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역량은 '잘하는 일'이 아니라 '차별화되는 일'이다

[ 사례뉴스 ] / 기사승인 : 2025-11-14 04:41:07 기사원문
  • -
  • +
  • 인쇄
한 화장품 유통기업은 지난해 SNS 트렌드를 좇아 신제품 라인을 빠르게 늘렸다. 처음에는 반응이 괜찮았지만,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재고가 쌓였고 팀 간의 혼란이 커졌다. 제품은 많았지만, 무엇이 회사의 힘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기회는 분명 있었지만, 그 기회를 붙잡을 역량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또 다른 기업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이 회사는 “우리가 잘하는 일은 고객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하는 실행력”이라고 정의하고, ‘고객 응대 → 데이터 분석 → 제품 개선’의 루틴을 핵심 프로세스로 삼았다. 그 결과 재구매율이 높아지고 브랜드 신뢰도도 자연스럽게 상승했다. 시장의 흐름을 쫓은 기업보다, 자신이 가진 역량을 다듬은 기업이 훨씬 단단했다.



기업의 차이는 시장의 크기에서 생기지 않는다. 기회의 크기보다 중요한 건, 역량의 방향이다. 핵심역량(Core Competence)은 단순히 내부의 강점이 아니라, 고객에게 가치를 주고 경쟁자가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차별적 경쟁력이다. 시장에 기회가 있어도, 역량이 없으면 무의미하다. 진정한 핵심역량은 내부의 만족이 아니라 외부의 인정으로 완성된다.




핵심역량은 회의실의 문장보다, 그 안에서 오가는 질문과 행동 속에 있다.
핵심역량은 회의실의 문장보다, 그 안에서 오가는 질문과 행동 속에 있다.




① 기회보다 역량이 먼저다



많은 기업이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반응한다. “이 제품이 요즘 뜬다더라”, “이 시장이 커진다더라”는 소식에 곧바로 사업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그 기회를 실행할 힘이 우리에게 있는가?”라는 질문은 자주 놓친다. 기회(Opportunity)와 역량(Competence)은 전략의 두 축이지만, 순서는 언제나 역량이 먼저다.



이미 보유한 역량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기업이 오래간다. 새로운 기회를 좇아 무리하게 방향을 바꾸면, 그건 전략이 아니라 모험이다. 기회를 보고 역량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역량으로 기회를 보는 것, 이것이 지속 가능한 전략의 순서다. 기회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역량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결과다.



② 핵심역량은 내부의 강점이 아니라, 고객의 선택이다



기업 내부에서는 “우리는 기술이 좋다”, “팀워크가 좋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그러나 고객이 그것을 가치로 느끼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핵심역량은 “우리가 잘하는 일”이 아니라 “고객이 우리를 선택하는 이유”다.



게리 하멜(Gary Hamel)과 C.K. 프라할라드(C.K. Prahalad)는 『시대를 앞서는 미래 경쟁 전략』에서 핵심역량을 “다양한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만들어내는 조직의 집단적 학습능력”이라고 정의했다. 결국 핵심역량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고객 가치와 연결된 학습의 결과다. 내부 자부심보다 고객의 인정이 중요하다. 고객이 반복해서 선택하는 이유, 그 자체가 핵심역량의 증거다.




핵심역량은 전략이 아니라,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실행의 습관이다
핵심역량은 전략이 아니라,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실행의 습관이다




③ 진짜 핵심역량은 ‘대체 불가능성’으로 증명된다



경쟁사가 조금만 투자해도 따라 할 수 있다면, 그건 ‘핵심’이 아니다. 핵심역량은 시장 지배력(Market Dominance) 과 대체 불가능성(Non-substitutability) 으로 증명된다. 애플의 사용자 경험(UX), 파타고니아의 환경 철학, 배달의민족의 ‘배민다움’은 모두 기술이 아닌 문화적 철학에서 비롯된 경쟁력이다.



핵심역량은 기능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철학의 결합으로 완성된다. 내부의 선언이 아니라, 외부의 불가능성으로 증명되는 힘. 그것이 진짜 핵심역량이다.



④ 핵심역량은 KPI이자, 경쟁전략이자, 새로운 시장의 단서다



핵심역량은 멋진 슬로건이 아니라 측정 가능한 실행의 언어다. 진짜 역량은 KPI로 드러난다. 예를 들어 ‘고객문제 해결력’이 핵심역량이라면 그 결과는 재구매율, 유지율, 고객추천지수(NPS)로 나타난다. 핵심역량은 성과관리의 출발점이자 경쟁전략의 기준이다.



경쟁사와 비교하면 현재 확보한 확보역량(Strength) 과 앞으로 강화해야 할 필요역량(Development Need) 이 선명해진다. 이 비교는 단순한 분석이 아니라 전략적 선택의 지도다. 보유한 역량을 다른 고객군이나 시장에 적용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시장의 기회가 열린다.




조직은 기회의 방향이 아니라, 역량의 방향으로 성장한다.
조직은 기회의 방향이 아니라, 역량의 방향으로 성장한다.




⑤ 현장이 말해주는 교훈



기업의 성장 방향은 시장의 변화보다 조직이 축적한 역량의 방향을 따른다. 기회는 언제든 변하지만, 역량은 쌓인다. 그리고 쌓인 역량은 언젠가 또 다른 기회를 불러온다.



시장은 기회를 주지 않는다. 준비된 조직만이 그 기회를 잡는다. 핵심역량은 단순한 강점이 아니다. 고객이 인정하고, 경쟁자가 쉽게 따라 할 수 없으며, 성과로 증명되는 조직의 DNA다. 잘하는 일을 넘어 차별화된 방식으로 가치를 만드는 일, 그것이 진짜 핵심역량이다.



참고문헌

· Gary Hamel & C.K. Prahalad, Competing for the Future,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1994.

· Peter F. Drucker, Innovation and Entrepreneurship, Harper & Row, 1985.

· 김경민, 『가인지경영』, 가인지북스, 2021.

  • 글자크기
  • +
  • -
  • 인쇄

포토 뉴스야

랭킹 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