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인 심재우대표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며, 국내에서는 생소하던 비선형 구조해석(Nonlinear Structural Analysis)을 연구했다.
이는 복잡한 물리계의 응력과 변형을 수치적으로 계산해내는 작업으로, 이후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게 되는 기술의 태동기였다.
석사 논문에서 그는 구조물의 거동을 시뮬레이션하는 CAE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며, 현실을 수식으로 재현하고 검증하는 ‘계산 기반 과학의 눈’을 최초로 갖추었다.
이후 1983년부터 현대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는 5년간 차체 구조 해석과 설계 검증, 엔진·변속기의 실시간 제어 시스템을 개발하며 이론과 실험, 모델링과 실제 환경 제어가 통합된 엔지니어링 프로세스를 체득했다.
그리고 GE(General Electric)에서의 8년은 계산과학이 산업과 시장을 바꾸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한 시기였다. 당시 한국은 철제 범퍼 차량만 양산하던 시기였지만, 그는 GE 플라스틱의 글로벌 범퍼 기술을 국내 전 차종에 적용해, 20개 프로젝트 모두 성공이라는 전세계적인 기록을 남기며 GE 글로벌 4인 기술 리더로 선정되었다.
이 일련의 경험은 그가 공학자의 영역을 넘어, ‘계산을 통해 세계를 예측하고 구조를 바꾸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만든 결정적 기반이 되었다.

서론: AI 전쟁의 새로운 전선
아마존의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4년 만에 공식적인 운영 역할로 복귀했습니다. 그의 새로운 전장은 AI 스타트업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Project Prometheus)'이며, 초기 자금만 62억 달러(약 9조 원)에 달합니다. AI 업계의 모든 거물이 더 똑똑한 챗봇, 더 창의적인 이미지 생성기를 만들기 위해 대규모 언어 모델(LLM) 경쟁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베이조스는 의도적으로 그 길을 피하고 전혀 다른 곳, 훨씬 더 어렵고 근본적인 문제에 베팅하는 것일까요? 그가 9조 원으로 만들려는 것은 단순한 챗봇이 아닙니다. AI 전쟁의 새로운 전선이 열리고 있습니다.
1. 거인의 귀환: 이것은 '챗봇' 경쟁이 아니다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의 가장 충격적인 첫 번째 진실은 이 거대한 베팅이 기존의 LLM 중심 경쟁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프 베이조스의 복귀와 물리학자이자 화학자인 빅 바자즈(Vik Bajaj)와의 공동 CEO 체제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섭니다. 바자즈의 배경은 이 프로젝트가 단순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 아닌, 엄격한 과학적 방법론(scientific method)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는 아마존 초창기의 'Day 1' 문화처럼, 단기적 성과가 아닌 장기적인 인프라 혁신과 '물리적 경제(physical economy)'의 근본적인 최적화를 목표로 한다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62억 달러라는 막대한 자본은 단순히 새로운 AI 모델을 훈련하기 위한 비용이 아닙니다. 이것은 AI 시대의 가장 큰 병목 현상인 '컴퓨팅 선점 전쟁(Compute Supremacy war)'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적 무기입니다. 베이조스는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속도로 컴퓨팅 자원과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를 선점함으로써, AI가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고 제어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 자체를 장악하려는 더 큰 게임을 시작한 것입니다.

2. 언어 지능을 넘어 '물리적 공간 지능'으로
두 번째 진실은 프로메테우스가 추구하는 기술의 본질에 있습니다. 이들은 언어 지능(linguistic intelligence)이 아닌 '물리적 공간 지능(spatial intelligence)'을 목표로 하며, 이는 AI 연구의 초점을 다음 단계로 전환시키는 혁명과도 같습니다. 핵심 기술은 '물리적 AI(Physical AI)'와 '월드 모델(World Model)'로, 기존 LLM과는 작동 원리부터 목표까지 모든 것이 다릅니다.
핵심적인 차이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학습 데이터: LLM이 인터넷의 방대한 디지털 텍스트를 학습하는 반면, 월드 모델은 센서 데이터, 실제 물리 법칙, 그리고 수백만 시간의 물리적 시뮬레이션을 학습합니다.
- 핵심 역량: LLM이 언어를 이해하고 생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월드 모델은 물리적 환경 시뮬레이션, 미래 상태 예측, 그리고 행동 계획 및 제어(action planning and control)에 집중합니다.
- 모델 유형: 월드 모델은 단순히 정답을 생성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행동이 어떤 물리적 결과를 초래할지 예측하는 '결과 인식(consequence-aware) 모델'입니다. 이는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고위험(high-stakes) 산업에서 필수적인 능력입니다.
월드 모델의 개념을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머릿속으로 물체의 회전을 상상하고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처럼, 디지털트윈인 월드 모델은 환경에 대한 풍부한 내부 시뮬레이션을 구축하여 효율적으로 학습하고 계획합니다.

3. 진짜 해자(Moat): 돈이 아닌 '베이조스 생태계'
세 번째 진실은 프로메테우스의 진짜 경쟁력이 9조 원이라는 돈에만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진정한 해자(Moat)는 경쟁사가 결코 복제할 수 없는 베이조스의 기존 자산과 연계된 독점적인 '수직 통합 생태계'입니다.
- 블루 오리진 (Blue Origin)이라는 실증 시험장: 제프 베이조스의 우주 기업 블루 오리진은 단순한 투자처가 아닙니다. 이곳은 프로메테우스의 월드 모델 기술을 실제 로켓 엔진과 우주선 부품 설계에 적용하고, 그 신뢰성을 극한의 환경에서 검증하는 완벽한 '실증 시험장(Proving Ground)'입니다. 경쟁사들이 시뮬레이션 데이터에 의존할 때, 프로메테우스는 궁극의 고위험(high-stakes) 환경에서 얻은 실제 비행 데이터(actual flight data)로 모델을 검증합니다. 이는 누구도 쉽게 확보할 수 없는 독점적인 데이터 해자(Data Moat)를 구축하는 핵심 전략입니다.
- 텐스토렌트 (Tenstorrent) 투자와 맞춤형 하드웨어: 베이조스는 최근 AI 반도체 기업 텐스토렌트에 투자했습니다. 이는 범용 GPU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월드 모델의 복잡한 물리 시뮬레이션에 최적화된 맞춤형 하드웨어를 개발하려는 시도입니다. 더 깊은 전략은 소프트웨어(월드 모델)가 더 나은 하드웨어(AI 가속기) 설계를 돕고, 그 최적화된 하드웨어가 다시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강력한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성능 향상 피드백 루프'를 만드는 것입니다.

4. 최종 목표: 더 나은 설계를 넘어 '과학의 언어'를 재정의하다
가장 놀랍고 심오한 마지막 진실은 프로메테우스의 야망이 단순히 더 나은 로켓 부품이나 반도체를 설계하는 수준을 넘어선다는 것입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양동봉 원장이 개발한 OPS(One Parameter Solution) 이론 및 AI-버킹엄머신과 같은 기초 과학 혁신과 통합될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훨씬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 관계를 쉽게 설명하자면, OPS 이론이 '우주의 언어를 해독하는 수학적 AI', 즉 이론적 두뇌 역할을 한다면,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는 '그 언어를 현실 산업에 적용하는 실행형 물리 AI', 즉 강력한 몸체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비유가 아닙니다. 구체적인 통합 메커니즘이 존재합니다.
- OPS 이론은 프로메테우스의 월드 모델에 수학적 기초(mathematical foundation)를 제공하여, AI의 예측이 물리 법칙을 벗어나지 않도록 물리적 일관성(physical consistency)을 강화합니다.
- AI-버킹엄머신은 복잡한 물리 시뮬레이션을 극적으로 효율화하는 압축 계산(compressed computation) 엔진으로 작동하여, 프로메테우스의 막대한 컴퓨팅 비용을 줄여줍니다.
- 궁극적인 목표는 이 둘을 결합하여 이론, 시뮬레이션, 산업 적용이 완벽하게 연결되는 '폐루프 물리-AI-엔지니어링 시스템(Closed-loop Physics–AI–Engineering System)'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는 산업 표준을 넘어 '과학의 계산 언어 표준' 자체를 장악하려는, 과학 혁명과 산업 혁명을 동시에 실현하려는 거대한 시도입니다.
결론: AI가 세상을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만들기 시작할 때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는 단순히 또 하나의 AI 기업이 아닙니다. 이것은 제프 베이조스가 디지털 텍스트의 세계를 넘어 물리적 세계의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디지털트윈에서 AI와 컴퓨터 계산으로 시뮬레이션하며, 마침내 재구성하려는 거대한 시도입니다. 다른 AI들이 우리 세상을 '묘사'하는 법을 배울 때, 프로메테우스는 세상을 '구성'하는 규칙 그 자체를 작성하도록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물리적인 세상을 직접 '만들고 움직이기' 시작할 때,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