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가’ 로버트 레드포드 타계

[ 월간환경 ] / 기사승인 : 2025-11-03 02:20:03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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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포드센터 홈페이지 메인에 걸린 로버트 레드포드의 추모 이미지 / 사진=홈페이지 캡쳐
레드포드센터 홈페이지 메인에 걸린 로버트 레드포드의 추모 이미지 / 사진=홈페이지 캡쳐




“내가 알고 있던 세상에서 제일 잘 생긴 사람이 죽었어.”



며칠 전 친구가 한탄하듯 한 말이 떠오른다. 누가 봐도 잘생긴 금발의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 그의 죽음이 알려진 9월, 많은 이들은 또 하나의 별이 지는 것을 아쉬워 했다.



지난 9월 16일 한 세기를 풍미한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8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이자 감독. 뉴욕 타임즈를 비롯한 매체들은 그의 죽음을 빠르게 전하며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애도를 이끌어 냈다.



별중의 별, 로버트 레드포드



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할리우드의 큰 별인 로버트 레드포드는 1969년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로 전 세계에 존재를 알렸다. <스팅>, <위대한 개츠비>,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은 그의 대표작으로 카리스마와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그의 매력은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그 중에서도 <내일을 향해 쏴라>의 ‘선댄스 키드’는 그의 또 다른 이름이나 마찬가지인 배역이었다. 그 이름을 딴 ‘선댄스 영화제’가 탄생하고, <스팅>으로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수많은 상을 받았으며 1980년 <보통 사람들>로 감독 데뷔와 동시에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배우 뿐 아니라 감독으로도 뛰어난 재능을 선보였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내레이션한 '지구 놀라운 하루' 포스터 / 사진=공식사이트
로버트 레드포드가 내레이션한 '지구 놀라운 하루' 포스터 / 사진=공식사이트




부드러운 미소의 배우는 격렬한 환경운동가



그런 그가 ‘환경운동가’였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누구보다 자연을 사랑했던 그는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유타 주에 머물며 자연과 함께했다.



자신의 일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매번 고민하던 로버트 레드포드는 자신의 이름을 딴 ‘레드포드 센터’를 세워 기후변화와 자연보호에 힘썼다. 그의 신념은 “영화만큼이나 지구도 소중하다”는 것.



레드포드 센터는 환경영화만 제작하는 미국의 유일한 비영리단체다. 미국의 50개 주와 45개 이상의 국가에서 수백만 명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레드포드 센터가 만드는 영화와 임팩트 있는 캠페인은 사람들로 하여금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한다. 이 같은 활동은 유해한 석탄 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콜로라도 강 삼각주를 복원하며 사람들을 자연으로 다시 연결하고 청정 에너지 혁명을 가속화 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레드포드 센터에서 제작하고 지원하는 영화는 넷플릭스, 훌루, HBO, PBS,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업계의 서포트를 받고 있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



그가 환경운동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로, 주로 미국의 유타주와 미국 서부의 자연지대를 보호하는 운동을 주도했다. 로버트 레드포드는 1996년 그랜드 스테어케이스-에스칼란테 국립기념물 지정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또한 50년 가까이 천연자원보호위원회(NRDC) 이사로 활동하며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대응, 국립공원 확대 등 수많은 구체적인 성과를 이끌어냈다.



유타주에 조성한 ‘선댄스 리조트’는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친환경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로버트 레드포드는 국제무대에 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후변화 대응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예술 뿐 아니라 우리의 삶이 지속 가능하기 위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 온 인물이다. 때로는 시위 현장에 직접 나서 체포되기도 한 그는, 단지 배우의 이미지를 위해 일회적 제스처로 환경운동을 하는 것이 아닌, 평생을 관통하는 삶의 철학으로 삼았다.



2010년 10월 14일 프랑스 정부로부터 영화와 환경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은 그는 우리나라의 환경 운동에도 영향을 주었다. 2012년 2월 3일 환경전문 블로그 onearth.org에는 제주도 강정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국제적인 연대운동을 호소하는 장문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의 이러한 활동들은 ‘스타의 사회적 책임이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전 세계 영화인에게 안겨주었다.



전설은 또 다른 전설을 낳는다



그의 타계 소식이 알려지고 난 후,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자신의 개인 SNS에 이와 같은 글을 남겼다.



“레드포드는 배우이자 활동가, 열정적인 환경운동가, 그리고 예술의 옹호자였다. 지구를 지키고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그의 흔들림 없는 헌신은 그의 뛰어난 재능과 맞먹었다. 그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질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나처럼 천연자원방위위원회(NRDC) 회원으로서 굳건한 환경 지도자였으며, 원주민 권리를 위해 싸우기도 했다.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오늘 우리는 한 전설을 잃었다.”



그렇다. 우리는 한 전설을 잃었다. 그러나 그가 끼친 수많은 선한 영향력 안에서 또 새로운 전설은 태어날 것이다. 떠난 그를 추모하며 안타까워하는 또 다른 개츠비 디카프리오처럼.



불꽃처럼 한 시대를 풍미한 아름다운 배우이자, 열정적인 환경운동가였던 로버트 레드포드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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