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영웅’에서 ‘실패’한 대표팀 감독이었던 홍명보, 10년 만에 ‘소방수’로 돌아왔다…이임생의 ‘삼고초려’에 마음 바꿔

[ MK스포츠 축구 ] / 기사승인 : 2024-07-08 07:59:02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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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의 영웅, 그리고 역적이 되었던 남자가 다시 돌아온다.

대한축구협회는 7일 오후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차기 감독에 홍명보 울산HD 감독을 내정했다”고 전했다.

주말에 전해진 깜짝 소식이었다. 이임생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거스 포옛, 다비트 바그너 감독과의 면접을 위해 유럽으로 떠난 것이 지난 2일이었다. 그러나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홍명보 감독 내정 소식이 전해졌다.



이임생 총괄이사는 5일 입국 후 곧바로 대한축구협회와 상의, 포옛과 바그너 감독이 아닌 홍명보 감독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면접 과정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그들보다 홍명보 감독이 더 좋은 선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홍명보 감독은 5일 수원FC와의 경기 전 인터뷰에서 “이임생 총괄이사를 만날 이유가 많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더불어 홍명보 감독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꾸준히 차기 사령탑 후보로 언급됐을 때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이임생 총괄이사와 홍명보 감독은 울산과 수원FC의 경기가 끝난 후 대화를 나눴고 결국 대표팀 차기 감독이 되는 것으로 결정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이임생 총괄이사는 울산과 수원FC의 경기가 끝난 후 홍명보 감독과 만났다. 삼고초려 형식으로 부탁한 걸로 알고 있다. 대한민국 축구를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전했고 홍명보 감독 역시 고심 끝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광국 울산 대표이사는 “구단과 KFA가 교감하고 협의하는 단계를 거쳤다”며 “언제 만났고 어떻게 결정이 됐는지에 대해선 대한축구협회 브리핑 자리에서 확인하는 게 좋을 듯하다”고 전했다. 이어 “홍명보 감독이 울산에서 보여준 성취와 존재감이 아주 컸다. 그런 부분이 대표팀 감독 선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내정이라는 표현은 다소 애매할 수 있으나 홍명보 감독의 대표팀 감독 선임은 사실상 확정됐다고 볼 수 있다. 공식적인 절차만 남았다고 볼 수 있다.

축구계에선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에게 역대 국내 지도자 최고 대우, 그리고 코치진 구성에 있어 전권을 줬다고 한다. 그리고 2026 북중미월드컵이 아닌 2017 AFC 사우디 아라비아 아시안컵까지 지휘봉을 잡을 것이란 이야기도 있다.

결과적으로 홍명보 감독은 2014년 이후 무려 10년 만에 다시 대표팀 감독이 됐다. 다사다난했던 지도자 인생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은 것이다.

홍명보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에 있어 ‘리빙 레전드’로 평가받는 전설적인 수비수였다. 그는 1990 이탈리아월드컵부터 2002 한일월드컵까지 총 4차례 월드컵에 나섰다. 그리고 한일월드컵 4강을 이끈 영웅이었다.



이후 지도자로 도전, 승승장구한 홍명보 감독이다. 딕 아드보가트 감독과 함께 코치로서 2006 독일월드컵에 나섰다. 이후 A 대표팀은 물론 U-23 대표팀 수석 코치로 활동한 그는 2009 FIFA U-20 대표팀 감독으로서 8강 진출을 이끌었다. 그리고 2012 런던올림픽에선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2014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 큰 위기를 맞은 홍명보 감독이다. 당시 대한민국은 조광래, 최강희 체제에서 고전 끝 간신히 브라질월드컵 티켓을 획득했다. 그리고 최강희 감독은 월드컵은 다른 감독에게 맡기라는 뜻을 전해 대표팀 감독 자리는 공석이 됐다. 홍명보 감독이 소방수로 긴급 투입됐다.

1년이라는 짧은 준비 기간 동안 홍명보 감독이 반전을 일으키기는 힘들었다. 결국 러시아전에서 1-1 무승부를 거둔 후 알제리(2-4), 벨기에(0-1)에 연달아 패배, 1무 2패로 ‘광탈’했다. 그렇게 홍명보 감독은 ‘실패’한 대표팀 감독이 된 채 물러났다.





오랜 방황 끝 2017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가 된 홍명보 감독은 2021시즌을 앞둔 상황에서 울산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리고 2022시즌 무려 17년 만에 K리그1 우승은 물론 2023시즌 창단 첫 2연패라는 대업을 이뤘다.

홍명보 감독은 이제 북중미월드컵을 바라보는 대한민국을 책임지게 됐다. 10년 전에 비해 준비 기간은 1년 더 늘었다. 그리고 3차 예선부터 치른다는 점에서 큰 차이점이 있다.

대한민국은 2차 예선을 5승 1무로 통과, 3차 예선을 앞두고 있다. 이라크, 요르단, 오만, 팔레스타인, 쿠웨이트 등 중동의 모래 폭풍을 극복해야만 11회 연속 월드컵 출전을 이룰 수 있다.

10년 전 영웅에서 역적으로 추락했던 홍명보 감독. 그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왔다. 여전히 여론은 싸늘하고 언론의 반응도 좋지 않다. 외국인 감독 선임을 위해 5개월의 시간을 보냈음에도 돌고 돌아 국내 지도자로 결정한 것에 대한 반감은 크다.

홍명보 감독이 이러한 분위기를 모를 리 없을 터. 결국 그가 선택한 일이며 이제는 증명해야 할 차례다. 대한민국은 클린스만 체제에서 무너진 위상을 회복해야 하며 홍명보 감독은 다시 한 번 소방수가 됐고 10년 전과 다른 결과를 내야 한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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