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HN 권수연 기자) '잘못한 부분이 없고, 성실하게 해왔다'고 해명만 하면 되는 일이었을까.
창원시청은 지난 18일 언론사 일괄 보도자료 발송을 통해 "오보 내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사실 내용을 설명드린다"고 전했다. 해당 공문을 통해서 창원시는 시 행정을 비판하는 기사 제목을 내걸고 하나하나 반박했다.
내용은 길었지만 뜯어보면 사실상 창원시는 그동안 '문제 없이, 열심히, 잘, 성실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반박이었다.
창원 NC 파크는 앞서 지난 3월 29일 LG와 NC와의 경기 도중 3루 방향 벽에 설치된 외부 구조물 '루버'가 추락해 관중을 덮치는 사고 이후 잠정적 폐쇄됐다. 당시 60kg에 달하는 루버에 맞아 머리 부상을 입은 20대 피해자가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사고 이후 NC파크는 재개장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었다.


이 사고는 상황도 참사였지만 수습 과정도 참담했다. 창원시와 창원시설공단이 책임 회피로 일관해오는 정황이 너무나 뚜렷했다. 구단이 사고 수습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동안 창원시와 창원시설공단은 희생자에 대한 애도도 한동안 없었다. 여론에 떠밀려 뒤늦게 추모 의사를 표했지만 사실상 형식적이었다.
창원시, 창원시설공단, NC 구단이 사고 닷새만에 겨우 합동대책반을 출범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창원 NC파크의 재개장 및 점검 등에서 미지근한 물같은 대처로 일관했다.
NC는 지난 2019년 야구장을 개장할 때 향후 25년 간 330억원의 이용료 계약을 맺었다. NC 창단 당시 구단 측은 창원시 스포츠산업진흥조례에 따라 사용료 하한선인 120억원을 염두에 뒀지만 문순규 창원시의원은 "새 구장 건립비용을 반영해 25년 사용료가 최소 400억원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야구계 일각에서는 창원시의 NC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비판 의견이 불거져 나왔지만 결국 NC가 백기를 들며 끝났다. 그 외에도 야구장 명칭과 건립부터 시의 끊임없는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 입장에서 돈은 돈대로 지불하고, 정작 지원이 필요할 때는 도움을 받지 못했다.

국토교통부는 전문가 중심 사조위 구성을 지시했고 루버를 탈거하기까지 한 달 가까이 걸렸다.
NC는 울며 겨자먹기로 임시 홈구장을 찾아다녔다. 울산시가 손을 내밀었고 NC는 16일 열리는 경기부터 울산 문수야구장을 '임시 거처'로 삼아 하얀 유니폼을 입을 수 있게 됐다.
구단이 임시 구장을 찾아 떠나자 잠잠하던 창원시가 갑자기 발칵 들고 일어섰다. 그러면서 전면에 내세운 것은 '먹고 살기 어려워진' 상인들의 아우성이었다. 울산 문수야구장이 임시 거처로 발표된지 하루만에 창원시는 "시설물 정비를 18일까지 마치겠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점을 찍은 것은 뜬금없는 '다이노스컴백홈' 7행시였다. 시에서 정식으로 낸 공문으로 보기에는 다소 황당하기까지 한 수준이었다. 19일에는 현장 브리핑을 열고 "재개장했고 문제 없을테니 돌아오라"고 또 한번 NC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비췄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수많은 여론과 언론의 질타가 이어졌다. 재개장을 위한 필요 점검이 허술하다는 국토교통부의 지적이 공공연히 보도됐다. 언론의 폭격이 이어지자 창원시는 외려 '발끈'했다. 공문을 통해 각 언론사의 개별 비판 기사 및 보도를 짚어 하나하나 "그런 적이 없다"는 반박을 내걸었다.
특히 '졸속행정' 이슈와 예산 이야기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정규 경기 중계 도중 한 해설위원이 "창원시쪽에서 느닷없이 홈을 빨리 고쳐서 쓰겠다고 발표했는데 졸속행정이 심하다. 그것도 예산 운운하며 일단 NC 측에서 모든 경비를 대고 있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창원시는 해명 공문을 통해 "4월 3일 합동대책반 구성 이후 초기단계에서부터 야구장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상호 계약서에 의한 시설물 관리주체(시설공단,NC다이노스)의 구분없이 선조치하고 사후 일괄 정산하기로 기 논의되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4월 4일과 4월 17일 시설공단에서 NC구단에 “NC와 공단이 함께 논의한 바와 같이 이번 사고 조사 및 수습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사항은 NC다이노스에서 사전조치하고 비용 관련 사안들은 별도 논의를 통해 협의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바 있다"고 덧붙였다. 말을 좀 더 다듬어서 썼을 뿐, 내용을 뜯어보면 사실상 똑같은 말이다. 이에 대해 일부 네티즌은 "기업이 돈을 더 빠르게 쓸 수 있으니 선조치를 한다 하더라도, 창원시에서는 그대로 지급하면 되는 것인데 정산 및 협의를 왜 해야 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창원시는 그간 언론에 보도된 '미온적 대처' '태도 변화'의 항목을 하나하나 들어가며 "책임 있게 진행중임" "국토교통부가 합동대책반의 판단에 맡겼음" 등으로 해명에 나섰다.
창원시가 표면적 해명에 치중하는 사이 지난 16일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창원 NC파크의)긴급 점검 결과 불량이 확인 됐음에도 3년 간 정기 점검 결과서에는 특이사항이 없다고 돼있었다"며 "시공사와 감리사, 창원시, 창원시설공단 책임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요구한다"고 공식 보도자료를 전해왔다.
'민원 삭제' 의혹도 제기됐다. 창원시청의 민원 게시판인 '고객의 소리'에는 사고 발생 이후부터 현재까지 창원 NC파크 사태 수습 및 재개장에 대한 시민들과 야구팬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한 팬은 "창원시 갑질에 NC 구단 연고 이전을 추진하자는 글을 올렸더니 5분도 안돼서 지워졌다"며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NC 구단 관련 민원 게시글은 남아있지만 12일 이후 문의는 대부분 접수 상태에 머물렀을 뿐 답변이 이뤄진 민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부분 창원시민, 야구팬, 상인들은 창원시 및 시설공단에 근본적인 사과와 해결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창원시는 "상권이 힘들어하니 NC가 돌아와야 한다"며 또 구단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흡사 창원시는 잘못이 없는데 NC가 변심해서 갑자기 떠난 것 같은 모양새로 만들었다. 구단 역시 막대한 돈을 투자한 NC파크를 버려둘 수 없지만, 최소한의 책임감 없이 변명에 가까운 해명과 뒷짐으로 일관하는 창원시와의 신뢰는 별개 문제가 됐다.
한편 NC는 21일 오후 6시 30분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한화와의 연전을 이어나간다.
사진=연합뉴스,창원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