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하림푸드로드’ 가보니…닭 한 마리 식탁에 오르는 과정

[ 더리브스 ] / 기사승인 : 2025-04-21 10:10:36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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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익산시에 위치한 닭고기 종합처리센터 전경. [사진=박달님 기자]
전라북도 익산시에 위치한 닭고기 종합처리센터 전경. [사진=박달님 기자]




“할머니 닭에서부터 3대를 거쳐 마지막 병아리까지는 보통 약 6000마리에서 8000마리 정도 나온다. 그리고 할머니 닭은 돌아가신다” (하림지주 변관열 부장)



한 마리 닭이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적어도 1년 반은 걸린다고 한다. 할머니 닭, 부모 닭을 거쳐 우리가 먹는 실용 닭까지 부화·사육·가공·유통 등 과정을 밟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하림푸드투어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전라북도 익산에 위치한 하림공장으로 하림푸드로드를 지난 18일 다녀왔다. 하림푸드로드는 닭고기 종합처리센터 하림치킨로드와 퍼스트키친 하림키친로드를 모두 합친 코스다.





우리가 먹는 닭, 알고 보니 할머니 닭부터 시작





마트·프랜차이즈 업체 등에 공급되는 닭고기(생닭·가공육)는 부모 닭인 ‘종계’로부터 태어나며 조부모 닭인 ‘원종계’로부터 시작된다. 원종계(닭의 조부모) 한 마리가 우리가 먹는 닭 약 8000마리를 만든다.



하림은 농장에서 원종계인 할머니 닭을 140일 동안 길러 원종계가 알을 낳으면 부화장에서 21일에 걸쳐 부화시킨다. 부화된 종계는 우리가 먹는 닭의 부모다. 종계가 낳은 알은 부화장 및 농장에서 길러진 후 공정 과정을 거쳐 유통되고 있다.



할머니 닭과 부모 닭도 시중에 판매되는지 여부를 물어봤다. 노계는 식감이 질겨 쌀국수의 고명 등에 사용되며 수출도 된다고 한다.





도계장에서 본 신선함 비결은?





닭고기 점유율 35.4%(2024년 도계수수 기준)을 차지하는 하림은 국내 최초 ‘동물 복지’를 고려한 도계 시스템을 도입했다. 신선함의 비결 중 하나다. 치킨로드를 안내하는 도슨트는 “동물 복지는 하림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하림은 동물 복지 사용 기준에 맞춰 농장에서 자란 닭들을 도계장(가공공장)으로 데려올 때 쇠창살 구조의 어리장으로 운반하지 않고 한 마리씩 전용 이송 상자에 담아 온다. 도계장에 도착한 닭들은 온도·습도가 잘 맞춰진 공간에서 4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며 스트레스를 최소화한다.



이후 하림은 닭을 기절시킬 때 ‘가스 스터닝(Gas Stunning)’ 방식을 사용한다. 이는 닭이 고통 없이 잠들도록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보통 도계장에서는 전기 충격 방식이 사용된다.



가스 스터닝 방식은 닭의 혈액을 제거하는 단계에서 전기 충격 방식과 차이가 있다. 전기 충격을 하면 닭들이 놀라 혈관이 터지면서 피가 많이 나오지만 가스 스터디 방식은 피가 굳지 않아 더 빠르고 깔끔하게 혈액을 배출시킬 수 있다. 혈액이 잘 배출되면 신선도를 높일 수 있다.



혈액이 배출된 닭은 깃털 제거 작업에 들어간다. 섭씨 45°C~58°C의 뜨겁지 않은 중저온의 물로 모공을 열어준 후 탈모 공정이 진행된다. 이후 도계 과정으로 경직된 닭의 근육은 전기 자극으로 풀어줘 육질을 부드럽게 한다.



하림이 자랑하는 신선함의 핵심은 다음 단계인 에어칠링(공기냉각) 시스템이다. 닭을 한 마리씩 차가운 바람을 쏴 육심 온도를 41°C에서 2°C까지 신속히 낮추는 공정이다. 얼음물에 한꺼번에 닭들을 넣어 교차오염 가능성이 높은 워터칠링과는 대비되는 시스템이다.



에어칠링한 닭을 만져보는 체험을 했는데 냉장고 안에서 바로 꺼낸 닭처럼 차가웠다. 도슨트는 “워터칠링은 닭이 물을 흡수해 피부가 탱글탱글해 보이지만 쭈글쭈글해 보이는 에어칠링 닭이 사실은 훨씬 신선한 닭고기”라고 강조했다.



에어칠링을 마친 닭고기는 포장돼 출고 전까지 자동화창고에서 육심 온도 2°C를 유지한다.





도계 후 24간 내 가공되는 삼계탕






하림치킨로드에서 냉동식품들을 시식했다. [사진=박달님 기자]
하림치킨로드에서 냉동식품들을 시식했다. [사진=박달님 기자]




닭고기 가공 제품들을 바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을 통해 가공 제품의 신선도도 엿볼 수 있었다. 도계 공장과 육가공 공장이 다리 하나 넘어 가깝게 붙어 있는 게 강점이다. 일반적으로는 이 두 공장이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원료를 냉동 탑차에 넣어 이동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선 다양한 육가공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즉석 삼계탕·치킨너겟·용가리 등 냉동제품과 훈제통닭·비엔나·후랑크 등 냉장제품, 그리고 닭가슴살 캔이나 닭 육수 등 상온제품이 이에 해당된다.



특히 삼계탕 제품의 경우 보통 제조사는 가공까지 48시간에서 최대 168시간 정도 걸리지만 하림은 도계 후 24시간 이내 무조건 가공되고 있다.



냉동식품의 경우 일정한 모양 틀에 찍혀 튀기고 빵가루가 입혀져 오븐에 구워진 후 영하 35°C에서 빠르게 냉동시키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시식으로 준비된 냉동식품을 바로 맛봤는데 육질이 부드럽고 짠맛이 적어 어떤 소스도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닭 특수 부위 ‘목살’ 시식









[영상 제작·편집=박달님 기자·황민우 기자]



한 마리 닭이 농장과 공장을 통해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 약 1년 반이 걸렸지만 도마 위에 올라온 닭 한 마리가 부위별로 나눠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순식간이다.



약 1분 30초 정도 걸린 것 같다. 닭 발골쇼를 보여준 전문가는 닭에 반 정도 칼집을 내더니 순식간에 다리, 가슴, 날개, 안심, 윗 날개, 아랫 날개, 목 순으로 분리했다.



시식으로는 가장 의외인 닭의 특수 부위 목살로 준비됐다. 평소 먹을 게 없고 버리는 부분이라고만 생각했지만 목살 소금구이는 식감이 꼬들꼬들하고 고소했다.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하림지주 변관열 부장은 “우리는 (닭고기를) 튀겨서 먹는 경우가 많지만 이렇게 구워서 먹어도 맛있다”며 “미국의 경우 (껍질을) 벗기지 않고 그대로 발굴하며 철판구이에 구워 먹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캠핑 갈 때 닭 한 마리, 칼, 소금만 가져가서 부위별로 구워 먹어보라”는 팁도 전수해 줬다.





첫 번째 주방 ‘퍼스트 키친’은 어떤 곳?





하림치킨로드에서 약 10Km 떨어진 곳에 하림키친로드가 위치해 있다. 차로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음식들은 가정에서 간편히 섭취할 수 있도록 포장, 유통되기 때문에 이곳을 첫 번째 커다란 주방 즉 '퍼스트 키친'이라고 정의합니다” 퍼스트키친인 하림키친로드를 안내한 도슨트가 이같이 말했다.



키친(Kitchen)의 ‘K’를 따서 이름 지어진 K1, K2, K3 공장으로 나뉘며 각각 육수·소스·육가공, 즉석밥, 면류 등이 제조되고 있다. 또한 바로 옆에 식품특화 온라인 물류 센터도 컨베이어벨트로 연결돼 총 4개의 공장이 붙어 있다.



특히 온라인 물류 센터는 여러 단계의 유통 과정을 줄여 포장 쓰레기를 줄여 저탄소를 실현하며 냉동·상온 제품을 포장하는 멀티 박스를 직접 개발·생산했다. 이 부분에서 절감된 비용은 식품 품질을 높이는 데 재투자되고 있다.




하림키친로드 도슨트가 K1에서 가공되는 볶음밥 비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달님 기자]
하림키친로드 도슨트가 K1에서 가공되는 볶음밥 비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달님 기자]




K1에서는 직화 볶음솥에 볶은 볶음밥과 비법 육수로 만든 만두소에 0.8mm 만두피가 만들어졌다. 특히 주변 농가와 계약 재배를 해 신선 재료를 공급받고 있으며 하림에서 공급받은 닭고기, 닭뼈 등은 육수로 제작된다.



K2에서는 100% 물과 쌀로만 즉석밥이 조리되고 있다. 첨가물을 넣지 않지만 오히려 타사보다 유통기한이 1개월 더 긴 이유는 무균과 청정한 구역인 ‘Class 100 클린룸’에서 밥을 짓기 때문이다.



K3에서는 건면과 유탕면 라인에서 라면이 만들어진다. 면이 만들어질 때 밀가루 전분 가루가 비법 육수와 믹싱 돼 반죽되며 숙성 과정을 거치는 만큼 면 자체만으로 맛을 낸다고 한다.



현재 확장 공사 중이지만 컵면부터 봉지면까지 시식하는 공간도 마련될 예정이다.




하림 '더미식' 즉석밥. [사진=박달님 기자]
하림 '더미식' 즉석밥. [사진=박달님 기자]




박달님 기자 pmoon55@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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