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국제뉴스) 박종진 기자 = 한산 군(인천 송도고 3년)이 시인이 됐다.
한산 군은 발행한 지 20년이 넘는 문학지인 한비문학 제175호(5월호) '시' 부문에 응모해 고등학생으로서 시인으로 정식 등단했다.
한 군은 ‘비애’, ‘꽃샘추위’, ‘시험’, ‘청춘’, ‘바다’ 5편이 당선됨으로써, 30일 등단 인정서와 등단 패를 받는다.
한산 군은 그동안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정종암 박사의 지도를 받았다.
월간 한비문학 5월호 시 부문 심사위원(김원중ㆍ김송배ㆍ김영태ㆍ신광철)들은 심사평에서 “한산 군의 공모작은 솔직한 감성과 현실적인 고민,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들이다. 특히 각 시의 시작 구절은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시의 정서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어 “‘비애’와 ‘꽃샘추위’는 전쟁과 추위라는 강렬한 이미지로 시작해 고통스러운 현실을 환기시키며, 긴장감과 절박한 감정을 시 전체로 확장시킨다. ‘시험’은 일상의 고단함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며 공감을 유도하고, ‘청춘’에서는 숫자를 활용한 독특한 도입을 통해 시간과 노력을 상징화하며 시적 몰입을 끌어낸다. ‘바다’는 감각적인 자연 이미지로 시작하여 정서적 여운을 형성하고, 이후의 감정 흐름과 조화를 이루며 독자를 시 안으로 자연스럽게 이끈다.”고 밝혔다.
이어 “이처럼 각 시의 시작 구절은 시의 주제를 선명하게 제시함과 동시에 독자의 감정 이입을 유도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이는 화자가 현실에 대한 인식과 내면의 성찰을 시적 언어로 풀어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극찬했다.
특히 “고등학생이라는 나이를 고려할 때, 이러한 표현 감각과 과 시적 구성력은 향후의 성장을 기대하게 하며, 앞으로 한국 시단을 이끌 큰 시인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더욱 열심히 노력하라고 격려했다.
한산 군은 당선소감에서 “어렸을 때부터 상상의 나라를 펼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저는 집필한 글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것이 꿈이었다. 그렇게 작은 소망을 품고 지내던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등단 소식이었다.”고 밝혔다.
한 군은 “문학이라는 말에는 언제나 떨림이 함께한다. 낯선 세계의 문을 두드릴 때도, 오래도록 나를 사로잡은 문장의 끝을 꿰맬 때도, 이 길을 걸어도 괜찮을지 스스로 묻고 되묻던 날들에도 그랬다. 등단이라는 두 글자를 마주했을 때, 기쁨과 함께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조심스러움이었다. 감히 창간 21주년을 향하는 ‘한비문학’이라는 이름 앞에 서툰 문장을 내놓아도 되는 것일까, 오랜 물음이 다시 찾아다.”고 심경을 피력했다.
또 “소설 3편까지 탈고한 상태에서 새로운 시작점에 서게 되었다는 것은 제게 무엇보다 큰 영광입니다. 익숙한 일상에서 불쑥 솟아오르던 상상들, 말로 다 하지 못했던 창의를 모아 한 편의 이야기로 엮는 과정은 늘 외롭고 느린 길이었다. ”고 말했다.
특히 “심사를 맡아주신 심사위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의 부족한 글에서 가능성을 발견해주신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기도 한 ‘백산(栢山) 정종암’ 박사님의 시선과 가르침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스스로의 문장을 의심하며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며 심사위원들과 지도교수께 감사를 표했다.
다음은 등단한 한산 군의 시 ‘비애’, ‘꽃샘추위’, ‘시험’, ‘청춘’, ‘바다’ 이다.
(비애)
안개 낀
새벽이슬 파헤치며
무거운 배낭을 메고
덜 깬 잠에
터벅터벅 걷는다
전쟁이다. 전쟁
이 전장터에서,
맹렬하게 싸우며 이겨내고는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그날을 기대하면서도
싱그러워야 할 내 청춘이
녹록지 않으니
허망한 꿈속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전쟁 속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비애가 똬리를 튼다.
이 지루한 전쟁이 끝나는 날,
한 줄기 빛이 되어
내 인생의 봄은 오리다
(꽃샘추위)
흩날리는 민들레 홀씨가
창밖을 수놓는다
꽃샘추위를 이기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나보다
침대 위,
꽃샘추위를 이기지 못해
누워버린 채
아름다움을 발하는
꽃만 시기하며 눈을 감아버리는
나약함이 엄습한다
그래도 나, 항해자
다시 펜 하나 쥐고 바다를,
험난한 인생을 항해한다
앞날의 기대감에
뜀박질하며 달린다
눈앞의 연무가 시야를 가릴지라도
길이 있다는 확신이 선다
뜀박질을 멈추지 않고
달려간 그곳에는
무한한 유동의 끝에는
유일무이한 보물이 존재하지 않을까.
(시험)
지금,
이 순간이
후루룩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지옥이다. 지옥.
공부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렵나!
대학생인 누나는
비웃고 또 비웃는다
우군인 엄마까지.
올해가 지나면,
나도 대학교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려나
오르지 않는 성적에,
불안하고 초조하다
지긋지긋한 시험이 끝나는
12월이 오면
이 마음, 없어질 수 있을까
나는,
갈망한다. 영광스런 내년의 봄을!
(청춘)
내 다리는,
십이만 사천사십 시간을 걸어 왔으니
앞으로의 14년을 뛰어갈 수 있고
상처에서 피어나는
독특한 혈의 향은
끝까지 참고 견뎌내며,
뜀박질에 진득한 습기가
턱 밑까지 차오를 때
쓰러지지 않으리라
나아가야 하는 이는
앞으로 나아가고
뒤를 되돌아보는 이는
멈춰 섰을 때,
나 또한 엉망인 모습으로
산발처럼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굳은살 박힌 손바닥으로
쓸어 넘기리라!
(바다)
아. 청량하게 굽이치는
파도가
머리를 하얗게 물들어
지난 과거를 쓸어버린다.
상쾌한 바닷가의 한풍
그 순간의 추억이
너와 나의 기억에 남아 있을까.
수없이 발길에 치이고 치이는
모래사장의 은빛 유리구슬처럼
가로등 아래
부둣가 바닥에 깔린 콘크리트처럼
새벽녘에 걸으며 본,
불그스름한 태양이 바다로 떨어지듯
함께한 기억이 점차 흐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