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데일리 변국영 기자]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전 세계에 등록된 전기차(EV, PHEV, HEV)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은 약 401.3GWh로 집계되며, 전년 동기 대비 38.5%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SNE리서치가 2일 제공한 '2025년 6월 Global Monthly EV and Battery Monthly Tracker'에 따르면 국내 주요 3사인 LG에너지솔루션, SK on, 삼성SDI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은 17.4%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5%p 감소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9.9GWh를 기록하며 14.3% 성장으로 3위 자리를 지켰고, SK on은 16.8GWh로 18.1% 성장하며 5위에 올랐다. 반면 삼성SDI는 13.1GWh로 8.8% 감소했다. 삼성SDI의 점유율 하락은 유럽 및 북미 시장에서 주요 완성차 고객들의 배터리 수요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삼성SDI는 BMW, 아우디, 리비안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BMW i4와 i5 모델 판매 호조가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리비안 일부 트림에 경쟁사 LFP 배터리가 적용되고 아우디 Q8 e-Tron 판매가 줄면서 전체 사용량 감소로 이어졌다.
SK on은 현대자동차그룹, 포드, 메르세데스, 폭스바겐 등 다수 완성차에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특히 현대의 아이오닉5, EV6와 포드 F-150 라이트닝, 폭스바겐 ID.4·ID.7 등 모델 판매 증가가 SK on 성장에 기여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쉐보레, 기아, 폭스바겐 등에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테슬라에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사용하는 트림 판매가 13.3% 감소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폭스바겐 ID 시리즈, 기아 EV3, 쉐보레의 얼티엄 플랫폼 기반 전기차 판매 호조가 전체 사용량 증가(14.2%)를 이끌었다.
한편, 테슬라에 주로 배터리를 공급하는 일본 파나소닉은 11.7GWh로 글로벌 8위를 기록했다. 파나소닉은 미국의 중국산 배터리 및 원자재 관세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재편과 북미 현지 생산 확대 전략을 추진 중이며, 향후 북미 시장에서의 점유율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 CATL은 152.7GWh로 전년 동기 대비 40.6% 성장하며 글로벌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CATL은 ZEEKR, AITO, Li Auto, Xiaomi 등 중국 OEM뿐 아니라 테슬라, BMW, 메르세데스, 폭스바겐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에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BYD 역시 70.0GWh로 57.1%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2위에 올랐다. 자체 배터리와 전기차 생산을 동시에 하는 BYD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다양한 모델을 선보이며 2025년 전기차 판매 목표 550만 대를 내걸고 있다.
2025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유럽을 중심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과 영국 등 주요국에서는 CO₂ 배출 규제 강화에 힘입어 전기차 판매가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다. 반면 미국은 세액공제 축소 가능성으로 인해 구매 심리가 위축된 상태다. 중국은 ‘이구환신’ 정책 영향으로 성장세를 유지했으나, 과잉 재고에 따른 가격 경쟁 심화가 우려된다.
특히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IRA(Inflation Reduction Act)의 조기 폐지, EV 의무화 행정명령 철회, 감세법안 통과 등 급격한 정책 변화가 전개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과 시장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 배터리 및 소재 업체들의 북미 수출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이러한 북미 정책 리스크와 유럽 시장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방어 전략을 강화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요 기반 확보를 위한 체질 개선과 사업 재정비가 요구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