친환경 합성연료를 의미한다.
Topsoe는 2024년 덴마크 헤르닝에 첫 SOEC 제조 공장에 이어, 미국 버지니아주 체스터필드에 세워질 SOEC 공장은 2028년 가동을 목표하고 있다. 협력체는 헤르닝 공장 프로젝트의 경험을 바탕으로 체스터필드 SEOC 공장을 표준화된 컨셉으로 더 효율적으로 설계, 건설할 역량과 노하우를 축적하게 된다.
점차 그린 수소 프로젝트에 속도가 붙고 있다. 발표된 모든 프로젝트가 실현된다면 2030년에는 생산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수소 리뷰 2023에서 2030년 연간 수소 생산량이 3800만톤 규모에 이르고, 75%가 재생에너지로 가동되는 전해조에서 생산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유럽 최대 재생에너지 수소 프로젝트
ABB는 유럽 최대의 그린 수소 프로젝트인 SoutH2Port 프로젝트의 실현과 최적화를 위해 그린 수소 생산 기업 Lhyfe, 재생에너지 선도주자 Skyborn과 협력 중이다.
신규 수소 생산 시설은 스웨덴 쇠데르함에 건설돼 Lhyfe와 Skyborn이 공동으로 운영하며, Skyborn에서 운영 중인 1GW 용량의 해상 풍력 발전시설인 Storgrundet과 연결된다. 최대 가동 시 설치용량은 600MW 수준으로 매일 240톤 수소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ABB는 기업 간 체결된 양해각서의 내용에 따라 자동화와 전기화, 디지털화 기술 분야를 포함한 생태계 전반에 걸쳐 수소와 전력 생산 체계를 통합 및 최적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지역 내 곳곳에서 확장 가능한 상용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 개발을 이끌고 있다. 프로젝트 목표는 Power-to-X 전환 기술을 결합해 재생에너지 전기를 수소 등 탄소중립 에너지 매체로 전환해 차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저장하는 방안을 탐구하는 것이다.
새 시설은 수소를 직접 공급하거나 지속가능성 항공 연료인 메탄올 등의 정제 연료, 암모니아 등을 생산하는 다운스트림 생산 활동에 원료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스웨덴 에너지 체계를 탈탄소화해 2045년까지 세계 최초의 화석연료 없는 복지국가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스웨덴 정부의 목표에 기여할 예정이다. SoutH2port는 또한 새로운 일자리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해 지역 사회의 관심을 높이고 경쟁력을 개선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노르웨이 가스처리 공장에 진행된 그린 수소 파일럿 프로젝트
ABB는 노르웨이 기업 Hystar가 자사 기술을 현실적인 현장 조건에서 검증하고자 1MW 용량의 컨테이너형 PEM 전해조를 이용해 진행하는 현장 시험 프로젝트인 HyPilot 프로젝트에 필요한 필수 전력기술을 공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노르웨이 국영기업 Gassco가 운영 중인 Karstø 가스 처리 공장에서 진행되며, ABB를 포함해 Equinor, Yara, Gassco 등 북유럽 산업계 선두주자들이 함께 참여한다.
ABB의 저조파 절연 게이트 양극성 트랜지스터(IGBT, Insulated Gate Bipolar Transistor) 정류기와 DC-DC 컨버터가 전해조에 공급되는 전력을 조정한다. ABB는 또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노르웨이 현지에서 각종 전문 지원을 제공한다.
운영자는 1만 시간 동안 시험을 진행하면서 데이터를 수집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이라는 특성을 극복하고 풍력 등 재생에너지원을 이용해 비용 효율적이고 신뢰성 높은 방식으로 그린 수소를 생산할 수 있음을 검증하게 된다. HyPilot 프로젝트 결과를 통해 Hystar 전해조가 산업 수준의 그린 수소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음을 보여주고, 또한 다양한 운영 조건 속에서 여러 성과 데이터를 수집해 장기간 상업운용 가능성을 검증한다.
▲ 전 세계 기후목표 달성에 중요 역할
기술적 혁신과 탈탄소화에 대한 요구가 급증하면서 수소 도입 또한 빠르게 늘고 있다. 비용이나 인프라의 구축 등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지만, 자동화와 전기화, 디지털화 솔루션이 발전하면서 수소의 도입 또한 가속화되고, 더욱 깨끗한 미래를 향한 투자에 대한 신뢰도 커지고 있다.
기술이 성숙해지고 적용 가능한 규모가 확대되면서 블루 수소와 그린 수소가 전 세계 기후목표 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배출량 감축이 어려운 부문이 큰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성공하기 위해서는 산업계 간의 협력, 나아가 생산에서 최종 이용까지 가치 사슬 전반을 최적화할 수 있는 검증된 기술을 갖춘 파트너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