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는 보이지 않는 내홍을 겪었다. 1군 외국인 지도자들을 남기지 않은 것도 이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다만 외국인으로는 홀로 남은 서튼 감독이 다소 외롭게 됐다. 속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만한 1군 코치가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문제는 이럴 때 생길 수 있다.
서튼 감독은 올 시즌이 계약 마지막해다. 아직 지휘봉을 잡은 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자칫 서튼 감독이 고립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팀 성적이 조금 삐끗하게 되면 내재했던 불화의 불씨에 불이 붙을 수 있다.
그러나 롯데의 불화는 우려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중간에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코치가 있기 때문이다.
박흥식 수석 코치가 있다는 것은 롯데에 행운이라 할 수 있다.
박 수석은 코칠 스태프 진용이 짜진 뒤 코치들을 불러 놓고 이런 말을 했다.
“감독을 흔들려는 그 어떤 시도도 받아들이지 않겠다. 서튼 감독님이 소신을 갖고 자기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다. 코치들도 각자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달라. 다른 생각 품지 말고 오로지 롯데만 보고 야구하자.”
계약 만료를 앞둔 감독은 누구나 외로울 수 밖에 없다.
성적이 조금만 출렁여도 큰 여진이 생길 수 있다. 게다가 외국인 감독이라면 더욱 힘든 시즌이 될 수 있다.
내부에 파벌이 생길 수도 있고 감독의 지시에 불응하는 사고가 생길 수도 있다.
박 수석은 이런 문제들은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감독 대행까지 거치며 쌓인 노하우에서 나온 이야기다.
박 수석은 주어진 일에 충실한 지도자다.
김기태 감독이 갑자기 사퇴하며 KIA 감독 대행을 맡았을 때도 “나는 다시 2군으로 돌아갈 사람”이라는 말을 밥 먹듯이 했다.
박 코치라고 KIA 그룹에 연줄 하나 들이밀지 못했을 리 없다. 나름 KIA를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유력 차기 후보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박 코치는 감독이 되려고 움직이지 않았다. 김기태 감독이 물러선 것은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몸을 낮췄다.
서튼 감독이 어려움을 겪으면 직접 나서 고민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할 스타일이다.
박흥식 코치의 존재감은 롯데에서 매우 크고 중요하다 할 수 있다. 박 코치가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로서는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박 수석이 걸어 온 길이 이를 증명한다. 어떻게든 서튼 감독을 최대한 보좌해 팀이 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는 인물이다.
박흥식 수석 코치가 있는 한 롯데 코칭스태프에서 파벌이 만들어지거나 불화가 생길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롯데는 걱정 하나는 덜어 놓고 시즌을 시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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