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국제뉴스) 고정화 기자 = 국내 성인 7~8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만성콩팥병 환자가 최근 10년간 2배 가까이 폭증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국가 차원의 관리체계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11일,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이 밝힌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대한신장학회 자료에 따르면, 만성콩팥병 환자 수는 2015년 17만 명에서 2024년 34만 6천 명으로 103% 증가했다.
투석 환자도 같은 기간 6만 명에서 10만 명을 넘어서며 66.7% 급증했다.
만성콩팥병은 신장 기능이 3개월 이상 저하되어 노폐물과 수분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는 질환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말기신부전으로 진행된다.
이 단계에 이르면 투석이나 이식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현재 말기신부전 유병률은 인구 100만 명당 2,608명으로 대만·일본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투석·이식 환자는 13만 7천 명에 달하며, 2023년 진료비는 2조 6,671억 원, 2024년에는 2조 8,300억 원으로 1년 만에 1,600억 원 이상 증가했다.
대한신장학회는 10년 내 총진료비가 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생존율도 심각하다.
말기신부전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2%로 전체 암 환자보다 낮고, 신장이식 평균 대기기간은 7년 7개월에 달한다.
하루 평균 6.8명이 이식 대기 중 사망하고 있으며, 대기자는 3만 5천 명을 넘는다.
서울대병원 등 24개 기관의 장기추적 연구에 따르면, 질환 단계가 높을수록 투석 이행률은 40%에서 80% 이상으로 급증하며, 조기 진단과 관리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정신적·경제적 부담도 막대하다.
아주대병원 연구에 따르면 말기신부전 환자의 28.3%가 우울·불안 등 정신질환을 겪고 있으며, 대부분은 평생 주 3회, 회당 4시간의 투석에 의존해야 해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4년 세계보건총회에서 신장질환을 비감염성질환 중 최초로 결의안에 포함시켰으며, 2050년에는 제5위 사망원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한국은 암관리법처럼 만성콩팥병에 대한 법적 근거도, 국가 기본계획도 없는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최보윤 의원은 "만성콩팥병은 국민 7~8명 중 1명이 앓는 흔한 질환이지만, 환자 10명 중 9명은 자신이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침묵의 살인자'"라며 "이미 사회·경제 전반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국가적 위협임에도 정부 대응은 턱없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암처럼 국가 기본계획 수립과 법제화를 통해 조기발견·예방·관리체계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