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경제신문=정영수 기자] 2026년 6월 3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다가온다. 이날은 단순히 지역의 대표를 뽑는 날이 아니다. 국민이 광역·기초자치단체장, 시·도·군·구의원에 이르기까지 국가와 지역의 살림살이에 대한 권한을 직접 위임할 일꾼을 선출하는 날로 향후 대한민국 정치의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이정표다. 선거는 늘 민주주의의 축제라 불리지만, 동시에 가장 냉정한 민심의 심판대이기도 하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거리의 풍경은 달라진다.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 걸린 현수막과 플랜카드에는 광역·기초자치단체장들의 ‘성과’가 빼곡하게 적혀 있다. 정부 예산 얼마를 가져왔는지, 어떤 사업에 얼마를 썼는지, 얼마나 많은 공사를 추진했는지가 경쟁적으로 나열된다. 마치 예산 확보가 정치인의 능력을 증명하는 유일한 척도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이들에게 ‘예산을 많이 가져오는 사람이 좋은 정치인인가. 지역에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고 눈에 띄는 시설이 늘어나면, 그 자체로 정치의 목적이 달성된 것인가’라는 물음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예산은 정치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이며, 정치인은 이를 ‘얼마나 확보했냐’가 아닌 ‘공정하고 투명하게 썼는가’로 평가받아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26년 현재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평균 예산은 1조 원을 훌쩍 넘는다. 복지, 안전, 교육 등 반드시 필요한 사회적 비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공천권을 거머쥔 국회의원의 조직 아래 편제된 지방의회 구조 속에서, 각종 지역 사업과 행사 예산을 둘러싼 비공식적 거래와 이해관계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합법이라는 명분 뒤에 숨은 은밀한 거래, 예산 승인과 정치적 충성의 맞교환은 좀처럼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다.
서울시의원이나 도·기초의원들이 예산을 매개로 어떤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는지, 그 끄나풀의 고리를 밝혀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의원 한 번 하면 집이 몇 채 늘었다더라”, “고급 아파트로 이사 갔다더라”라는 소문은 선거철마다 반복된다.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된 서울 강서구의 김경 시의원과 강선우 국회의원 사이의 금전 문제 역시, 일각에서는 ‘재수 없게 드러난 정치적 함정’이라는 냉소 섞인 말로 회자 된다. 그러나 본질은 특정 사건이 아니라, 오랫동안 관행처럼 이어져 온 정치의 그늘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진정한 미래를 위해, 그리고 후대의 평안과 질서를 위해 정치적 민심의 변화가 필요하다. 정당 정치는 본질적으로 집권과 권력 유지를 위한 이해득실의 구조다. 그러나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정당의 유불리가 아니라, 민의를 위해 용기 있게 행동하는 정치인의 존재다. 예산을 사유화하지 않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며, 책임지는 정치. 그런 ‘선한 정치인’을 키워내는 힘은 결국 유권자의 선택이 좌우한다.
그렇기에 이번 선거는 유권자의 성숙한 의식이 더욱 요구된다. 정당의 색깔만 보는 ‘묻지마 투표’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신의 지역을 위해 사심 없이 일해 줄 일꾼인지, 인간적 신뢰와 도덕성을 갖춘 인물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영남과 호남 등 지역감정이라는 오랜 관습의 틀 역시 이제는 넘어야 할 때다. 공천만 받으면 전과자든, 도덕적 흠결이 있든 당선되는 관행은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속화 한다.
◆영·호남을 넘어, 유권자의 용기가 필요한 선거
영호남에서는 여야를 떠나 지역을 위해 일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 무소속 후보 역시 정당 번호가 아니라 정책과 자질, 지역 기여도로 평가받아야 한다. 흔히 충청도를 ‘바보 핫바지’라 말하지만, 실제 충청 민심은 정당에 얽매이지 않고 지역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인물을 선택해 왔다. 이야말로 현명한 유권자의 모습이다.
유권자는 정치의 본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중국을 공산주의 국가라 부르지만, 오늘날 중국은 미국과 맞설 만큼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 그 배경에는 1978년 이후 등소평의 개혁·개방 정책이 있다. 모택동 시기의 계급투쟁이 체제 유지를 위한 정치였다면, 등소평은 이념을 내려놓고 현실을 택했다. 그의 ‘흑묘백묘론’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말은 이념보다 결과, 명분보다 실질을 중시한 정책 철학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이제 우리는 ‘그들만의 은밀한 정치에 도가 튼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정책을 펼치는 진짜 일꾼’을 뽑아야 한다. 임기응변과 권모술수에 능한 정치가는 결국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 뿐이다. 말 잘하는 웅변가가 아니라, 묵묵히 현안을 해결하는 양심적인 정책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6·3 지방선거는 철새 깃발을 꽂는 뜨네기를 뽑는 선거가 아니다. 선거철마다 이 당 저 당을 옮겨 다니는 철새 정치인은 배척돼야 한다. 청렴하고, 양심적이며, 지역 주민의 삶을 세심히 살필 줄 아는 사람.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과 인간의 품격으로 평가받는 정치인. 올해는 이러한 자격을 충족하는 사람을 찾는 선거로 치러져야 한다.
선거는 하루지만, 선택의 결과는 몇 년 동안 이어진다. 이번 6·3 지방선거가 대한민국 정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그 출발점은 언제나 국민의 눈과 마음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