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데일리 조남준 기자]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발전 시장의 공공성과 에너지 안보를 제도적으로 담보하려는 입법이 국회에서 추진된다. 민간과 해외 자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재생에너지 시장 구조에 공공영역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동·지역 갈등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국회에 발의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법률안’은 재생에너지 전환의 방향을 ‘양적 확대’에서 ‘공공성·안정성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국회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해철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시병)은 18일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주도하는 공공재생에너지 발전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제기돼 온 전력시장 공공성 훼손과 에너지 안보 약화 우려를 해소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정부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은 민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2023년 12월 기준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의 약 92%를 민간이 담당하고 있으며, 해상풍력 발전사업 허가 건수 77건 가운데 70건이 민간 사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상풍력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 자본 유입이 확대되면서, 전력시장에 대한 지배력 강화와 공공성 약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법안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공공재생에너지’와 ‘공공재생에너지 발전’의 개념을 법률로 명확히 정의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규정했다. 아울러 공공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간 공공협력 의무를 명시해, 공공영역 내에서의 연계와 공동 대응을 제도화했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공공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법률로 제시한 점이다. 법안은 국가 차원의 재생에너지 기본계획 수립 시 ‘총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중 공공재생에너지 설비용량 비율’ 목표를 포함하도록 하고, 2035년부터는 그 비율을 50% 이상으로 설정하도록 규정했다.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공공영역의 역할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법적 구속력과 함께 제시한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국가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을, 지방자치단체장은 ‘지역 공공재생에너지 발전 기본계획’을 각각 수립하도록 했다. 공공재생에너지 설비용량 확대 목표와 투자계획, 공공기관의 사업계획을 체계적으로 점검·추진하기 위한 구조다. 또한 국무총리 소속 ‘공공재생에너지위원회’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역 위원회 설치 근거를 마련해, 계획 수립과 이행 점검 기능을 강화했다.
법안은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 훼손과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도 포함하고 있다. ‘공공재생에너지 발전지구 및 예비지구’ 제도를 도입해 행정적·재정적 지원의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지구 지정 과정에서 환경 보호와 지역사회 갈등 예방 절차를 의무화했다. 또한 공공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게 자원 이용 부담금을 부과해 재생에너지 보급 지원과 발전지구 주변 지역 주민 지원에 활용하도록 했다.
아울러 화석연료 발전의 점진적 퇴출에 따른 노동 문제도 법안에 반영됐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등으로 일자리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공공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화석연료 발전산업 종사 노동자를 우선 고용하도록 규정해 ‘정의로운 전환’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박해철 의원은 “재생에너지 확대가 민간과 해외 자본 중심으로만 흘러갈 경우 전력시장의 공공성과 안보적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며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의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국가가 책임지는 전력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법안은 향후 재생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핵심 쟁점인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 △에너지 안보 △지역 수용성 △정의로운 전환을 한 법안에 담았다는 점에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법안은 대표 발의한 박해철 의원(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한민수·박균택·이학영·박홍배·정혜경·전용기·박정·허성무·김주영·강준현·최혁진·박지원·안호영 의원 등 총 15인이 발의에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