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국제뉴스) 이정주 기자 = '미스터 매직' 세미 사이그너(튀르키예·웰컴저축은행)가 환갑아 넘은 나이에 PBA 월드챔피언십 정상에 올랐다.
17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SK렌터카 제주특별자치도 PBA-LPBA 월드챔피언십 2025' PBA 결승전에서 사이그너는 세트스코어 4:1로 '튀르키예 후배' 뤼피 체네트(하이원리조트)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 후 사이그너는 기자들과 만나 우승 소감과 역경을 극복한 과정을 털어놨다.

"발가락 부상, 역경을 극복한 우승"
사이그너는 지난 2월 주방에서 무거운 냄비가 떨어지며 오른발 4번째 발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그는 "병원에서 최소한의 조치로 뼈를 맞추고 붕대를 감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목발을 짚어야 했고, 한 달 가까이 아내의 병수발을 받으며 생활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기간 동안 팀리그 5라운드와 포스트시즌에 참여하지 못한 것에 대해 "팀을 돕지 못해 슬프게 생각했다"고 안타까웠던 심정도 털어놨다.
그는 "대회 연습을 할 시간이 이틀밖에 남지 않았을 때 기분이 굉장히 다운됐지만, 이를 계기로 정신을 붙잡을 수 있었다"며 "이렇게 크고 어려운 대회에서 역경을 극복하고, 멘털적으로도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나이는 상관없어, 젊다고 느낀다"
만 60세 6개월 7일의 나이로 최고령 챔피언이 된 사이그너는 나이에 대한 질문에 "나는 나이를 신경쓰지 않는다. 지금도 젊다고 느끼고, 힘이 넘친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그는 농담처럼 "내가 PBA에 처음 참가했을 때 대머리였는데, 최고의 모발이식을 받고 외모가 젊어지면서 마음도 젊어졌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나와 경쟁하는 선수들은 15~20살 이 상 차이가 나는 젊은 선수들이다. 그들은 열망과 에너지가 넘친다. 하지만 나는 수많은 대회에서 우승을 해봤기에 풍부한 경험이 있다"며 "프로 당구 선수로서 언제나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하고, 매번 이겨야 한다. 그것이 챔피언의 마음가짐이다"고 강조했다.


"강인한 신체 유지가 당구와 인생에 도움된다"
사이그너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강인한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운동한다. 그는 "발가락을 다치고 한 달 동안 근육량이 많이 줄었다. 나이가 들면서 신체 변화가 크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제주도에 와서 부라크 하샤시(하이원리조트)와 매일 1만 6000보씩 걸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꾸준히 걸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구는 힘이 있어야 하는 스포츠다. 강인한 신체가 당구에 큰 도움이 된다"며 "당구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강한 신체는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비시즌에 운동을 더 열심히 할 계획이다. 아직 나에겐 많은 에너지가 남아있고, 에너지를 방출해야 하는 스타일이다"고 덧붙였다.

"소속팀 변화와 마인드 컨트롤이 성적 향상의 열쇠"
사이그너는 지난 시즌과 비교해 이번 시즌의 차이점에 대해 "소속팀이 바뀐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웰컴저축은행 동료들과 구단 관계자들이 나에게 잘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시즌 데뷔 후 이번 시즌 초반까지 부진했던 이유는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고국과 한국을 오가는 생활이 지루했고,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것이 외로웠다. 인생을 즐기고, 당구를 즐기는 법을 까먹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는 "아내와 많은 얘기를 나누고, 하비에르 팔라손(스페인·휴온스)과 하샤시 선수와의 대화를 통해 마인드를 바꿨다"며 "당구를 즐기고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아내와의 이별이 가장 힘들었다"
사이그너는 한국에서의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아내와의 이별을 꼽았다. 그는 "나는 가정적인 사람이라 아내와 떨어져 사는 것이 힘들다. 아내가 한국에 와서 같이 생활한다면 더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내가 없었다면 이번 우승도 없었을 것"이라며 아내에 대해 각별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도 잊지 않았다.
"팬들에게 감사하다"
사이그너는 팬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팬들의 응원이 나에게 큰 힘이 됐다. 특히 한국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에 감동받았다"며 "앞으로도 더 좋은 모습으로 팬들을 만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사이그너는 이번 우승으로 2억원의 상금을 획득하며, PBA에서 활약한 이 후 누적 상금 3억5100만원으로 지난시즌 데뷔 후, 불과 두 시즌 만에 누적 상금 랭킹 6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