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시즌 이후 5년 만에 11승을 올린 임찬규(LG 트윈스)가 대권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LG는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KBO리그 SSG랜더스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9-5로 이겼다. 앞서 열린 더블헤더 1차전에서도 8-3으로 승전고를 울렸던 LG는 이로써 4연승을 달리며 74승 2무 47패를 기록, 단독 선두를 굳게 지켰다.


이날 LG의 선발투수는 임찬규. 단 경기 초반 상황은 그에게 좋게 흘러가지 않았다. 1회초 한유섬에게 1타점 적시타를 내주며 선제 실점을 범했다. 2회초에는 삼자범퇴 이닝을 완성했으나, 3회초에도 흔들렸다. 최정(좌월 2루타), 한유섬(사구), 박성한(볼넷)에게 모두 출루를 헌납했고, 여기에서 하재훈에게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맞으며 두 번째 실점을 떠안았다.
그러나 무너지지 않았다. 4회초 들어 조형우(우익수 플라이)와 기예르모 에레디아(3루수 땅볼), 최주환(2루수 땅볼)을 차례로 잠재웠다. 이때까지 그는 총 94개의 볼을 뿌렸다.
다소 많은 투구 수였지만, 임찬규는 5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 꿋꿋히 투구를 이어갔다. 그 결과 그는 최정(1루수 파울 플라이), 한유섬(삼진), 박성한(2루수 땅볼)을 상대로 차분히 아웃카운트를 늘린 채 이날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최종성적은 5이닝 6피안타 2사사구 4탈삼진 2실점. 총 105개의 공을 던진 가운데 체인지업(41구)을 가장 많이 활용했으며, 패스트볼(33구), 커브(27구), 슬라이더(4구)를 곁들였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6km까지 측정됐다.
팀이 9-2로 앞선 상황에서 공을 후속투수 백승현에게 넘겨준 임찬규는 LG가 동점을 허용하지 않고 9-5로 이김에 따라 시즌 11승(3패)째를 올렸다. 11승은 그의 개인 단일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으로 지난 2018시즌(당시 11승 11패 1세이브) 이후 5년 만이다.
경기 후 염경엽 LG 감독은 “(임)찬규가 초반에 어렵게 승부를 하면서 투구 수가 좀 많았지만, 선발로서 자기 역할을 잘 해줬다”고 그의 공을 치하했다.
임찬규는 “경기 초반 안 좋았을 때도 감독님이 일단 똑같이 던져보라고 하셨다. 3회가 끝나고 감독님께서 초반과 다르게 (팀의 승, 패와 기록 등의) 숫자들이 보이니 너무 잘하려고 하는 거 같다고 말씀하셨다”며 “홈런을 맞고 안타를 맞아도 좋으니 다른 것에 신경 쓰지 말고 가운데로 던진다고 생각하고 던지라고 하셨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제구가 맞기 시작했다. 덕분에 4, 5회를 잘 던진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2011년 1라운드 전체 2번으로 LG의 지명을 받은 뒤 지난해까지 51승 69패 평균자책점 4.80을 작성 중인 임찬규는 올 시즌 인상 깊은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초반 롱릴리프로 활동했으나, 연이은 호투로 선발진에 안착해 활약 중이다. 최근에는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여전히 LG 선발진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여기에는 염경엽 감독의 지도가 있었다. 지난해 말 LG의 지휘봉을 잡은 염 감독은 임찬규에게 피치 디자인을 바꿀 것을 주문했고, 이를 잘 수행한 임찬규는 LG의 믿을 만한 선발 자원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이날도 사령탑은 임찬규를 일찍 내릴 수 있었음에도 끝까지 신뢰를 잃지 않았고, 임찬규는 보답이라도 하듯 5회까지 최소 실점으로 버텼다.
임찬규는 “2020년 이후 100구 이상 던진게 오랜만인 것 같다. 감독님이 기다려주고 믿어주셔서 가능했고, 수비와 타석에서 도와준 게 힘이 됐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날 승리로 LG는 지난 1994년 이후 29년 만의 왕좌 도전에 청신호를 키게 됐다.
임찬규는 “팬 분들께 너무 감사드린다. 추운 날 뜨거운 눈물을 함께 흘리고 싶다”고 대권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잠실(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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