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연필로 표시하면 끝'...고양시 '승진인사전횡' 사실 이었다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12-21 13:28:0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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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국제뉴스) 허일현 기자 = 시장이 낙점하면 인사위원회는 무조건 통과시키는, 말로만 떠돌던 경기 고양시의 불공정 승진인사전횡이 사실로 확인됐다.

21일 감사원 발표와 국제뉴스 취재 등에 따르면 감사원이 지난 18일 공개한 '고양시 정기 감사' 보고서에는 이재준 전 고양시절인 2020년 1월부터 이동환 현 시장의 2023년 12월까지 26차례의 승진 임용 과정을 담았다.

보고서를 통해 지난 수년 동안 시장이 사전에 '낙점'한 직원들만 인사위원회에 추천하고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한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민선 8기 현 이동환 시장 들어서는 음주운전이나 중징계 전력이 있는 부적격자를 승진시키기 위해 징계기록을 고의로 누락시키거나 허위공적을 내세운 사례가 드러났다.

2022년 하반기와 2023년 상반기 인사에서 징계 전력자나 후순위 자를 무리하게 승진시킨 구체적인 정황으로 2023년 6월 서기관(4급)승진인사에서 승진한 A과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A과장은 2020년 8월 근무지이탈과 여비부당수령으로 '정직 3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었고 당시 승진후보자명부순위 4위인데도 시장이 내정자로 지목했다.

그러자 인사부서는 A과장의 중징계 이력을 인사위원회 심의 자료에서 삭제했다. 이외에도 음주운전 전력자를 승진시키기 위해 자료를 조작한 사례도 적발됐다.

시장의 마음에 들면 말 그대로 허위문서를 작성해 입맛대로 승진인사를 좌지우지한 것으로 정직하게 일하며 순서만 기다리던 공직자들에게는 허탈감을 넘어 분노할 대목이다.

해당보고서에 따르면 이 시장 취임 직후인 2022년 7월부터 인사담당부서장을 맡은 B과장은 인사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승진후보자 명부를 들고 시장에게 사전에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시장이 승진후보자 명부 비고란에 연필로 표시해 대상자를 직접 내정하면 인사부서는 내정된 직원들만 추려 인사위원회에 승진 대상자로 추천했다.

인사위원회는 별다른 검증 없이 이를 그대로 심의·의결했고 이런 식으로 시장이 사전에 내정한 170명은 그대로 100% 승진 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서는 다수의 승진예정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보고서에도 승진 배수 범위 내에 포함돼 성적이 더 우수한 선순위 후보자 68명이 심사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탈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임용권자가 승진 대상자를 미리 내정하고 추천하는 행위는 지방공무원법에 따른 인사위원회의 사전 심의·의결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특정직원을 승진시키기 위해 인사위원회의 권한을 침해하고 심사 자료를 부당하게 작성한 당시 인사부서장 B씨에 대해 '경징계'하고 실무자들에게는 '주의'를 요구했다.

공직사회는 술렁거리고 있다. 최근에 있었던 올해 하반기 승진인사에 대해서도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성범죄 이력이 있는 승진가 있는가하면 무능력과 복지부동 하다고 공직사회에서 소문난 인사가 승진했다는 것이다. 특히 특정지역출신 배제도 어김없이 회자되고 있다.

사무관 C씨는 "근무평가를 기준으로 한 서열명부대로의 승진은 의미 없는지 오래됐다"며"시장이 인사권자로서 마음대로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순응하며 근무는 하고 있지만 모 시의원 인사 관여 등 이런 저런 부적절한 소문을 들을 때마다 힘이 빠지고 분통이 터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퇴직 공무원 D씨는 "퇴직자들이 모여 이야기하다보면 최성 시장 재임시절이 그럴 듯 했던 같았다는 말들을 한다"며"최 시장 때도 특정지역을 챙긴다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 다녔지만 근평 순서대로 승진을 시키는 예측 가능한 인사시스템으로 그나마 투명했다는 평가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준 시장 들어서서 행정연속성이라는 이상한 이유로 1년 남은 공직자는 승진에서 배제하고 발탁 성 인사를 하면서 근평을 토대로 한 인사개념을 흐트러뜨리더니 얼마 안가서 1년도 남지 않은 사람도 승진시키고, 심지어는 4개월짜리 구청장도 임명하는 바람에 결국 '내 맘대로 인사를 하기 위한 잔머리'라며 욕을 많이 먹었다"고 회상했다.

또 "이동환 시장도 인사 때마다 특정지역 배제가 꼬리를 물고 측근인사와 '한번 찍히면 끝까지 승진은 어렵다'는 불통이미지가 짙는데 그 사례로 3급 승진요건이 되고 자리가 있는데도 승진 시키지 않거나 이재준 시장 때 신청사 업무를 봤던 직원에 대한 홀대는 이동환 시장의 인사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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