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HN 이종헌 인턴기자)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88세의 나이로 선종하며, 차기 교황 선출과 그 영향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티칸 교황청은 21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7시 35분, 교황이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갔다”라고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월 호흡기 질환으로 로마 제멜리 병원에 입원해 고용량 산소 치료와 수혈 등 치료를 받았고, 3월 말 퇴원했으나 부활절 직후 갑작스럽게 선종했다.
케빈 페렐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삶 전체를 주님과 교회를 섬기는 데 헌신했다”라고 전하며 “신앙과 용기, 보편적 사랑을 바탕으로 복음의 가치를 실천하라고 가르쳤다”라고 회고했다.
교황은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 미얀마 로힝야족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등 세계 주요 분쟁에 끊임없는 중재 노력을 기울였다. 이라크를 방문한 첫 교황으로 기록됐으며, 기후위기와 신자유주의 문제에도 목소리를 냈다.
장례는 교황의 생전 뜻에 따라 간소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그는 “모든 그리스도인처럼 간소화된 예식을 원한다”는 뜻을 반복적으로 밝혀왔다.

교황의 선종에 따라 바티칸은 새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 절차에 돌입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이후, 전 세계의 시선이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에 집중되고 있다.
교황청은 교황 서거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콘클라베를 개최해야 하며, 이르면 다음 달 초 회의가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콘클라베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는 글로벌 ESG 흐름과도 관련이 있다.
뉴욕타임스(DealBook)와 Quartz 등 해외 주요 매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글로벌 기업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에서 긴밀히 소통하며, '포용적 자본주의'와 '윤리적 투자'를 강조해온 점을 조명했다.
실제로 교황청과 연계된 'Inclusive Capitalism Council'에는 마스터카드, 듀폰 등 글로벌 기업이 참여해 지속가능성, 사회적 책임, 다양성 확대 등의 구체적 목표를 설정했다.
교황이 이런 행보를 진행해온 가운데, 차기 교황 선출시 글로벌 투자 흐름이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콘클라베의 열쇠는 표심이다. 135명의 투표권자 중 약 80%에 해당하는 108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임한 인사다.
이들은 지난 12년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보적 개혁 노선을 가까이서 지켜본 성직자들이며, 교황의 유지를 얼마나 이어가고자 하는지가 이번 선출의 방향을 결정할 변수로 꼽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중 전통적인 유럽 중심 인사 관행을 탈피해 르완다, 몽골, 남수단 등 저개발국 출신 성직자들에게도 추기경직을 부여했다. 이러한 ‘지역 균형 인사’는 이번 콘클라베의 다양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차기 교황 후보로는 이탈리아의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 필리핀의 루이스 타글레 추기경, 헝가리의 에르되 페테르 추기경 등이 거론된다. 또한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투표권과 피선거권을 보유한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파롤린 국무원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외교 정책을 지지하는 온건한 인물로 평가받으며, 타글레 추기경은 최초의 아시아 출신 교황이 될 가능성을 지닌 유력 진보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반면 보수 진영에서는 난민 수용에 반대 입장을 보여온 페테르 추기경이 지지를 모으고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12년 동안 보수 진영의 영향력을 점차 약화시켜온 만큼, 이번 콘클라베에서 교황의 개혁 기조를 이어가려는 연대가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번 콘클라베는 단순한 종교 지도자 선출을 넘어, 향후 가톨릭 교회의 방향성과 사회적 메시지를 가늠할 분수령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교황의 죽음을 애도하며 조기 게양을 지시했고, 장례식에는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엔은 “희망과 인류애의 전달자”였던 교황을 기리며 묵념을 진행했다.
미국과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에 애도를 표하며 그가 남긴 유산을 기리고 있다. 미국 공공건물에는 조기가 게양됐고, 유엔에서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시민들은 “가장 포용적인 교황이었다”, “마지막 말이 부활절 인사였다”라며 교황을 기억했다.
사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