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여름과 겨우란 남은 날씨...북극의 경고

[ 한국미디어뉴스통신 ] / 기사승인 : 2024-05-03 10:01:1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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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이 뚜렷한 대한민국에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몇해 전부터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무더운 날씨와 겨울엔 한파로 전역을 뒤덥고 있다.



최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8.6도를 기록해 35년만의 강추위로 기록됐고 한강은 2년만에 얼어 붙였다. 얼마 전에는 수도권에 폭설이 내려 시민들의 퇴근길 발이 묶이고 여러 크고 작은 사고도 잇따랐다.



이러한 기습한파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아니다. 겨울 평균 기온 0도 이하로 내려가는 일이 거의 없는 잉글랜드 내륙에도 며칠을 간격으로 큰 눈이 내렸고 스코틀랜드 북서부 하이랜드 지역은 영하 12.3도까지 내려갔다. 스페인 마드리드에는 50cm가 넘는 눈이 쌓여 주요 도로가 마비되고 전국적으로 4명이 사망하는 등 폭설로 인한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



일본 호쿠리쿠 지방에서는 평년보다 2~10배 많은 눈으로 제설 작업을 하던 사람들이 매몰돼 사망하기도 했고 영상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일이 드문 대만에서도 기습 한파로 126명이 사망했다.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 영하 19.5도까지 떨어진 베이징은 초속 12~14m의 태풍급 강풍까지 더해지면서 체감 기온이 영하 43도까지 내려가는 기염을 토했다.



유례없는 이러한 한파의 이유는 무엇일까. 기상학자들은 이번 한파의 주요 원인을 북극의 온난화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극을 둘러싼 약 12km에 달하는 대기 상층의 '제트기류'는 평상시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둬두는 역할을 한다. 이 제트기류가 약화되면 북극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즉, 지구 온난화 탓에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약화된 제트기류가 확장되고 북극 찬 공기가 중위도까지 내려오게 된 것이다.





환경부 제공




이는 '북극진동지수'를 보면 알 수 있다. 북극진동은 북극에 존재하는 찬 공기의 소용돌이가 수십 일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한다. 하지만 그 값이 음(-)이 되면 북극의 제트기류가 약해졌다는 뜻인데 현재 북극진동지수는 -3.5일 정도로 매우 강하다.



즉,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서 북극의 기온은 상승하고 찬 공기의 남하를 막아주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온 것. 이번 한파를 '북극발 한파'라고 부르는 이유다.



게다가 라니냐 현상도 한 몫 했다. 동태평양의 적도 지역 해수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인 라니냐는 세계적으로 많은 기상이변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우리나라는 라니냐가 발생할 경우 겨울이 더 추워지곤 하는데, 최근 라니냐 감시구역의 해수 온도는 평년보다 0.8도 낮다. 이러한 현상은 1980년 이후 총 9회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번 한파는 북극발과 라니냐 현상이 복합적으로 더해져 생긴 결과다. 이렇게 추워진 날씨는 눈을 부른다. 북쪽에서 내려오는 공기 기온이 낮을수록 눈이 많이 내리는데 현재 전 세계적으로 폭설이 내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북극이 따뜻해지니 북반구의 겨울은 오히려 추워진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올 겨울 날씨에서 알 수 있듯 북극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첫 단추다. 북극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지구가 심각한 온난화에 들어섰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대표적인 지표기 때문이다.



비단 이번 겨울만 아니더라도 전 세계 곳곳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 상황을 우리는 여러 번 겪었다. 작년 미국 서부지역에서는 최대 규모의 산불이 났고 북극권 시베리아 지역은 기온이 38도까지 올랐다. 우리나라는 54일이라는 역대급 장마를 경험해야 했다.



지구온난화가 이번 추위를 불러왔고 이로 인해 크고 작은 인명피해와 사고가 연달아 일어나는 등 그 피해 역시 고스란히 인간의 몫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대로 극지방의 만년설이 녹아 세계 대부분의 해안 도시가 물에 잠길 수도 있다.



세계는 이러한 기후위기를 감지하고 2015년 체결한 '파리협정'을 통해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 수준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더 나아가 1.5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2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약 25% 감축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현상과 피해는 더욱 거세지고있다. 게다가 국립기상과학원이 발간한 '2019 지구대기감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미국해양대기청(NOAA)에서 발표한 전 지구 평균농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여전히 가파른 상승경향을 보인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구가 보내는 인류를 향한 경고의 목소리에 귀를 더욱 기울여야 한다. 현재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을 엄격히 내놓고 있지만 가속화되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정책 속도를 더 높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허울좋은 정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에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확한 분석과 대응책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방안이다.



지구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보다 현실적인 방안 그리고 우리 개개인 모두가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지고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작은 행동이라도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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