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 위로 올라오면서 분출하는 것이 화(火)이고, 땅 아래에는 흐르는 강물처럼 유연하게 변화를 수용하는 것이 수(水)이다.
또 목, 화, 토, 금, 수의 기운으로 이뤄진 것이 우리의 ‘몸’이기도 하다.
대구미술관 고재령 학예연구사는 “우리 미술에 존재하는 근원적인 미의 가치와 정신에 관해 소개하는 전시”라며 “이번 전시에서는 세상을 이루는 만물의 근원 중에서도 물, 불과 인간의 몸이 관계하는 동시대 미술을 모색한다”고 설명했다.
대구미술관이 31일부터 올해 첫 기획전시로 대구포럼Ⅱ ‘물, 불, 몸’을 개최한다.
대구미술관은 매년 ‘대구포럼’ 프로젝트를 통해 동시대 현대미술의 주요 흐름과 이슈에 집중하는 전시를 선보였다. 올해 주제는 ‘물, 불, 몸’이다.
오는 5월14일까지 대구미술관 2, 3전시실과 선큰가든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물을 이용해 한국 단색화의 진면목을 선사하는 김택상 작가와 불을 이용해 광물질 덩어리를 녹여 만든 조각의 물성을 파고드는 윤희 작가, 몸의 움직임을 통해 자연의 생명력과 우주의 근원적인 힘을 전달하는 황호섭 작가가 참여한다.
40년 이상 작업해온 이들은 물, 불, 몸의 특징이 결국 우주는 연결돼 서로 얽혀 있고, 우주가 우리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프랑스와 국내를 무대로 활동하는 조각가 윤희 작가는 1980년대 초 금속재료를 수집하며 다양한 물성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부터는 하나의 주형(거푸집)을 사용해 다양한 주물을 만들어 낸다. 주형은 대략 150~300㎏으로 원뿔, 원기둥, 구 등의 모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유의 거친 질감의 조각 작품들을 선보인다.

찰랑거리는 물빛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사각형의 틀에 아크릴 물감을 희석한 물을 부어 캔버스가 잠기게 한 후 물에 잠기는 표면의 면적과 침전되는 시간을 조절하는 과정과 건조하는 작업 과정을 통해 화면을 구성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물을 이용한 색채의 미묘한 번짐과 겹침의 효과를 통해 후기 단색화의 새로운 흐름을 만날 수 있다.

화면에 붓질을 가하지 않고 물감을 캔버스 위에 떨어뜨리거나 붓는 드리핑 기법을 이용해 물감을 흩뿌리는 작업이다.
캔버스의 표면에 흩뿌려진 아크릴릭 물감 알갱이들은 응고의 시간과 함께 건조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내 작가가 분사하는 물줄기에 의해 중심이 씻기면서 실반지와 같은 원형의 무수한 색 띠 알갱이들로 변신한다.
이는 구리, 사금, 망간, 운모 등의 광물이 섞인 안료가 연출해 내는 빛의 효과로 헤아릴 수 없는 별들로 채워진 무한의 우주 공간과 에너지를 드러낸다.
최은주 대구미술관 관장은 “전시 ‘물, 불, 몸’은 회화, 설치, 조각 등 다양한 매체로 물과 불과 몸의 다름과 같음, 이들의 연결성을 소개한다”고 말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