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전환의 시대입니다. 기존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어요.” 국제정치학자 김지윤 박사는 현재의 국제정세를 한마디로 이렇게 정의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간 지속된 국제 질서가 균열을 보이며, 세계는 다시 방향을 잃은 듯한 모습이다. 그는 이러한 시대 흐름에서 기업의 리더들이 가져야 할 전략적 시야와 판단 기준을 강조했다.
![리더십의 본질은 실행보다 ‘결정의 통찰’에 있다. [출처: 가인지캠퍼스]](https://www.casenews.co.kr/news/photo/202505/17835_39047_5442.png)
미국이 만든 질서를 무너뜨리는 미국
김지윤 박사는 UN, WTO 등 전후 국제기구를 예로 들며, 이 질서가 본래 미국이 주도해 구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미국이 오히려 자신이 만든 체계를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UN이나 WTO 같은 규범은 미국 주도의 글로벌 질서였죠. 그런데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처럼 그 질서를 무너뜨리는 인물들이 바로 미국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정치적 이슈가 아니라, 다극체제(multipolar world)로의 구조적 전환이라고 진단했다. 기존의 단일한 국제 규칙이 사라진 자리엔 불확실성과 경쟁이 일상화된 새로운 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도 지정학적 감각이 필요하다
많은 기업인들은 국제정세를 ‘남의 이야기’로 여긴다. 그러나 김 박사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밀가루값과 유가가 국내에 미친 영향처럼 글로벌 이슈는 언제든 기업의 경영 환경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글로벌 공급망은 이미 얽히고설켜 있습니다. 단일국 내수만으로 기업 전략을 세우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일수록 세계 흐름에 대한 민감도와 전략적 해석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보 자체가 아니라 그 정보가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측보다 해석의 감각”…김지윤 박사가 말하는 전환기 리더의 전략적 시야 [출처: 가인지캠퍼스]](https://www.casenews.co.kr/news/photo/202505/17835_39050_00.png)
전환기의 리더는 결정의 질이 다르다
김지윤 박사는 리더십의 본질을 ‘결정의 순간에 발휘되는 통찰력’으로 본다. 위기 상황에서 과거의 성공 공식을 반복하는 것이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 있으며, 과거의 프레임을 버리고 새로운 해석을 시도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많은 기업이 자신을 키운 기술이나 사업모델에 집착하다가 쇠락합니다. 리더는 신호를 포착하고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는 오늘날의 리더십은 단순한 실행력이 아니라, 변화의 기류를 감지하고 해석할 수 있는 감각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왜 ‘글로벌 사우스’인가
김 박사는 최근 세계 경제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에 주목하고 있다. 인구 구조, 자원 보유량, 지정학적 영향력 측면에서 이들 지역은 향후 수십 년간의 핵심 지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 광물이 있는 지역, 인구가 증가하는 지역, 산업의 확장성이 큰 지역을 주시해야 합니다. 단순히 가격이 싼 곳이 아니라, 미래 성장의 중심이 되는 곳입니다.”
그는 해외 시장 진출을 고려하는 기업이라면 정치·경제·사회·외교 구조 전반을 함께 해석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인지컨퍼런스에 연사로 나서는 김지윤 박사[출처: 가인지캠퍼스]](https://www.casenews.co.kr/news/photo/202505/17835_39049_589.png)
불확실성의 시대, 리더에게 필요한 감각
김지윤 박사는 인터뷰 말미에서 “앞으로는 시장의 크기보다 방향성과 연결의 감각이 중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경쟁이 치열한 내수보다는 변화 가능성이 큰 외부 환경에 주목하고, 기회를 선제적으로 포착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예측하기 더 어려워졌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읽어야 합니다. 내수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분명해지는 시대입니다.”
그의 말처럼 지금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미래를 ‘맞히는 감각’이 아니라, 변화를 ‘읽고 연결하는 감각’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