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4번째 공급 대책 시행 예고. 하지만 시장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11-26 22:57:59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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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배 ㈜라움 이사(국제뉴스DB)
손종배 ㈜라움 이사(국제뉴스DB)

최근 정부가 내놓는 공급 메시지를 보면 절박함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본인의 생각에는 이미 세 차례 대책이 효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네 번째 공급 카드까지 다시 꺼낸 것은 정부 스스로 인정하는, 시장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보입니다.

시장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발표는 많은데 실행은 없다는 경험이 누적되면서, 공급 관련 뉴스가 쏟아져도 참여자들은 ‘또 선언이구나’ 정도로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얼마나 발표하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언제 공급되느냐”입니다.

김윤덕 장관이 연내 추가 공급 대책을 예고했지만,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계획’이 아니라 ‘입주 가능하고 수요자들이 원하는 입주 물량의 실물 공급’입니다. 지금의 질문은 단 하나입니다. “그래서 그 공급, 도대체 언제 되느냐”입니다.

최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도 확인되듯 서울 아파트 가격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고, 상급지에서는 거래만 성사되면 신고가가 연달아 나옵니다. 정부의 공급 발표와 실제 시장 현상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공급 대책을 향한 시장의 반응은 매우 냉담합니다. 커뮤니티와 현장에서는 “또 미래 얘기냐”, “빠르면 7년 뒤인데 무슨 대책이냐” 같은 반응이 지배적입니다. 이는 단순한 비관이 아니라 지난 수십년간의 경험에서 비롯된 집단적 학습입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후보지들이 표류한 기억은 시장에 깊게 남아 있습니다. 태릉골프장, 서부면허시험장 등은 발표 당시 큰 기대를 모았지만, 주민 반발과 기관 이견으로 사실상 진척이 없었습니다. 이번에 다시 비슷한 후보지를 꺼내들자 “또 시작이네”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현실적 여건도 난관입니다. 핵심 공급기관 수장 공백, 조직 정상화 지연, 그린벨트 해제의 정치·환경 변수, 도심 시설 이전 갈등 등 정책 실행 구조 자체가 복잡합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단기간 공급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더 근본적 문제는 서울의 토지 구조입니다. 신규 택지는 거의 고갈됐고, 결국 재건축·재개발만이 대규모 공급 수단입니다. 하지만 재건축은 규제가 촘촘하게 묶여 있어 속도가 날 수 없습니다. 규제를 유지한 채 공급 확대를 말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모순된 주장입니다.

또한 서울 재건축 단지는 대부분 고가 지역입니다. 규제를 완화하면 특정 지역에 혜택이 집중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이 큽니다. 장기적으로는 이들 지역의 규제를 풀어야 완만한 가격 상승과 주택시장 정상화가 가능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표퓰리즘과 정치적 계산 때문에 정부는 이같은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공급을 위해 필요한 핵심 조치가 정치적 계산 때문에 시행되지 못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정책 발표와 실제 입주 사이의 긴 시간차도 문제입니다. 오늘 발표된 공급 계획이 실제 입주로 이어지려면 최소 7~10년이 걸립니다. 현실적으로 다음 정부, 혹은 다다음 정부의 몫입니다. 시장이 반응하지 않는 이유가 명확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핵심지의 하방 경직성은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본인의 생각에는 이미 구조적 흐름이 고착화되고 있으므로, 서울 핵심지 가격을 낮추는 것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수요 역시 견고합니다. 인구 구조의 변화로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세대수는 늘어나고 있고, 서울 핵심지의 교육·일자리·교통 집중도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습니다. 수요는 입지의 질에 따라 움직이지 ‘발표된 물량’에 반응하지 않습니다. 즉 외곽 공급 확대가 도심 수요를 줄여주지 않습니다.

또한 핵심지의 신규 공급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재건축·재개발의 활성화가 지연되면 희소성은 더 커집니다. 오히려 공급 대책이 발표될수록 시장은 “결국 핵심 상급지는 계속 부족하겠구나”라는 판단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서울 핵심지, 특히 이미 구조가 완성되었거나 재건축 기대가 높은 지역들은 공급 발표가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공급 불확실성은 결국 기존 우량 자산의 희소 가치를 높입니다.

정부는 “두루뭉술한 공급 확대”를 반복해 말하지만, 시장은 보다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답을 요구합니다. 핵심지는 어디인가, 언제까지 공급되는가, 얼마나 확정적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공급 대책은 시장에서 의미를 잃습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현 상황에서 서울 핵심지의 가격이 하락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공급은 느리고 불확실하며, 규제는 유지되고, 수요는 강합니다. 이 구조가 유지되는 한 핵심지는 가장 강한 시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가 아무리 공급을 외쳐도 시장 참여자들은 계속 묻습니다. “의미 있는 공급, 수요자들이 원하는 공급은 언제 나오느냐.”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 한, 그리고 실행력이 담보되지 않는 한, 서울 핵심지는 하방보다 상방이 더 단단한 시장으로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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