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난, 더는 사후 대응으로 못 막아”

[ 환경일보 ] / 기사승인 : 2025-12-11 18:02:17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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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잠긴 한강공원. 최근 집중호우, 침수, 건축물 붕괴 등 다양한 형태의 도시재난이 잇따르는 가운데, 국회에서 재난 대응체계 전환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진=환경일보DB
폭우로 잠긴 한강공원. 최근 집중호우, 침수, 건축물 붕괴 등 다양한 형태의 도시재난이 잇따르는 가운데, 국회에서 재난 대응체계 전환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진=환경일보DB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기후위기와 도시 인프라 노후화가 겹치며 홍수·침수·붕괴 등 복합적 도시재난이 반복되는 가운데, 국회에서 대응체계 전환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현장에서는 사후 중심의 기존 체계로는 위험을 관리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됐으며, 예방·데이터 기반 분석·협력형 거버넌스가 필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한국안전리더스포럼 주관으로 9일 국회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도시재난 대응력 강화 협력 거버넌스 구축 국회토론회’에는 국회의원, 정부 관계자, 학계 및 산업계 전문가 등 11명이 연사로 참여해 협력 기반 재난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최근 반복되는 도시재난이 단일 원인보다 기후위기, 도시구조 노후화, 인구밀집 등 복합적 요인으로 발생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데서 출발했다. 발제자들은 공통적으로 기존의 ‘사후 대응 중심’ 체계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으며, 도시 환경 전반을 고려한 체계적 위험 분석과 예방 중심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가 다수는 기후위기에 따른 강수 패턴 변화, 지하·지상 인프라의 위험도 상승, 도시개발 구조의 복잡성 등을 고려할 때, 중앙정부·지자체·민간이 참여하는 상시 협력형 거버넌스 체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재난은 관리 가능한 위험··· 선제적 예방투자가 핵심”



사회자로 나선 장덕배 한국기술사회 회장은 도시재난의 복합성·예측 어려움을 지적하며 “재난을 단순히 ‘발생 후 대응’의 문제로 보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의 내진설계 의무화, 독일의 통합재난관리 체계, 미국 FEMA의 기술 기반 대응 시스템 등 해외 사례를 제시하며 “선진국은 재난을 ‘관리 가능한 위험’으로 보고 전문가 협력과 예방 투자를 제도화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도 전문가 풀 확충과 연구 기반 강화가 필수”라고 덧붙였다.



기조발제에서 신병곤 국재난안전정책연구원 원장은 도시재난 위험 증가와 현행 대응체계의 한계를 짚으며 협력 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했다.



그는 “현장 매뉴얼 중심 대응에서 벗어나 AI·빅데이터 기반 예측 시스템을 활용해야 한다”며 디지털트윈 기술 도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또한 “재난관리의 법적 책임 분담 구조와 사전예방예산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시간 모니터링과 위험지수 분석을 통해 재난을 ‘예측 가능하고 관리 가능한 위험’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전문가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9일 국회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도시재난 대응력 강화 협력 거버넌스 구축 국회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맹성규 의원실
9일 국회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도시재난 대응력 강화 협력 거버넌스 구축 국회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맹성규 의원실




“지자체 전문인력 부족··· 지역 단위 대응역량 강화 필요”



한국방재협회 방기영 회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전문인력 부족 문제를 지적하며 지역 단위 재난관리 조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매뉴얼 중심 대응으로는 급변하는 도시재난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주민 참여형 대응체계 구축과 지역 특화형 재난관리 전략 도입을 제안했다.



국가물관리위원회 배덕효 위원은 도시홍수의 반복적 발생 원인을 도시배수시설 노후화, 무분별한 도시개발, 불투수면 증가 등에서 찾았다.



도시재해요인 간 상호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데이터 기반 대응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은희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시설계 기반 범죄·재난 예방기법인 CPTED가 지자체마다 적용 수준이 크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시 안전을 실질적으로 확보하려면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적용 의무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좌장을 맡은 안상로 한국안전리더스포럼 공동대표는 한국 도시재난의 특성을 “고위험·저관리 구조”로 정의하며 관리체계 이원화와 현장 대응역량 부족을 핵심 문제로 제시했다.



그는 현장에서 작동하는 실질적 재난관리 컨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타 전문가들 역시 다양한 기술·제도적 개선 의견 제시했다. 공정식 고려대 교수는 재난 리스크 관리 관점의 개선 과제를 제시했고,



이경훈 한국셉테드학회 회장은 ‘쉘터 제도’의 실효성 확보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와 더불어 연승호 경희대 교수는 도시 인프라에서 발생하는 재난의 특수성을 분석했으며, 심우배 한국국민안전산업협회 회장은 종합 의견을 제시했다. 김태홍 리베라웨어코리아 대표는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기술·제도 개선을, 하성문 넥스처ICT 대표는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의 필요성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예방 중심 정책 전환 ▷전문가 참여 제도화 ▷데이터 기반 예측 시스템 ▷디지털트윈 기술 도입 ▷도시 인프라 안전성 정밀 평가 등을 정책 개선의 핵심 방향으로 제시했다.



국회·정부 정책 반영 기대··· 협력 모델 구축될까



이번 토론회에는 국회의원들이 다수 참석해 도시재난 대응체계 개선에 대한 강한 관심을 나타냈다.



한국안전리더스포럼은 토론회 결과를 국회와 정부에 제출해 예산 확보, 법령 개정, 협력 거버넌스 구축 등으로 이어지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장덕배 회장은 “도시재난은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로 초당적 협력과 전문가 참여가 필수”라며 정책결정 과정에서 기술사회의 적극적 협력을 약속했다.



이번 국회 토론회는 한국의 도시재난 대응 패러다임이 ‘대응 중심’에서 ‘예방·분석·데이터 기반 관리체계’로 전환돼야 한다는 데 사회적 공감대를 확인한 자리로 평가된다. 정부·국회·전문가·산업계가 함께 구축할 협력 거버넌스 모델이 향후 도시안전 정책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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