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올해 8·15 광복절 경축식이 정부와 광복회 두 쪽으로 갈라져 따로 치러졌다. 해방 후 79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이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광복회는 정부 주최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고 별도 기념행사를 열었다. 여기엔 민주당 지도부 등 야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고, “윤석열 대통령 퇴진” 요구 등이 나왔다. 광복회의 이런 행위는 신임 독립기념관장 인사에 ‘친일’이라고 반발해 온데 기인하고 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통일 독트린’을 발표하며 진정한 광복을 향해 나아가자고 했다. 같은 시각 이종찬 광복회장은 “친일 사관에 물든 저열한 역사 인식이 판치고, 독립운동을 폄훼하며 건국절을 들먹이는 이들이 보수를 참칭하고 있다”고 했다.
위의 상황을 살펴보면 광복절 행사가 두 쪽 난 원인은 ‘건국절’에 대한 견해차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가 이미 건국절과 정부수립일을 주제로 소견을 밝힌 바가 있다. 하여 다시금 건국절 논란과 관련하여 필자의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먼저 우리나라의 역사를 살펴보자.
붙임의 참고자료에서 보듯이 우리 역사는 단군왕검에 의해 세워진 고조선 시대로부터 현재까지 4,397년을 한반도에서 살아오고 있다. 그 기간 동안 한반도에 살고 있는 백성들은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켜왔다. 변한 것이 있다면 통치의 주체만 바뀌면서 고조선에서 삼국시대,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거쳐 대한민국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우리는 단군왕검이 나라를 세운 10월 3일을 개천절로 하여 국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기념하고 있다.
다음으로 건국(建國)의 의미를 살펴보자.
건국이란 “나라를 세우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아무런 기반 없이 기초부터 새로 만드는 나라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국가의 성립요건과 관련하여 1933년 12월 26일 채택되고 1934년 12월 26일 발효된 ‘몬테비데오협약’에 의하면 국가는 ① 영구적 주민, ② 명확한 영토, ③ 정부, ④ 타국과 관계를 맺는 능력 등 4가지를 갖추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한반도에서의 국가를 살펴보자. 기원전 2333년 단군이 이 땅에 나라를 세웠을 때, 한반도라는 영토와 그곳에 살고 있는 백성, 그리고 이들을 다스리는 통치주체가 있었다. 명확하게 국가의 성립 요건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고조선 다음으로 고구려·백제·신라 3국 시대를 거쳐 통일신라 시대가 있었다. 통일신라에 이어 고려와 조선 및 대한제국 시기가 있었고, 일제 식민시기를 거쳐 오늘의 대한민국에 이르고 있다.
위와 같은 시기를 거치는 동안 한반도라는 영토와 그곳에 살고 있는 백성들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다만, 각 시기별로 통치의 주체에는 변화가 있었다. 영토와 국민은 그대로인데 통치의 주체가 바뀌었다고 새로운 나라가 세워졌다고 할 수 있을까. 이미 세워진 나라의 국민과 영토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통치의 주체가 바뀐 것이라면 ‘건국일’을 논하는 것은 아무런 실익이 없다고 본다. 한반도라는 영토와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그대로 존재하는 상황이라면 통치의 주체인 정부가 새로이 자리한 ‘정부 수립일’은 다르게 규정할 수 있다. 이를테면 상해에서 임시정부를 수립한 1919년4월 11일은 임시정부 수립일이고, 1948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 정식 정부 수립일이 된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건국절 논란이 있다.
1948년 8월 15일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을 국경일로 ‘건국절’ 또는 ‘건국기념일’로 지정하자는 주장과 이에 따른 정계 및 학계의 논란이 그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건국일은 단군왕검의 고조선이 세워진 10월 3일이고, 이후의 국가에 대하여는 통치주체의 변경에 따른 정부 수립일로 정리하면 된다. 올해의 경우 광복 79주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76주년으로 규정하면 별다른 논란이 있을 수 없다.
학문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아무런 실익이 없는 건국절 논란을 가지고 국가 대사인 광복절 행사를 파행으로 매조지한 현실이 안타깝다.
필자가 정리한 대한민국 국가 역사를 참고자료로 덧붙인다.
(참고자료) <대한민국 국가 역사>
1. 단군왕검의 고조선(BC 2333-BC108년)
아사달에 도읍을 정하고 나라를 세움⇒이날 10월 3일을 개천절로 하여 국경일로 기리고 있음
BC 108년 한나라의 위만에 의해 멸망⇒고조선 영역에 낙랑군-임둔군-현도군-진번군 등 漢4郡을 설치하였음
2. 삼국시대
가. 고구려(BC 37-660년)
BC37년 건국이 삼국사기에 근거하고 있으나, 광개토대왕릉비의 내용으로 미루어 보면 BC 132년 쯤으로 추정됨
나. 백제(BC 18-668년)
BC 18년 부여족 계통의 온조집단에 의해 현재의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건국
수도를 한성(서울)⇒웅진(공주)⇒사비(부여) 순으로 옮겼음
다. 신라(BC 57-AD 676-AD 936년)
BC 57년 건국
고구려, 백제를 제압하고 당나라와의 전쟁을 거쳐 삼국통일을 이룸
라. 발해(698-926년)
고구려 출신 대조영이 고구려 유민과 말갈족을 모아 옛 고구려 땅인 동모산(현재 중국 돈화현으로 추정)에서 건국
712년 당나라에서 ‘발해군왕’으로 불리면서 발해로 불리게 됨
3. 통일신라(676-936년)
삼국통일전쟁(642-668년)
당나라와의 전쟁(670-676년)
후삼국시대(889-936년)
4. 고려시대(918-1392년)
왕건이 고구려의 후예라는 의미에서 고려라는 국호로 건국
5, 조선시대(1392-1910년)
이성계가 건국 후 519년 동안 27명의 임금이 나라를 다스림
6. 일본 제국주의 시대(1910-1945년)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국권을 침탈당하고 35년간 식민지배를 받음
7. 해방 후 과도기(1945-1948년)
일본 식민통치에서 벗어나며 미국과 소련에 의한 신탁통치 상황을 거부하며 자주독립의 기반을 마련한 시기
8. 대한민국 시대(1948.8.15.-현재)
해방 후 자주독립 국가를 성립시키기 위해 1948.5.10. 남한 지역 만의 총선거를 통해 의회를 구성하고, 헌법을 제정(7.17)한 후 공식적인 대한민국 정부 수립(8.15)을 선언하고 현재에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