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아동학대 논란에 'CCTV 의무화' 논쟁 재점화…찬반 극명

[ 라온신문 ] / 기사승인 : 2025-11-22 07:38:07 기사원문
  • -
  • +
  • 인쇄


강원 춘천시 한 유치원에서 학생들이 담임선생님으로부터 교무실에서 배를 걷어차였다는 진술이 나와 경찰 수사로까지 이어지면서 '유치원 내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에 관한 찬반 논쟁에 다시 불씨를 지폈다.



2015년 CCTV 설치가 의무화된 어린이집과 달리 유치원은 아직 권고 사항에 그치고 있는 데다, 이번 아동학대 의심 사례가 발생한 유치원에는 교실과 교무실에 CCTV가 달려있기는 했으나 통신연결이 되지 않아 영상 녹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학부모단체를 중심으로 유치원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하는 이들은 아동의 안전과 학부모들의 알권리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강조하지만, 교원단체 측에서는 교육활동 위축과 근본적인 아동학대 예방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반대한다.



◇ 안전망이냐, 감시망이냐…유치원 CCTV 의무화 공방



CCTV의 본질적 기능이 '감시와 통제'라는 점에서 찬성론자들은 설치를 통한 학대 예방 효과를 기대한다.



학대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억제하고, 양측의 입장이 대립할 경우에는 불필요한 분쟁을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학대 예방에서 나아가 '아동 안전'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도 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22일 "교육 현장에서는 아이의 상처가 넘어져 생긴 건지 학대인 건지, 아동 간 싸움인 건지 알 수 없을 때가 많고, 아이들이 상황을 설명하는 데 표현이 미숙할 때가 있기 때문에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CCTV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그는 "오히려 CCTV가 선생님들의 결백을 증명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고, 학부모 입장에서도 안심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되레 서로 간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설치를 반대하는 이들은 CCTV 설치가 교권과 아동의 인권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맞선다.



강원지역 한 유치원 교사는 "모든 교사를 잠정적인 아동학대자로 결론 내고 CCTV를 설치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아이들과 교사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건 인권 침해적 요소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CCTV를 설치해 부모가 시청을 요구하면 자녀뿐만 아니라 교실에서 함께 생활하는 다른 아이들도 볼 수밖에 없다"며 "그 아이들은 이를 동의하거나 인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원치 않게 자기 모습까지 보이게 되는 것이므로 이들의 인권 보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장승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CCTV 설치를 의무화하면 교사의 교육 활동과 생활 지도가 극도로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아이들의 학습권 침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교육 활동은 신뢰 관계가 쌓인 상태에서 진행돼야 하는데 교실마저 감시의 장이 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학대에 대해서는 형사적으로 엄격하게 처벌해야 하지만 그 외에 CCTV로 제재를 가하는 것은 교육 현장에서 득보다 실이 크다"고 덧붙였다.



아동 권리 측면에서 찬성론자들은 CCTV가 의무화된 어린이집과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설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공 대표는 "연령대가 겹치는 만 3∼5세 아동들이 어린이집에 다니느냐, 유치원에 다니느냐에 따라 다른 환경에 놓이는 것도 아동 간 차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근본 대책 아냐" 공감하지만…"억제 기능", "실효성 의문" 이견



'CCTV가 아동학대 예방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느냐'는 논점에 대해서 학부모단체와 교원단체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인다.



공 대표는 "범죄 예방에 어느 정도 기여는 할 수 있지만, 근본적이지 않다는 점은 동의한다"라면서도 "억제 기능이 있다"며 CCTV 설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그는 "근본적인 건 아동학대가 없어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라며 "아이들을 때리는 게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적절히 훈육하고 지도하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공립 교사들도 CCTV 설치를 너무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말고, 아이들 안전이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바라봐줬으면 한다"며 "뜻이 있는 국회의원께서 법안을 계속 발의해 사회적 논의가 진전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장 대변인은 "제도적으로 보완이 가능하고, 학대 예방이 가능한 상황에서 CCTV를 설치해보고 판단하겠다는 건 동의하기 힘들다"며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아이들은 사회에 나가기 전에 미리 여러 갈등 구조를 겪어보고 화해, 조정, 중재를 배운다"며 "CCTV를 보고 가해자·피해자를 나누고 처벌하기 이전에 생활지도를 통한 교육적 개입이 있어야 건강한 인식이 유지되고, 바르게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도를 넘는 학대는 없어져야 하나 교사의 자율적인 교육활동을 어느 정도 용인해야 교육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으로, 현행 제도 아래에서 아동학대로 충분히 처벌할 수 있는데 CCTV를 설치해 제재를 가하는 건 교육 현장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해당 논란을 바라보는 아동 관련 기관 관계자 역시 "아동학대 예방에 있어 CCTV가 실효성 있는 대책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는 견해를 밝히며 사회적 합의의 방향이 CCTV 설치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 관계자는 "아동학대 이야기가 교권과 아동 인권을 지키는 선에서 확대돼야 하는데 각자 권리싸움을 하는 느낌"이라며 "CCTV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는 보기 어려워 CCTV 설치만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아동학대 사건을 살펴보면 CCTV 덕에 밝혀지는 부분이 있지만, 단편적인 현장만을 보여주는 만큼 '무조건 CCTV만 가지고 얘기할 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며 "논의가 도돌이표가 되지 않도록 교육 환경에 관한 부분을 폭넓게 검토하면서 CCTV 설치 문제를 다루면 좋을 듯하다"고 조언했다.(연합뉴스)

  • 글자크기
  • +
  • -
  • 인쇄

포토 뉴스야

랭킹 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