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에 대한 현자의 경고

[ 대구일보 ] / 기사승인 : 2021-04-28 14:34:32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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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코로나19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크지만, 세계 경제 환경은 기저효과가 크든 작든 너무 빠른 것 아닌지 오히려 우려할 정도로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덕분에 우리 경제의 개선세도 점점 더 뚜렷해 지고 있을 뿐 아니라 낙관적인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어서 참 다행스러운 생각이 든다. 실제로 우리 경제는 지난 1/4분기 1.6% 성장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주요 전망기관들에 따르면 올 해 우리 경제는 3%대 중반 수준의 회복세를 보일 전망인데, 내년 3% 전후 수준에만 유지해도 잠재성장률 수준을 넘는 것으로 우리 경제 전반에 불고 있는 이런 훈풍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수가 어려운 상황에서 엄청난 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외수가 우리 경제에 지속적으로 활력을 불어넣어 줄 전망이다. 수출은 지난 해 11월부터 올 해 4월까지 6개월 연속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반도체, 승용차, 무선통신기기, 석유제품, 자동차제품, 정밀기기 등과 같은 국내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당연히 관련 기업들의 실적도 시장의 예측을 훨씬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가 잇따를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런 상황이 내년 말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처럼 시장 전반에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국내 자산시장에서의 기대감도 그만큼 커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부동산 시장은 규제 환경의 변화뿐 아니라 경기 회복기에 나타날 수 있는 빠른 물가 상승에 대한 위험회피 수단으로서의 가치가 부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이미 국내 수출기업들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어닝 서프라이즈에 대한 엄청난 기대가 주가 지수를 연일 끌어 올리고 있는 상황으로 매일매일 신고가를 기록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가상자산으로 불리는 가상화폐 또는 암호화폐는 상황이 좀 다른 것 같다. 무서운 기세로 상승하던 가상화폐 가격이 최근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 확대와 심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 배경에는 가상화폐를 화폐(금융상품)로 인정할 수는 없지만 수익에 대한 세금은 징수하겠다는 안전망 없는 규제 도입이라는 정책당국의 모순된 의중 표출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앞으로 얼마나 더 시장 불안이 이어질지 누구도 모를 일이다.

당연히 반론도 거세다. 앞서 말한 안전망 없는 규제도입 그 자체는 물론이고 블록체인 등 신기술 및 관련 산업의 발전에 대한 정책 당국의 무책임, 시장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규제 환경 등은 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 최근에는 가상화폐의 주요 투자자들인 20, 30대 청년층들이 마주한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성찰 부재에 대한 비판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반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가상화폐 거래 제도화를 통해 투자자와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강해지고 있긴 하다. 하지만, 이 또한 언제 그렇게 될 것인지 불분명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가상화폐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인 문제점들을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나심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 교수의 가상화폐 관련 비판에도 크게 신경 쓰인다. 얼마 전 한 방송에서 그는 “가상화폐 체계는 아름답고 잘 만들어졌지만, 어떤 경제적 연관성도 찾아 볼 수 없다. 비트코인은 불법 다단계 금융사기인 폰지사기(Ponzi Scheme)와 같다”고 주장한 것이다. 한 때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명목화폐를 대신할 수 있다면서 비트코인을 구매했을 정도로 우호적이었던 그가 이렇게 변했다니 신경이 쓰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니 이제라도 비트코인의 제도화와 관련된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투자자 본인을 포함해 시장 전체로는 참 다행스러운 일인 것 같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가장 합리적인 결론이 도출될 것으로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단, 거기에 이르는 과정은 여전히 더 큰 바보를 찾지 않으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일들의 연속일 것이니 현자의 경고를 새겨 들을 필요는 있을 것이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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