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분의 여성과 일] 생활일손이 ‘직업’이 될 날은 언제일까

[ 대구일보 ] / 기사승인 : 2023-09-11 14:56:18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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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분 전 수성여성클럽 관장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들은 또 다른 여성의 희생을 요구하게 된다. 30 여년전 결혼과 출산. 육아를 이유로 경력이 단절되었다가 사회구성원으로 복귀하고자 할 때 생활에 수반되는 나의 숙제장을 친정 모친이 풀어 주셨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많은 장애물 경기를 도와 주는 또 다른 사람의 희생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들이 많았다. 십 년이 세 번 지난 지금의 시대는 가정사 대분분의 일이 세분화 되다보니 가정관리사·요양보호사·아이돌보미 등 한 가정이 화목하고 평탄한 일상을 꾸릴수 있도록 또 다른 누군가의 일손이 요구되었다.

물론 이러한 일자리는 흔히 말하는 양질의 일자리, 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과 기간의 정함이 있는 비정규직, 시급이 적용되는 파트타임 일자리가 있지만 그 외 많은 여성들의 일자리 유형 가운데 양성화 되지 못하는 생활형 일은 가족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한다.

어쩌면 일자리라 칭할수는 없지만 시간·노력·성의를 갖고 반복하지 않으면 단박에 표시가 나는 그런 일들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나역시 여동생의 도움에다 친정 모친의 희생까지 더해 사회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돈으로 그 대가를 지불할수 없었던 만큼 늘 마음 속에는 ‘빨리 성공해서 수입이 늘어나면 어머니를 포함한 친정 가족을 위해서 뭔가를 해주어야 한다’는 부담을 가졌던 것 같다. 우리가족 돌봄의 최전선에서 고생하셨던 어머니는 구순이 되셨고, 당당하신 모습으로 ‘내는 경분이랑 살란다’고 육남매 앞에서 선언을 하셔서 지난해부터 한 두달씩 친정엄마랑 같이 살기가 시작되었다. 지난해 연말, 퇴직을 하고 난 이후 부터는 본격적으로 나와 함께 지내고 계신다.

돌아보건대 인간의 삶의 끝자락은 두 번째 유아기인 듯 하다. 차츰 어린아이로 회귀를 하셔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내가 자녀들을 케어하듯, 친정어머니는 이제 이유식과 연동식을 드시면서 이따금 대소변 실수도 하고 가족의 관심과 돌봄을 요구하신다.

살아오면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을 늘 가슴깊이 새기면서 살아온 탓에 지금 어머니를 모시면서 사는 내 현실은 당연한 귀결점이다. 뜨거운 열정으로 경제활동을 하던 젊은시절에 어머니의 소중한 시간을 ‘차용’ 하였기에 요즘 하루 하루 되갚아 가는 시절인연에 와 있는 것 같다.

요즘은 여성이 경제활동을 하는데 수반되는 또 다른 일손이 값으로 환산되어 일자리의 여러 유형으로 적용되고 있으나 아직도 대한민국 여성들의 삶, 특히 경제활동의 최전선에 있는 여성 주변에는 필요한 많은 일손이 아직 ‘일자리’라는 이름으로 사회속에 양성화 되지 못한 부분이 많다.

나의 시댁을 보더라도 형님은 ‘집안 맏며느리’라는 이유로 당신도 칠순을 넘기셨는데 구순 중반의 시어머님을 모시고 계신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없으므로 가족돌봄 일자리 수고비를 한 푼도 못받는다.

옛날처럼 대가족제에서는 사회적 간접비용이 많이 절감될 수 있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 시절 할머니의 품에서 성장한 청소년들은 별다른 인성교육도, 별도의 인문학 수혜도 못받았지만 가족의 일상을 눈으로 스캔하고, 감각적으로 듣고, 비언어적 메시지로 느끼면서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했다.

나도 유별난 가정교육이나 잔소리 없이 자녀들을 키웠다. 여러 가족이 함께 뒹굴던 가족문화가 나의 두 아이들에게 무언의 교육을 한 것 같다.

소소하다 여겨지는 여성의 생활일손 부분에 좀 더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서 이를 시스템화 혹은 양성화시켜서 일(직업) 이라고 명명할 날이 언제쯤일까 궁금해진다.

최미화 기자 cklala@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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