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데일리 조남준 기자] 건설업을 중심으로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반복돼 온 산업안전보건관리비(산안비) 부정 사용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법 개정이 추진된다. 핵심 예방 활동에 쓰여야 할 관리비가 관행적으로 전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회가 원·하청 전 과정에서의 책임과 집행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에 나섰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1일 건설공사 도급인뿐 아니라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수급인 등 산안비 집행 주체 전반에 목적 외 사용 금지 의무를 부과하고, 계상 및 사용의 투명성을 높이는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제도는 산안비 계상 의무가 도급인에게만 집중돼 있어 하도급 단계에서 책임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일부 현장에서는 산안비가 ▲사무실 운영비 ▲인력 충원 외 활동 ▲기타 경비 등과 혼재돼 사용되고, 정작 산업재해 예방 활동에는 충분히 투입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원청의 산안비 계상 의무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종까지 확대하고 ▲하청에도 사용명세서 작성 의무를 부과하며 ▲도급 단계 전체를 대상으로 목적 외 사용을 금지하는 등 관리 체계를 정교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 발의에는 박홍배 의원을 비롯해 박희승, 박정현, 윤준병, 백혜련, 김한규, 박정, 안도걸, 김남근, 한병도, 진성준, 문진석, 정준호, 김태선 의원 등 총 15명이 참여했다.
박홍배 의원은 “산업안전보건관리비가 위험 현장에서 실제로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쓰이는 것은 제도 운영의 최소 기준”이라며 “원·하청 어디에서도 산안비가 새지 않도록 법적 장치를 강화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개정안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한국산업안전학회 관계자는 “현장의 산안비를 ‘남으면 다른 데 써도 되는 비용’으로 인식하는 관행이 여전히 강한데, 그 결과가 산업재해로 이어지고 있다”며 “산안비의 본질적 목적을 법적으로 재정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특히 하도급 단계에서 관리비가 누수되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었으며, 이번 개정안은 공사 구조 전반의 책임성을 높이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건설기술 전문가 역시 사용명세서 의무화 조항에 주목하며 “하청 단계까지 산안비 사용을 기록·보고하도록 하는 것은 투명성을 크게 높일 것”이라면서도 “다만 중소 하도급업체의 행정부담이 증가할 수 있는 만큼 간소화된 서식이나 디지털 보고 시스템이 함께 도입돼야 실효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노동법 전문가인 B 교수는 “최근 산업사고를 보면 원인이 단순한 노동자의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인 안전관리 부실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며 “원청과 하청 모두에 책임을 부여하는 이번 개정안은 재해 예방 체계를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산안비 목적 외 사용 금지 규정을 도급 구조 전체로 확대한 것은 정책적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