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車 보험료 총대 멘 삼성화재…인상 시점 언제?

[ 더리브스 ] / 기사승인 : 2025-11-20 13:10:2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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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황민우 기자] 
[그래픽=황민우 기자]




손해보험업계 1위 삼성화재가 자동차 보험료 인상을 선제 예고했다. 수년간 인하정책으로 심화된 자동차 보험료 적자를 더는 지켜볼 수 없었던 배경에서다.



업계 맏형인 삼성화재가 인상 검토를 공식화하자 다른 손보사들도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간 누적된 인하로 적자가 가중됐지만 섣불리 인상 얘기를 꺼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보험료 인상이 반영될 예상 시점은 뚜렷하진 않다. 내년 초에 인상분을 반영하려면 연내 계획이 윤곽을 드러내야 하는데 아직 삼성화재도 인상을 검토하겠다는 언급이 전부다.





자동차보험 분기 650억원 적자







자동차보험 합산비율 영향. [사진=삼성화재 제공]




삼성화재 권영집 자동차보험전략팀장은 지난 13일 열린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4년간 자동차보험 요율을 계속 낮춰오면서 손해율과 보험 손익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합산비율 수준을 고려할 때 내년 보험료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삼성화재는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이 1조7836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줄었다. 보험계약마진(CSM) 총량이 늘면서 상각익이 증가한 건 순익에 기여했지만 손해율 상승에 따른 보험금 예실차 축소는 여느 손보사와 마찬가지로 피할 수 없었던 결과다.



실제로 보험손익은 1조21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 줄었는데 가장 큰 원인은 자동차보험에 있었다. 연속된 요율 인하와 자연재해, 차량 운행 증가에 따른 교통사고와 병원 이용 증가, 계절성 질환 등이 보험금 청구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예실차는 확대됐다.



자동차보험 손익은 누적 3분기 340억원 손실로 120.8% 줄었으며 분기 별도로도 650억원 적자로 564.3% 대폭 감소했다. 그 결과 누적 3분기 기준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더한 합산비율은 100%를 소폭 초과한 100.8%가 됐다.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손보사 차보험 손해율 연중 고공행진





삼성화재가 내년 자동차보험 인상 계획을 올해 업계 처음으로 공식화하자 동종업계는 뒤에서 조용히 한마음인 분위기다. 지난 4년간 보험료 인하를 거듭해오며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적자를 면하기 어려워진 상황인 건 매한가지여서다.



주요 손보사별로 3분기 자동차보험 손익은 삼성화재에 이어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 KB손해보험이 모두 500억원대 적자로 집계됐다. 메리츠화재 역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자동차보험에서 164억원 손실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들 5대 손보사를 보면 지난달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93.2%로 지난해 대비 7.1%p 상승해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누적 기준으로도 손해율은 85.2%로 평균 80-82%인 손익분기점 수준을 넘어선다. 이 같은 손해율 수치는 연중 이어지고 있어 업계에선 우려가 크다. 보험상품을 팔아도 결과적으론 적자가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줄어들었던 운행량은 교통사고 감소로도 이어져 손해율 하락으로 직결됐다. 하지만 팬데믹 상황이 공식적으로 종결된 2023년 이후 차량 운행이 다시금 증가하면서 늘어난 교통사고 등으로 보험금 청구가 불어난 게 현실이다.





삼성화재 인상 임의로 못해…당국 판단 관건





개별 보험사들은 통상 보험료를 인상할 때 새로 시작하는 한 해를 앞둔 연말 당국에 관련 계획을 보고하고 조율한다. 가격을 조정하는 건 자율이기에 문서 등을 작성해 당국에 서면으로 보고하는 건 아니지만 보험이라는 규제산업 특성상 이 같은 과정은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



한마디로 보험사들은 당국 눈치를 봐야 한다는 얘기다. 연말 보험료 조정 내용이 어느 정도 당국과 암묵적으로 합의가 돼야만 보험사들은 해당 계획을 발표하고 이듬해 적용할 수 있다. 연말·연초 조율된 내용이 없다면 보험료 조정이 반영되는 시기는 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다.



적자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삼성화재가 보험료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당장 내년 초부터 적용할 수 있을진 미지수인 이유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아직 인상을 언제하겠다고 정한 건 없다”라며 “인상을 하려고 해도 임의로 할 수 있는 보험상품의 성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손보사들도 공식적인 언급이 없었을 뿐 삼성화재를 비롯한 손보사들은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올해에도 이미 당국에 꾸준히 개진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당국이 포용금융을 내세워 표현만 달라진 상생금융 기조를 이어가고 있기에 보험료율 인하 압박은 여전하다는 점이다.



보험사들은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0.6%에서 2.8%씩 자동차 보험료율을 낮춰왔다. 그간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보험금 청구 수준 역시 올라간 점을 감안하면 보험료 조정을 마냥 미루긴 어렵다는 얘기다. 보험료 조정이 연내 합의돼 내년 초 적용돼야 보험사로선 실적 부담을 덜게 된다. 다만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당국이 정무적 판단을 내린다면 보험료 인상은 하반기에나 가능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이 이뤄질 예상 시점을 묻는 더리브스 질의에 “원칙적으로는 12월이나 1월 정도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와야 전산에 반영해서 2월이나 3월 정도 가능하다”라며 “중순에 하기에는 실적 회복이 어려워지고 반토막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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