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HN 이주환 인턴기자) 공정률이 가장 낮았던 광명시 신안산선 5-2공구에서 터널 붕괴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개통 목표가 당초 계획보다 28개월 앞당겨졌던 사실이 드러나며 무리한 공사 진행이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3시 13분, 경기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터널과 상부 도로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의 근로자 1명이 숨지고, 하청업체 소속 굴착기 기사 1명이 크게 다쳤다.

신안산선 복선전철 민간 투자사업(서울 여의도~경기 안산·시흥시, 44.7km)은 공사 현장을 6개 공구로 나눠 2019년부터 시행 중이다.
사고가 발생한 5-2공구는 전체 구간 중 가장 짧은 2.338km로, 시흥과 안산 노선을 갈라주는 핵심 분기점이다. 그러나 지난 3월 기준 공정률은 58.32%로, 전체 6개 공구 중 하위권에 해당한다.
가장 빠른 6공구(서화성~안산 원시 구간)의 공정률은 88.85%에 달해 두 구간은 30%포인트 이상 차이를 보인다.

특히 5-2공구는 암반이 부스러지는 단층 파쇄대가 존재하는 ‘매우 불량’ 지반으로 분류된 구간이다.
2023년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해당 구간은 5등급 암반으로 평가됐음에도 터널 구조에 필수적인 ‘인버트(밑바닥 보강구조)’가 설계에 반영되지 않은 상태였다.
감사원은 “지반 상태가 불량한데도 인버트 설치가 누락된 채 설계가 이뤄졌고, 국가철도공단은 이에 대해 별다른 검토도 없이 공사를 진행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특수 설계와 공법을 적용해야 했기 때문에 공사 속도가 더욱 더뎠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공사 조건이 까다롭고 지질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개통 일정은 오히려 앞당겨졌다.
애초 시행사인 넥스트레인은 공사 여건을 반영해 개통 시점을 2029년 4월로 조정할 것을 국토교통부에 제안했으나, 국토부와의 협의 끝에 전 구간 개통 시기를 2026년 말로 공식 확정됐다. 이는 시행사 요구보다 28개월 빠른 시점이다.
실제로 지난 2월, 이성해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점검을 마치고 "2026년 말 개통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공정을 추진하고 빈틈없는 현장 관리를 통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공사 속도를 강조한 사실도 알려졌다.

공사 압박이 현실이었음을 보여주듯, 사고 현장에서는 붕괴 하루 전부터 위험 징후가 포착됐다. 국토부가 확보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9시 50분경, 터널 구조물 변위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시공사가 인지했다. 작업 중단 후, 안전진단과 보강공사가 시작되는 과정에서 붕괴가 발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사 기한이 28개월이나 당겨진 것을 들어 무리한 작업이 안전 조치의 생략이나 축소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한 터널공사학회 관계자는 “기둥에 균열이 발생한 시점에서 즉각적인 작업 중단이 필요했으나, 조기 개통 압박 속에서 판단이 지연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나준희 한국교통대 교수는 “한정된 예산과 시간에 맞춰 공사를 진행하다 보면 안전진단과 지반 보강 절차가 간소화되기 쉽다”며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 신안산선 전담수사팀(팀장 한원횡 총경)은 21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 감리사의 각 현장 관계자 1명씩 총 3명을 입건했다.
경찰은 현장 CCTV 영상과 작업자 진술을 토대로 붕괴 이전과 보강공사 착수, 사고 발생까지의 전 과정에서 안전 조치가 적절했는지 여부 등을 살펴보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추가 붕괴 위험 우려로 경찰과 국토교통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기관의 합동 감식은 아직 진행하지 않고 있다.
개통 일정이 앞당겨진 배경, 안전진단의 타당성, 시공사의 판단 등이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번 사고는 ‘속도보다 안전’이라는 공공사업의 원칙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사진=연합뉴스, (주)넥스트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