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애리조나(美) 이상희 기자) 지난 주말 메이저리그에선 거포형 1루수 조쉬 네일러(27. 애리조나)와 네이트 로우(29. 워싱턴) 등 다수의 트레이드가 쏟아졌다.
서로의 필요에 의한 트레이드 카드가 맞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시기 상의 특별함도 일부 작용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해야 할 일을 끝낸 뒤 홀가분하게 연휴를 즐기고 싶은 분위기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의 크리스마스는 전형적인 가족간의 시간으로 보내진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앞두고 미국 내 여행객이 1억 2000만 명에 달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한국의 추석 분위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프론트 오피스도 다르지 않다. 대다수의 구단은 24일(한국시간)부터 성탄전 연휴에 들어가 이번 주말까지 쉰다. 팀 전력에 영향을 끼치는 A급 트레이드나 FA 계약이 아니라면 굳이 크리스마스 연휴에 지장을 받으면서 일을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미국 내 대다수 직장들의 분위기도 이와 유사하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김혜성(25. 키움)에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미국문화이다. 이달 초 메이저리그 사무국을 통해 공식적으로 포스팅을 시작한 김혜성은 다음달 4일(한국시간) 까지 빅리그 30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을 할 수 있다.
포스팅 개시일로 약 2주가 조금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소식은 전혀 들리지 않고 있다. 조용해도 너무 조용해서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불안하다. 이러다 판이 깨질 것 같다. 과거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무대를 노크했던 나성범(35. KIA) 때보다 더 조용하다. ‘김혜성이 포스팅을 시작했다’는 기사 외에는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미국 CBS 스포츠 만이 유일하게 포스팅 후 김혜성에 대한 보도를 했다. 매체는 “김혜성은 KBO에서 8시즌 동안 통산 타율 0.304, 37홈런 211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67을 기록 중이며 최근 시즌에는 자신의 커리어 하이인 11홈런을 쏘아 올렸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매체는 “한국에서 기록한 김혜성의 공격력이 어떻게 메이저리그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앞서 언급한 김혜성의 KBO 통산성적이 말해주듯 그는 타석에서 공을 맞추는 기술을 보여줬고, 올해는 삼진비율도 11% 미만으로 줄였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매체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혜성이 한국에서 기록한 통산 ISO(순수장타력) 수치는 0.099에 그치고 있다”며 “이는 그에 앞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정후(26. 샌프란시스코)가 기록한 0.151과 김하성(29)의 0.199보다 훨씬 나쁘다. 타석에서 파워가 부족한 그를 어떤 메이저리그 팀이 주전선수로 고려할지 의문이 든다”고 진단했다.
김혜성과 계약이 가능한 팀으로 매체는 ‘시애틀,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만 꼽았다. 하지만 이는 단지 해당 팀들이 “김혜성 영입과 관련해 문의를 할 수 있다”정도로만 언급했지 김혜성이 향후 어느 정도 규모의 계약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았다. 그만큼 아직까지는 존재감이 미비하고, 관련정보나 움직임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포스팅을 시작한 일본인 투수 사사키 로키(23. 지바롯데)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사사키는 포스팅 시작 전부터 이미 그의 행선지와 계약규모가 연일 미국현지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언급되는 팀들도 LA 다저스, 뉴욕 양키스, 보스턴, 토론토 등 빅마켓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김혜성을 향한 미국현지 팬들의 관심이나 평가도 박한 편이다. 다수의 팬들은 “김혜성은 같은 나라 출신의 현역 메이저리거 김하성보다 못하다. 하위버젼 정도의 선수라고 보면 된다”고 평가했다.
김하성이 주 포지션인 유격수는 물론 2루와 3루까지 내야의 여러 곳을 커버할 수 있는 수비의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것과 달리 김혜성의 수비 범위가 2루에만 제한되는 것 또한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간도 김혜성의 편이 아니다. 이번주 성탄절 연휴를 제외하면 포스팅 마감일까지 김혜성에게 남은 시간은 대략 1주일에서 열흘 정도다. 지금까지 아무런 움직임이나 낌새가 없던 포스팅이 마감 1주일을 남기고 갑자기 계약이 몰릴 일도 만무하다.
앞날 일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고, 시장 분위기는 김혜성에게 친화적이지 못한 것 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진=MHN스포츠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