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1,000만 시니어가 위험하다

[ 시사경제신문 ] / 기사승인 : 2025-12-04 13:53:55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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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초고령사회에서 필수 해결문제로 대두된 1,000만 시니어의 문해력 격차와 시니어 디지털 권리 보장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대두 된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한국의 초고령사회에서 필수 해결문제로 대두된 1,000만 시니어의 문해력 격차와 시니어 디지털 권리 보장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대두 된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한국 초고령사회 문해력 격차… 시니어 디지털 권리 보장이 시급

[시사경제신문=정영수 기자] 한국은 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며 본격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그러나 AI 확산과 알고리즘 기반 서비스의 일상화 속에서 시니어의 디지털 문해력 격차는 개인의 불편을 넘어 국가적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 의료, 행정, 교통 등 사회 전 분야가 빠르게 디지털·AI 기반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고령층의 기술 접근성 부족은 생존형 문해력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폰 보유율 증가에도 불구하고 고령층의 실제 활용 능력은 여전히 낮다. 국내 고령층의 평균 디지털 활용 점수는 약 35점으로 국민 평균(64점)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인증 절차, 앱 업데이트, 보안 과정은 시니어가 가장 큰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야이며,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 병원 예약, 지하철·공공시설 키오스크 사용은 여전히 높은 장벽으로 남아 있다. 문제의 본질은 디지털 격차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정보 접근권·학습권·평등권 침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시니어는 사회적 고립과 우울감에 노출되기 쉽고, 가짜 정보와 금융사기 위험에도 취약하다. 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 1위라는 한국의 비극적 현실 역시 디지털·사회적 단절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지자체 교육은 단기 강좌 중심… 구조적 한계 여전

현재 정부와 지자체가 운영 중인 ‘디지털 배움터’와 고령층 스마트폰 교육 프로그램은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교육이 ‘앱 기능 설명’ 중심의 단기 강좌에 머물고, 실제 생활에 필요한 인증 절차·금융 보안·행정 문서 처리 등 실전형 교육은 부족하다. 또한 수강자의 난이도와 이해 속도 차이를 반영하는 개인별 맞춤 교육 역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60대·70대·80대의 인지 속도와 활용 배경은 크게 다르지만 대부분 일괄적 강의 방식이 이어지고 있다. 반복 학습 체계가 미흡하고, 1~2회성 홍보성 강좌로 끝나는 경우도 많아 시니어의 실질적 역량 향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부 금융사·보험사의 시니어 교육 프로그램이 자사 상품 홍보로 변질되면서 ‘교육의 공공성’이 훼손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시니어 교육이 사회 인프라가 아닌 마케팅 창구로 소비되는 부작용이다.



현장 사례 : 강서구 ‘스마트한 교실’—카톡부터 ChatGPT까지

한편 서울 강서구는 9월부터 11월까지 스마트폰 이용이 어려운 중장년층과 어르신을 위한 ‘강서 스마트한 교실’을 운영했다. 이번 교육은 기초반과 심화반으로 나뉘어 총 20회에 걸쳐 진행됐으며, 디지털 문해력 향상을 위한 체계적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기초반은 와이파이 연결, 문자·사진 촬영, 길 찾기 등 기본 기능과 키오스크 사용법 등 일상 필수 기능에 집중했다. 반면 심화반은 은행 앱 활용, 온라인 쇼핑, 숏폼 영상 제작, ChatGPT 등 AI 활용법까지 포함해 ‘생활-금융-AI’로 이어지는 단계적 교육을 제공는 구체적인 실무 교육이 진행 됐다.



이번 교육에서는 총 5개 반에 100명이 수강 했다. 진교훈 강서구청장은 “시니어가 디지털 기기 환경에 적응하도록 돕는 것은 자립과 사회 참여를 높이는 공공의 책무”라며, 앞으로도 “교육을 통해 어르신이 사회 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장 사례 : 은평구 ‘찾아가는 시니어 디지털 스쿨’

서울 은평구 또한 독거 어르신의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찾아가는 시니어 디지털 스쿨’을 운영하며 눈길을 끌었다. 카카오임팩트 후원으로 7월 한달간 진행된 이번 교육은 독거 어르신 20명을 대상으로 매주 화요일, 총 4회에 걸쳐 생활 중심의 스마트폰 실습을 제공했다.



교육 내용은 시니어에게 가장 친숙한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카카오T(택시·KTX 예매), 카카오맵(경로 찾기), 카카오페이(결제·송금), 금융사기 예방 교육 등 실생활 적용도가 높은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특히 카카오 후원으로 제공되는 맞춤형 교재와 돋보기·휴대용 충전기·터치펜 등이 포함된 학습 키트는 수강생들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1회기 교육 이후 한 어르신은 “혼자 하면 무서워서 결제를 못 했는데, 금융사기 예방교육까지 함께 하니 안심된다”고 말했고, 또 다른 수강생은 “강사가 여러 명이라 개인별 질문이 가능해 한 달 후 내 모습이 기대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장의 반응은 명확하다. 시니어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교육은 실습형·생활형·반복형·심리적 안전을 보장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시니어를 비용이 아닌 ‘경험 자산’으로 보는 정책 전환 필요

AI·알고리즘 시대에서 시니어가 배제될 경우 그 피해는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로 확산된다.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시니어가 디지털 경제에서 이탈할 경우 사회적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시니어가 AI 도구를 활용해 자기효능감을 회복하면 이는 세대 통합과 지역 공동체 회복의 촉매가 될 수 있다.이를 위해 정부·지자체는 다음과 같은 제도적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



첫째, 생활동반형 디지털 리터러시 체계 구축이다. 금융·의료·행정 등 필수 서비스 중심의 실전 교육을 정규화하고, 시니어 맞춤 챗봇을 도입해 24시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 커뮤니티·가족·청년 멘토단이 참여하는 ‘동반 학습 모델’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시니어 디지털 코칭 제도 도입이다. 공공 앱의 글씨 크기 확대, 인증 절차 단순화, 단계 축소 등 사용성 표준화를 의무화하고, 지자체 단위의 ‘시니어 사용성 평가위원회’를 통해 정책·앱 개발 초기부터 고령층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셋째, 세대 간 상호 리터러시 문화 확산이다. 젊은 세대의 기술 역량과 시니어 세대의 사회적 경험이 상호 보완되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학교·도서관·복지관을 연계한 상호 교육 프로그램은 기술과 지혜가 순환하는 ‘세대 통합 플랫폼’이 될 수 있다.



AI 시대, 시니어는 배려 대상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 역량

AI 기술은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도구다. 시니어가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추는 순간, 그들은 사회의 부담이 아니라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떠받치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금처럼 단기 강의 중심의 정책에 머문다면 1,000만 시니어의 디지털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시니어 디지털 권리를 명확히 보장하고, AI 시대에 맞는 장기적·생활 기반 정책으로의 대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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