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이야기

[ 대구일보 ] / 기사승인 : 2021-04-08 09:21:47 기사원문
  • -
  • +
  • 인쇄
농협손해보험 경북지역총국장
손동섭

농협손해보험 경북지역총국장

매년 벚꽃이 화사하게 피고 지는 이맘때 즈음이면 봄 마중 먹부림하러 가는 곳이 있다.

대구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삼겹살에 김치, 된장을 바리바리 싸들고 청도 한재 골짜기로 미나리 먹부림하러 다녀왔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미나리는 벚꽃이 피는 이맘때가 제철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나리라고 할 수 있는 ‘한재미나리’를 먹지 않고는 봄을 지냈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구 사람들에게 한재미나리는 봄맞이 대표 먹부림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특히 한재미나리는 다른 지역 미나리에 비해 식감이 연하고 미나리 특유의 향이 강할 뿐 아니라 줄기 아랫부분이 자주색을 띠는 게 특징이다. 미나리 수확철에는 한재골짜기 전체가 비닐하우스로 옷을 입은 진풍경도 볼만하다.

처가가 청도 한재골인 직장 동료는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처가의 미나리 수확 작업을 거들어야 한다면서 자랑 같은 푸념을 늘어놓곤 한다. 그래도 그 친구 덕분에 귀한 미나리를 제때 살 수 있어서 봄철 우리집 냉장고엔 언제나 미나리향이 가득하다.

이 즈음에 한재골에 가면 절정에 이른 봄 향기에 취하고, 벚꽃의 화사함에 취하고, 미나리쌈에 삼겹살 곁들인 소주 한잔에 취한다. 그야말로 한재골 전체가 한판 미나리 축제를 벌려 놓는다.

지금이야 깨끗한 지하 암반수로 키워낸 청정 미나리가 전국 각지에서 재배되고 있지만,그 옛날 미나리 재배환경은 지금과는 딴판이었다. 미나리꽝에서 대량으로 재배되던 그 옛날 미나리에 대한 기억은 결코 좋은 추억만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25년전쯤 청도에서 근무할 당시 지하암반수로 재배하는 미나리 농가의 모습을 직접 보고 나서 열렬한 미나리 예찬론자가 됐다. 물론 삼겹살 품은 미나리쌈에 소주 한 잔이 최고의 궁합인 것도 한몫 했으리라.

미나리는 ‘물에서 자라는 나리’라는 뜻이 있다. 동의보감에서 미나리는 독을 풀어 주고 머리를 맑게 해 주며, 주독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대소장(大小腸)을 잘 통하게 하고, 황달, 부인병, 음주 후 두통이나 구토에 효과적이며, 김치를 담가 먹거나, 삶아서 혹은 날로 먹으면 좋다고 기록돼 있다. 혈관 청소부 미나리는 비타민 A·C 및 베타카로틴이 다량으로 함유돼 있으며 알칼리성 식품으로 혈액의 산성화를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이런 미나리의 효능 때문에 최고의 찰떡궁합은 역시 중금속 배출에 효과적이며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봄철에 자주 먹는 삼겹살이다. 또 주당들이 즐겨찾는 해장국인 복어탕의 복어 독을 중화 시켜주는데도 미나리가 한몫 한다. 그래서 복어탕에는 늘 미나리가 필수다. 복어 독을 중화시키기 위한 우리 음식문화의 지혜가 살아있음을 볼 수 있다.

골든글로브 최우수외국어영화상, 한국배우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 한국인 최초 미국배우조합상 여우주연상 타이틀을 거머 쥔 영화 ‘미나리’에서 윤여정씨는 “미나리는 아무데나 심어도 잘 자란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누구나 뽑아먹을 수 있어”라는 명대사를 남긴다. 74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청바지가 잘 어울리며 열정적인 연기와 예능프로에서 보여주는 정갈한 요리 솜씨와 유머러스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는 늘 감동이다.

영화 ‘미나리’ 신드롬을 타고 미나리 소비가 크게 늘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농민신문에 따르면 GS더프레시의 지난 2월26일~3월22일 미나리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55% 증가했고, 이마트의 3월1일~22일 미나리 매출은 지난해보다 47%나 증가했다는 이야기다.

대구시와 대구농협이 미나리1㎏과 삼겹살600g을 한 세트로 꾸민 ‘미삼세트’를 새롭게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다. 또 청도군에서는 ‘미나리삼합세트’(미나리, 삼겹살, 새송이버섯, 막걸리) 600개를 자매도시인 안산시에서 완판하는 기록을 세웠다 하니 올봄엔 미나리가 대세인 것 만은 확실해 보인다.

이번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미나리 향과 ‘삼소’(삼겹살+소주)에 취해서 ‘입호사’를, 화사하게 핀 봄 꽃으로 ‘눈호사’를 겹으로 누리면서 미나리 재배 농가에도 힘을 보태면 어떨까!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 글자크기
  • +
  • -
  • 인쇄

오피니언 인기 뉴스

많이 본 뉴스
연예 많이본 뉴스
스포츠 많이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