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프랑스의 배우이자 동물권 운동가 브리지트 바르도가 지난 28일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그는 영화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 등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지만, 대중과 사회에 남긴 가장 지속적인 유산은 연기 활동이 아닌 동물보호와 동물권 옹호였다. 바르도는 전성기 시절 배우로서의 삶을 내려놓고 동물권 운동에 전념하는 선택을 했다.
바르도가 활동 방향을 전환한 시점은 ‘동물권’이라는 개념이 사회적으로 거의 논의되지 않던 시기였다. 그는 이후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그것이 내가 꿈꿔온 일이었고, 늘 원했던 삶”이라고 밝히며 자신의 결정을 설명했다.
1986년 바르도는 개인 소장 보석과 물품을 경매에 부쳐 재원을 마련하고, 동물 복지와 보호를 목적으로 한 브리지트 바르도 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은 캐나다의 물범 포획, 투우 문화, 반려동물 거래, 공장식 축산 등 다양한 동물 학대 문제를 주요 과제로 삼아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재단은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구조 활동과 보호시설 운영을 지원해 왔으며, 국내외 동물보호 단체들과의 연대도 이어왔다. 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바르도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생의 마지막까지 주요 현안에 의견을 전하며 활동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르도는 오랜 기간 채식주의자로 생활했다. 그는 “동물은 나의 친구이며, 나는 친구를 먹지 않는다”는 말로 자신의 식생활과 신념을 설명해 왔다. 이러한 태도는 개인적 선택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로 확산됐다.
그는 프랑스 남부 자택에서 개와 고양이, 말, 염소, 닭, 돼지 등 다양한 동물과 함께 지냈다. 야생동물 또한 그의 보호 대상이었으며, 일부 동물은 치료와 회복을 거쳐 자연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 영향력을 활용한 정책 요구도 이어졌다. 바르도는 80세 생일을 맞아 프랑스 주요 일간지에 공개서한을 기고하고, 말 도축장 폐쇄와 의식적 도축 중단을 정부에 요청했다. 그는 이를 생애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은 바람 중 하나라고 밝혔다.
국제 캠페인에서도 바르도의 존재감은 뚜렷했다. 그는 동물권 단체 PETA와 협력해 영국 백화점의 푸아그라 판매 중단을 촉구했으며, 캐나다의 상업적 물범 포획에 반대하는 불매 운동에도 참여했다. 관련 기고문에서 그는 포획 현장을 “빙판 위에서 반복되는 참상”이라고 표현했다.
이 밖에도 필리핀 동물원에 수용된 코끼리의 방사 요구,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우주 실험 반대, 말의 소변을 원료로 한 의약품 생산 문제 제기, 미국산 말고기 유통 실태 비판 등 다양한 사안에 목소리를 냈다.
바르도는 PETA 설립자 잉그리드 뉴커크의 저서 ‘One Can Make a Difference’에 기고한 글에서 “동물을 보호하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삶이 완성됐다”고 밝혔다. 그는 인간과 동물, 자연이 하나의 연결된 존재임을 강조하며, 그 균형이 무너질 경우 그 영향은 결국 인간에게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동물보호 단체들은 바르도의 별세 소식과 함께 그의 헌신을 기리는 메시지를 전했다. PETA 측은 “바르도의 신념과 행동은 재단과 전 세계 활동가들을 통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