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국제뉴스) 김만구 기자 = 시각장애인용 스마트 글라스를 개발한 ㈜셀리코(대표 김정석)는 그들의 등불이 될 수 있을까. 김 대표의 계획대로라면 ‘전맹 장애인도 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셀리코가 난제였던 시각장애를 정복할 수 있는 첫 관문을 열었다. 망막에 칩을 심어 빛을 감지하고 뇌와 연결된 또 다른 칩이 사물형상으로 변환시키는 방식이다. 일론 머스크의 인공지능 신경망 전문기업 ‘뉴럴링크’가 연구하는 신경 인터페이스 시스템과 유사한 방식이다.
- 반도체회사 퇴사 후 가천대 의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창업을 했는데, 전자눈에 대한 확신이 있었나?
“1999년 미국 유학 전에 아버지 친구분이 음주 후 낙상해 경추 손상으로 전신 마비가 됐다. 전자공학 관점에서 손상된 신경 경로를 회복할 방법이 없을지 의문을 품고 해외 사례를 조사했다. 외국에서는 관련 연구가 이미 진행중이었고, 나 역시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미국에서 반도체 기술을 활욜해 망막 손상 환자의 망막에 시세포를 대체하는 기술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망막 색소 변성증 환자나 황반변성(AMD)환자는 시세포만 손상됐고, 시신경은 온전하기 때문에, 빛을 감지해 세포를 자극하면 뇌가 형상을 인식하지 않을까 하는 가설에서 출발했다. ”
‘전자눈이 무엇인지’를 묻자 김 대표는 직접 전자눈 시제품을 가져와 설명했다. “안구 전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망막에 초소형 이미지센서를 부착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마이크로 반도체 이미지 센서 기술이 가능해지면서 시각장애 극복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약 0.2mm 두께의 센서가 망막 층 사이에 삽입된다. 수정체에 들어온 빛은 센서가 감지하고, 화상변환시스템을 통해 전기신호로 변환돼, 시신경에 전달됨으로써 사물 형상이 구현되는 구조다. 뉴럴잉크와 유사한 기술적 기반을 갖고 있다.”
- 핸드폰 카메라 기술과 유사한 것 아닌가?
“이미지 센서 칩은 카메라와 유사한 기능을 하지만 인체용은 0과 1의 디지털 신호가 아닌 빛의 세기에 따른 아날로그 방식의 신경 자극 신호로 변경된다. 광신호를 인지하고 이를 생체 자극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보면 된다. 마이크로 및 나노 공정 기술의 발달로 망막 부착이 가능해졌다.”
- 임상실험은 진행했나?
“돼지를 대상으로 한 전임상 실험에서 고무적인 결과를 확인했다. 돼지의 망막 일부를 손상시킨 뒤 센서를 삽입하고 빛을 자극했을 때, 뇌파 반응이 유의미하게 발생했다. 실험에 참여한 돼지 5마리 모두 반응을 보였다.”
- 돼지 실험 결과 만으로 인간이 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긴 이르지 않나?
“과거 미국에서 전맹 환자를 대상으로 한 유사한 연구결과, 단순 형상을 구별하는 데 성공한 사례가 있다.”
김 대표는 실험 영상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영상에서는 전기신호가 알파벳 형태(C)를 구현하는 과정이 명확히 나타났다. “신호를 뇌에 어떤 방식을곡 전달하느냐에 따라 형체의 디테일이 달라질 수 있다.” 그는 과거 미국에서 전맹 환자(망막색소변성증)가 탁자 위에 놓인 바나나의 대략적인 형체와 위치를 손으로 짚어내는 영상도 보여줬다. 전기신호가 어떻게 형체를 구현하는지에 대한 실험이다. “약 10년 전 실험한 영상인데 당시 잠자리 수준의 해상도(60픽셀)가 구현됐다.”

- 전자눈이 인식 가능한 사물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대형 문자나 얼굴 인식이 가능한 2천 픽셀급 해상도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돼지 임상 수술 소요 시간은?
“3~4시간이었고, 사람에게도 유사한 시간이 들 것으로 전망한다.”
- 돼지 임상실험은 수의사가 진행했는지.
“한국의 망막 분야 최고 권위의 안과 의사가 진행했다.”
- 전자눈은 인체에 무해한가?
“염증 반응 가능성을 고려해 10개월간 독립시험기관에 위탁해 생물학적 안전성 테스트(9개 항목)을 진행했고,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 올해 식약처에 자료를 제출해 인간에 대한 임상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 사람 대상 임상 규모는?
“희귀질환(망막색소변성증)기준으로 미국은 34명을 했는데, 한국은 5~8명이면 최종 임상 승인을 얻을 것으로 본다. 1명 당 임상 기간은 수술과 재활까지 1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8억~9억 원의 임상 비용은 투자유치를 통해 확보할 계획이다. 향후 황반 변성 등 타 질환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 인간 임상 목표 연도는
“2027년 임상 시작, 2028년 제품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고, 미국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전자눈 개발에만 7년이 소요됐다. 김 대표는 “인생 전체가 전자눈 개발에 투영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전자눈은 셀리코의 핵심 기술이 집약된 결정체다. 센서 두께 최적화만 1년이 걸렸고, 티타늄 케이스로 칩을 완전 밀봉해 부식 문제를 해결했으며, 무선 전력 공급 방식 등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 내구성은?
“끓는 물에서 한달간 안전성 실험을 거쳤고, 최소 7년의 사용 수명을 보장할 수 있다.”
- 예상 수술비는?
“기존 인공안구 이식이 2억 원대인데, 1억 이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예상하고 있다. 영국 등 유럽의 경우 의료보험이 적용되는데, 건강보험이 적용 시 약 2천 만원까지 가능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 머스크의 뉴럴링크와 전자눈 이식 기술 격차는?
“뇌는 감염시 치명적이기 때문에,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리크스가 매우 크다. 전자눈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부위인 망막을 대상으로 해 안정성 부담이 덜하다.”

김 대표는 2019년 창업 후 이듬해 코로나로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의 투자 연계형 사업에 선정돼 1억 5천만 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자금으로 전자눈과 함께 저시력자용 AR보조기기 ‘아이케인’개발의 기반을 마련했다.
- 아이케인은 어떤 기능이 있는가?
“0.01에서 0.001 시력 보유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보조기기로, 책 읽기, 장면 설명 등 전맹 대상 기능도 일부 포함됐다. NIA에 등록돼 보조금 신청을 통해 일부 자부담으로 구입 가능하다. ‘2025년 정보통신보조기기 지역순회 체험 전시회’에서 오는 6월 13일까지 체험할 수도 있다.”
‘아이케인’은 13MP 고해상도 카메라와 객체·문자 인식 AI 기능이 탑재했으며 황반변성,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망막색소변성증, 야맹증, 반맹 등 다양한 시각장애 유형에 대응 가능하다. 기존 AR글래스 대비 시야각이 넓고 눈동자 움직임과 동기화된 영상 구현이 가능하다.
- 대기업 추격 가능성은?
“셀리코는 HW와 SW 통합개발을 통해 독자 경쟁력을 확보했다. 캐나다 제품은 무게가 670g이고, 화질도 좋지 않다. 이스라엘 제품은 음성 기능만 제공한다. 미국 제품은 카메라가 2MG 픽셀이라서 뿌옇게 보인다. 아이케인은 무게 74g, 2000MP 화질, 영상 딜레이 최소화 등에서 현존 경쟁 제품보다 우수하다. 초고속 통신 및 압축 기술, 내구성 향상 경첩, 원격 시야 검사 특허까지 갖췄다.”
- 삼성전자 c랩 아웃사이더에 참여해 지원을 받았는데, 협업가능성은 없었나?
“삼성은 시각장에 시장 규모의 한께로 진출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해당 분야는 스타트업에게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 캐나다 제품이 경량화에 실패한 이유는?
“그들은 모든 시스템을 안경에 내장했지만, 우리는 처리 기능한 스마트폰으로 분산시켜 안경을 경량화했다.”
- AS 정책은?
“1대1 교환 원칙이며, 7개월간 전시 및 테스트에서도 내구성이 양호했다. 사용자 피드백에 따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및 기능 향상을 지속할 예정이다.”
- 해외 진출은?
“영국 미국, 벨기에 등과 계약이 진행중이며, 90개국 언어를 지원한다. 미국에서는 디자인 및 화질 면에서 탁월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아이케인’은 CES 3년 연속 혁신상 수상은 물론, 2025년 에디슨 어워트 사회문화영향 부문 금상 수상으로 기술성과 혁신성을 공인받았다. 김 대표는 “안정적인 교수직보다는 상용화라는 궁극의 목표를 향한 열망이 컸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실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