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경제신문=서아론 기자] 배우 안소희가 연극 ‘그때도 오늘2: 꽃신’을 통해 무대 위에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새롭게 각인시키고 있다. ‘그때도 오늘2: 꽃신’은 2022년 초연 이후 큰 사랑을 받았던 그때도 오늘의 뒤를 잇는 신작으로, 연말 연극계의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 작품은 ▲1590년대 진주의 산골 집 ▲1950년대 공주의 전통가옥 ▲1970년대 서울의 잡화점 ▲2020년대 병원을 배경으로 한 옴니버스 형식의 여성 2인극이다. ‘꽃신’을 매개로 서로 다른 네 시대를 관통하며, 시대는 달라도 반복돼 온 여성들의 삶과 연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소망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역사적 사건이나 극적인 갈등보다는, 각 시대를 살아낸 ‘보통의 여성’이 느끼는 희로애락에 집중한다는 점이 이 작품의 미덕이다. 소소한 일상 속 감정의 결을 조용하지만 단단한 서사로 엮어내며, 올겨울 공연계의 화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1인 4역, 감정의 스펙트럼을 넓히다
극 중 안소희는 ‘여자2’ 역을 맡아 네 개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을 1인 4역으로 그려낸다. 1590년대 기생 주씨, 1950년대의 복순, 1970년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서희, 2020년대 엄마를 지키고 싶은 딸 서연까지. 각기 다른 시대적 배경과 삶의 결을 지닌 인물들을 설득력 있게 이어가는 일은 연극 무대에서 가장 난도 높은 도전 중 하나다.
안소희는 시선과 호흡, 침묵과 표정을 섬세하게 조율하며 인물의 내면에 접근한다. 무대 특유의 긴장감 속에서도 인물을 끝까지 유지하는 안정적인 집중력과 호흡은 관객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사로잡는다. 장면마다 감정선을 차분히 쌓아 올리는 연기를 통해, 무대 위에서 한층 단단해진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특히 각 시대의 정서를 반영한 말투와 리듬감 있는 대사 소화는 극의 흐름을 끊지 않으며 몰입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작품은 서로 다른 시대의 하루를 나열하는 듯 보이지만, ‘꽃신’이라는 상징을 통해 여성들의 소망과 연대, 그리고 아픔을 하나의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엮어낸다. 여기에 김혜은, 이지해, 이상희, 홍지희, 김소혜 배우가 합류해 6인 6색의 매력을 완성했다.
객석에서는 웃음과 여운이 동시에 피어났다. 안소희의 연기는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진하게 남는다. 작은 시선과 움직임만으로도 관객과 호흡하며 감정을 전달했고, 공연 내내 객석에서는 ‘공감’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는 전언이다.
연기자로 확장되는 안소희의 세계
안소희는 2007년, 열여섯의 나이에 걸그룹 원더걸스로 데뷔했다. ‘Tell Me’ 신드롬으로 시작된 원더걸스의 전성기는 K-POP이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도약하던 시기와 맞물려 있었다. 무대 위 안소희는 소녀의 얼굴로 시대의 아이콘이 됐고, 그의 이름은 곧 ‘국민 여동생’이라는 수식어로 불렸다.
그러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편에서 그는 일찍부터 연기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다. 춤과 노래로 감정을 표현하는 무대와 달리, 연기는 인물의 내면을 끝까지 따라가야 하는 작업이었다. 아이돌 활동 중에도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조심스럽게 연기의 문을 두드렸고, 결정적인 전환점은 2013년이었다.

안소희는 원더걸스 활동을 마무리하고 ‘배우’라는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당대 최고의 걸그룹 멤버가 안정적인 위치를 내려놓는 선택은 쉽지 않은 결단이었고, 그만큼 대중의 기대와 비교, 스스로에 대한 증명이 뒤따랐다.
배우 안소희의 이름을 대중에게 강하게 각인시킨 작품은 2016년 영화 ‘부산행’이다. 재난 속에서 생존을 향해 달리는 고등학생 ‘진희’ 역을 맡아, 아이돌 출신이라는 선입견을 넘어서는 연기로 주목받았다. 과장되지 않은 감정과 위기 앞에서 흔들리는 눈빛은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작품의 세계적인 흥행과 함께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후 안소희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드라마 ‘엔투라지’, ‘으라차차 와이키키2’, ‘미씽: 그들이 있었다’, ‘서른’, ‘아홉’ 등을 통해 주연과 조연을 오가며 차분히 필모그래피를 쌓아갔다. 화려함보다는 일상에 가까운 인물을 선택하며, 감정의 과잉보다 리얼리티에 방점을 찍어왔다. 이는 아이돌 시절부터 이어져 온 ‘보여지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배우로서 자신을 단련해온 시간의 결과다.
무대 위에서 완성되는 연기
안소희의 연극 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연극 클로저에서 주인공 ‘앨리스’ 역을 맡으며 연극 무대의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쌓아온 감정 경험은, 라이브 무대에서 요구되는 즉흥성과 집중력과 맞물리며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카메라 앞 연기가 편집으로 완성된다면, 무대 연기는 단 한 번의 호흡으로 모든 것을 증명해야 한다. 안소희는 이 어려운 균형 속에서 감정의 정교함과 순간의 감각을 동시에 잡아내며, 음악과 드라마, 그리고 연극 무대까지 아우르는 배우로서의 확장성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