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인간의 인지에 미치는 영향…폭력 갈등 위험 높인다

[ 비건뉴스 ] / 기사승인 : 2025-11-05 13:12:1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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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뉴스=최유리 기자] 기후변화가 단순히 환경 문제를 넘어 인간의 행동 양식과 사회적 갈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극심한 폭염과 가뭄, 태풍 등 이상기후가 잦아지면서 사람들의 심리적 긴장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지역 간 폭력 충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로 인한 불안정한 환경이 인간의 인지 체계에 작용해 ‘적대적 귀인 편향(hostile attribution bias)’을 강화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타인의 행동을 악의적인 의도로 해석하는 경향으로, 사회 심리학과 범죄심리학에서 폭력적 행동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군중 속에서 실수로 다른 사람을 밀었을 때 상대방이 이를 고의로 받아들이는 경우나, 물 부족 지역의 농민이 이웃의 우물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보고 ‘물을 훔쳤다’고 의심하는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기후로 인한 장기적 스트레스 상황은 이러한 왜곡된 판단을 강화해 집단 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프리카 동부의 에티오피아와 케냐에서는 강수량이 소폭 줄어들 때마다 지역 사회 간 폭력 분쟁이 급증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인도 북부에서도 1965년과 1966년 연이은 가뭄이 농촌 불만을 확산시켜 마오이스트 반군의 성장으로 이어졌다고 알려졌다.





역사적으로도 유사한 현상이 있었다. 4세기 로마 제국이 지배하던 영국 지역에서는 잇단 가뭄으로 인한 식량난이 발생했고, 사회적 혼란 속에 픽트족과 색슨족 등의 침입이 격화되며 결국 로마군이 철수했다.





기후 스트레스는 단순한 자원 갈등을 넘어 인간의 ‘자기 통제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뇌의 전전두엽은 의사결정과 행동 조절을 담당하는 부위로, 지속적 피로에 노출되면 기능이 떨어진다. 연구에 따르면 정신적 피로 상태는 폭력성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특히 극한의 기후 상황은 이 같은 인지 피로를 심화시킨다.



실제로 한국과 핀란드 연구에서는 온도 상승과 폭력 범죄 간의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우리나라의 한 연구에서는 1991년부터 2020년까지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폭행으로 인한 사망률이 1.4% 증가했으며, 핀란드 연구에서는 동일 조건에서 폭력 범죄율이 1.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높은 온도가 인간의 자제력과 감정 조절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기후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역 간 자원 불균형을 완화하는 물 관리 시스템, 공정한 자원 분배를 위한 제도적 장치, 교육과 협력 기반의 지역사회 프로그램이 그 예다.





네팔 동부 코시강 유역에서는 상류와 하류 지역 간의 물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협력 모델이 도입됐다. 상류 지역 마을은 수질 관리와 보전을 담당하고, 하류의 단쿠타 지방정부는 상류 지역에 물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며 생태 보전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갈등의 연관성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심리적 반응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지적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대응한다면, 기후로 인한 사회적 긴장을 폭력으로 발전하기 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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