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HN 이민주 인턴기자) 한국전쟁 발발 75년, 교복을 입고 전장에 나섰던 학도의용군.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름들과 생존자들의 증언이 잊혀진 전쟁의 기억을 다시 꺼낸다.
1950년 6월 25일. 전쟁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학생들이 자원해 전장으로 향했다. 간단한 훈련만 받은 채 투입된 이들은 ‘학도의용군’으로 불렸고, 그중에는 중학교 3학년생도 있었다. 김만규(91)는 “계급도 명령도 없이 그냥 학생복 입은 채 전쟁에 참여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전국 각지에서 수천 명의 학생들이 참전했다. 제주에서도 천여 명의 학생들이 배를 타고 전선에 나섰고, 인천상륙작전을 비롯한 주요 전투에서 활약했다. 그들은 총 대신 펜을 쥐었어야 할 나이에 포화를 마주했고, 현재는 구순을 넘긴 생존자들이 마지막 증언자로 남아 있다.
경주중·고등학교에서는 약 320명의 학생이 참전했고, 이 중 130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학교는 이들의 이름을 전몰학도병추념비에 새기고 명예졸업장을 수여하며 기억을 잇고 있다. 최근에는 낙동강 방어선 격전지였던 어래산 일대에서 당시 경주중학교 4학년생이던 고(故) 이봉수 학도의 유해가 75년 만에 발굴되기도 했다.

한편, 이번 다큐멘터리는 기술을 통해 당시 기록을 복원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고 이우근 학도의 편지를 비롯해, 흑백 사진에 멈춰 있던 학도병들의 모습은 AI 기술로 움직이는 이미지로 재현됐다. “어머니, 저는 사람을 죽였습니다”로 시작하는 이우근의 편지는 전해지지 못했지만, 75년이 지난 오늘도 깊은 울림을 준다.
‘다큐ON’ 제작진은 “전쟁의 기억이 단지 과거에 머무르지 않도록, 오늘의 언어와 영상으로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전편 내레이션과 프리젠터는 역사 크리에이터 최태성이 맡았다. 그는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당시 전장을 함께 걸으며 시청자와 역사 사이의 거리를 좁힌다.

학도병들의 삶은 기록이자 증언이다. 이제는 세상에 남은 마지막 목소리를 통해 우리는 다시 묻는다. 그날을 어떻게 기억하고, 무엇을 다음 세대에 전할 것인가.
KBS1 ‘다큐ON 그곳에 소년들이 있었다’는 21일 오후 10시 25분 방송된다.
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