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HN 애리조나(美) 이상희 기자) “리스크가 큰 계약이다”, “단 한 번도 정규이닝을 던진 적이 없는 투수한테 오버페이다”
LA 다저스가 선발투수 타일러 글라스노우와 6년 1억 3650만 달러(약 1940억원)의 대형계약을 체결하자 나온 팬들의 반응이었다. 이런 팬들의 걱정어린 시선이 결국 현실이 됐다.
글라스노우는 21일(한국시간) 홈팀 텍사스를 상대로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에 위치한 글로브라이프 필드에서 열린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그는 이날 4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6탈삼진으로 잘 던지고 있었다.
하지만 5회말 다저스 수비 때 마운드에 오른 글라스노우는 다리가 불편한 듯 스스로 오른쪽 발목과 다리를 구부리며 이상 증세를 보였다. 결국, 글라스노우는 더그아웃에 수신호를 보내 트레이너를 불렀고, 마운드 위에서 몇 차례 몸 상태를 점검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예정에 없던 조기 강판이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만난 현지취재진에게 “글라스노우의 다리가 떨리는 것을 봤다. 4회가 끝난 뒤 그와 이야기했고, 계속 지켜보려고 했다. 하지만 5회에 마운드에 오른 뒤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며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당사자인 글라스노우도 “피로와 관련된 건 아니다. 체내에 수분공급관련 테스트도 해봤다”며 “왜 계속해서 오늘 같은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 했다.
지난 2016년 피츠버그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글라스노우는 100마일을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로 유명세를 탔다. 건강할 때의 그는 분명 매력적인 투수 임에 이견이 없다. 하지만 ‘유리몸’이란 오명을 들을 만큼 내구성에 문제가 많다.
2018년 탬파베이로 트레이드된 후 본격적인 선발투수로 명성을 쌓았지만 글라스노우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선발투수로 한 시즌을 완주한 적이 없다. 매년 크고 작은 부상 때문에 신음했다. 지난해 달성한 시즌 134이닝이 커리어 하이일 정도다.

그는 다저스와 계약 첫 해였던 지난해에도 팔꿈치 부상으로 9월에 시즌을 조기마감했다. 포스트시즌에는 아예 출전도 하지 못했다. 팬들의 우려가 다저스 이적 첫 해부터 현실이 된 셈이다.
한편, 다저스 구단 홍보팀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글라스노우가 한 차례 선발등판을 건너 뛸 수 있다”고 예고했다. 경우에 따라 또 한 번 부상자 명단에 오를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사진=타일러 글라스노우©MH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