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국제뉴스) 이윤성 기자 = 한국 여자축구의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 유소년 선수들의 성장 환경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팀 해체와 재정난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이러한 환경 속에서 많은 선수들이 국내에서의 미래를 고민하며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오늘의 주인공 하유빈 또한 그중 한 명이다. 그녀는 최근 호주 리그에 합류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전환 킥과 전진 패스를 활용한 공격 전개에 능하며, 세트피스 전담 키커로서의 재능까지 갖춘 그는 한국에서 다져온 실력을 바탕으로 해외 무대에서 성장할 준비를 마쳤다.
하유빈이 축구를 시작한 계기는 초등학교 3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방과 후 취미로 시작한 축구는 곧 감독님의 권유로 본격적인 선수 생활로 이어졌다. 이후 서울 서강초, 서울신답초, 울산 현대 청운중, 경기 단월중, 강원 화천정산고를 거치며 꾸준히 성장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여정 속에서 그녀가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한국 여자축구의 인프라는 많은 유소년들을 담기에 너무나 부족했고, 선수로서의 미래 또한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현재 한국 여자축구는 남자축구에 비해 투자와 관심이 부족한 상황이다. 여자축구 리그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으며, 언제 리그가 해체될지 모르는 불안감 또한 존재한다. 유소년 시스템도 미흡해 장기적인 선수 육성이 어렵다. 예산 지원 부족, 리그 운영 미흡, 프로와 아마추어의 단절 등 구조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로 인해 많은 여자 선수들이 성장할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한 채 은퇴하거나 해외로 떠나야 하는 실정이다.
부상으로 인해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재활해야 했던 시간은 그에게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아픔과 시련은 팀 해체였다.
강원 화천정산고가 해체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고 받아들이기 어려웠어요. 학교에서 팀을 해체하려 한다는 사실이 억울하고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한국 여자축구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 선수들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현실이었다. 유소년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팀 해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선수들의 미래까지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하유빈이 이결 에이전시를 통해 호주 리그 팀에 합류하게 된 것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었다. 한국 내에서는 여자축구 선수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부족했다. 그는 “호주 리그를 선택한 이유는 영어권 국가라는 점과 따뜻한 날씨로 인해 부상 위험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무엇보다도 한국보다 더 많은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 중요했습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최근 몇 년간 많은 여자 선수들이 일본, 호주, 유럽, 북아메리카 무대로 떠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국내 시스템이 선수들의 성장과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과 비판이 나온다. 더 많은 지원과 관심 없이는 앞으로도 많은 유망주들이 해외로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짧은 준비 기간 동안 그는 경기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사재형 코치님에게 레슨을 받았고, 부족한 언어 실력을 보완하기 위해 영어 과외도 병행했다. “언어와 문화 차이가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축구를 통해 자연스럽게 적응해 나가려고 합니다.” 그는 단순히 해외에서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리그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하유빈의 사례처럼 최근 어린 선수들이 해외 이적에 도전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하유빈은 “한국보다 인프라가 넓고 기회가 더 많기 때문에 저 역시 도전해보고 싶었어요.”라고 전했다. 망설이는 친구들에게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한 번 도전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라는 조언 또한 남겨줬다.
한국과 해외 여자축구의 차이에 대해 그는 “한국보다 팀이 많아 기회가 더 많고, 플레이 스타일이 더 자유롭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에서는 축구를 더욱 즐기면서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습니다.”라고 평가했다. 이는 한국 여자축구의 시스템적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국 여자축구가 성장하려면 유소년 시스템 강화와 리그 운영 안정화가 필수적이다. 하유빈 선수는 “어린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며 여자축구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재능 있는 선수를 해외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도 경쟁력 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어린 나이에 해외로 나가는 결정을 앞두고 많은 걱정과 응원을 받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코치님들의 격려였다. “어린 나이에 해외에 나가는 것이 걱정스럽긴 했지만, 도전하고 부딪혀보라는 응원의 말씀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그에게 축구란 가족 같은 존재다. 이제는 한국을 넘어 새로운 무대에서 자신만의 플레이를 펼칠 준비를 마친 하유빈. 그의 목표는 먼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며, 영어 실력을 키워 더 큰 무대에서 도전하는 것이다. “느리더라도 성장하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한국 여자축구의 현실 속에서 그는 해외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더 나은 무대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2025년 호주에서 펼쳐질 그의 이야기가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