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할머니의 나라' 에서 당한 수모, 라셈 입단부터 퇴출까지

[ MHN스포츠 ] / 기사승인 : 2021-11-28 11:00:0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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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난 27일, GS칼텍스전에서 서브를 준비하는 라셈ⓒ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사진= 지난 27일, GS칼텍스전에서 서브를 준비하는 라셈ⓒ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할머니의 나라' 에 꿈을 안고 왔다가 상처만 안고 돌아가는 라셈이 아쉽다.



지난 27일, 화성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2 V-리그' 여자부 경기에서 GS칼텍스가 IBK기업은행을 3-0(25-23, 25-23, 25-15) 으로 격파했다.



이 날 경기 직전 기업은행에서 뛰던 외인 용병 레베카 라셈(등록명 라셈)에 대한 전격적인 교체가 발표되었다. 대체 선수로는 터키 리그에서 활약한 달리 산타나(미국)가 3라운드부터 들어오게 된다.



시즌 도중 느닷없는 외인 교체가 흔하지 않은 일이라는 점을 미뤄보아, 현재 기업은행의 내부 사정이 얼마나 불안정한지 알 수 있다.



게다가 교체 과정은 더 엉망이다. 라셈은 화성에 도착한 이후 자신이 퇴출된다는 소식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인 교체를 당일 즉석에서 결정한 최악 중 최악의 일처리가 아니라면, 라셈에게 교체 사실을 전달할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끝까지 자충수로 대응했다. 라셈은 무례한 당일 통보를 받고도 이 날 최선을 다했다.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리며 열심히 뛰었다. 라셈은 끝까지 예의를 지켰지만 구단은 그렇지 못했다.




사진= 지난 27일, GS칼텍스전에서 아쉬운 표정을 짓는 라셈ⓒ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사진= 지난 27일, GS칼텍스전에서 아쉬운 표정을 짓는 라셈ⓒ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97년생 라셈의 입단은 화려했고, 퇴출은 혼란했다.



라셈은 지난 4월 드래프트 당시, 전체 6순위로 IBK기업은행에 지목되었다. 직전에 라이트로 활약했던 미국 대학리그와 이탈리아 2부 팀에서 주전 선수로 뛰었지만 뾰족한 두각은 보이지 못해 의문을 품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미숙한 실력은 화려한 외모와 성실한 태도에 가려졌다. 시즌 시작 전부터 한국에서 처음 뛰는 프로 무대에 많은 기대를 보이며 관심을 모았다. 현재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세터 조송화와는 당시 서로를 '꽃(플라워) 자매' 라고 부른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라셈은 쿼터 혼혈이다. 미국인 조부와 한국인 조모를 두었다. 이와 같은 출생 배경으로 인해 본인도 한국을 '할머니의 나라' 라고 부르며 적잖은 애정을 보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라셈의 '코리안 드림' 에는 눈에 띄게 금이 가기 시작했다. 데뷔전부터 부진한 성적을 보이며 뒷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구질이 나쁜 토스에 타점을 잡는데 애를 먹고, 후반에 가서는 공격 기회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곧 외모보다 부실한 득점이 대두되며 매 경기 압박으로 작용했다.




사진= 지난 27일, GS칼텍스전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라셈ⓒ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사진= 지난 27일, GS칼텍스전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라셈ⓒ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2라운드 중반까지 타 구단 외인용병과의 끝없는 비교에 시달리던 라셈이었지만 득점을 위해 코트에서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다.



이후 조송화가 언더토스로 인해 서남원 전 감독과 불화를 빚은 사건이 드러나자, 그간 제대로 된 토스를 받지 못해 성적이 부실했다며 라셈을 감싸는 의견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한 IBK기업은행 서남원 전 감독은 매 경기 인터뷰마다 "그래도 라셈을 당장 교체하지는 않겠다", "더 키워보겠다, 자랄 수 있는 선수다" 며 교체의지가 없음을 밝혔다. 또한 김사니 코치의 감독대행 데뷔 경기에서는 좋은 토스를 받아 여태껏 보여줬던 경기 중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서 전 감독이 경질된 이후 라셈의 교체도 갑작스럽게 발표되었다.



라셈은 교체가 발표되는 순간,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할머니의 나라' 라는 따스한 타이틀은 끝내 라셈을 지켜주지 못했다.




사진= 지난 27일, GS칼텍스전에서 통역사와 대화하는 라셈ⓒ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사진= 지난 27일, GS칼텍스전에서 통역사와 대화하는 라셈ⓒ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현재 라셈은 이번 시즌 11경기 총 160득점을 올렸다. 공격성공률은 34.71%으로 득점과 성공률을 합쳐 9위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 그를 제외한 대부분의 외인 용병들은 공격 성공률이 40%를 넘는 상태다.



GS칼텍스의 강소휘가 40.31%, 152득점을 기록해 10위에 오른 것과 비교해보면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흥국생명의 켈시가 공격성공률 36.35%를 기록하고 있지만, 284점이라는 높은 득점이 이를 커버해준다. 라셈에게는 자기 자신을 변호할 '성적' 이라는 무기조차 없는 셈이다.



다만, 라셈이 다른 구단에서 활약했다면, 성적을 떠나 지금보다는 훨씬 행복하고 마음 가벼운 경기를 치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갑작스럽게 한국을 떠날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한편, 교체가 결정된 라셈은 2라운드 경기까지 IBK기업은행과 함께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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