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은 9월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1차전 팔레스타인과의 맞대결에서 0-0으로 비겼다.
팔레스타인전은 손흥민의 128번째 A매치였다. 손흥민은 팔레스타인전 출전으로 한국 남자 역대 최다 출전 4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손흥민은 웃지 못했다. 월드컵에 단 한 번도 나선 적 없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6위 팔레스타인과의 홈경기에서 무득점 무승부를 기록한 까닭이다.
이날 경기에선 홍명보 감독, 대한축구협회(KFA) 정몽규 회장을 향한 거센 야유와 걸개가 내걸리기도 했다.
팔레스타인전을 마친 손흥민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홈에서 펼쳐진 팔레스타인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승리하지 못할 땐 누구보다 아쉽다. 괴로운 하루이자 밤이 될 듯하다. 선수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득점으로 연결할 좋은 기회도 여러 차례 만들었다. 안 좋은 부분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3차 예선에서 만나는 팀들은 한국 원정에서 촘촘한 수비벽을 구축한다. 실점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우리가 그걸 뚫어내야 하는 게 숙제다.
괴롭지만 절대 실망감을 가져선 안 될 것 같다. 이제 첫 경기를 치렀다. 우린 9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최고의 경기력을 보일 기회가 남아있다. 남은 경기들을 잘 준비하겠다.
Q. 홍명보 감독을 향한 야유가 나왔다. 김민재가 경기 후 팬들에게 자제 요청을 하기도 했다. 선수들에게 부담이 된 듯한데.
속상하다. 제가 많은 팬을 대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많은 팬이 생각하시는 감독님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선수들은 감독님의 옷을 입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가 결과를 바꿀 수 없는 부분들이다. 경기 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대표팀 주장으로서 또 팀을 생각한다면 팬들에게 응원과 사랑을 부탁드려야 한다.
저는 팀원들을 위해서 그런 말을 해야 한다. 감독님에 대해서 선택이 ‘좋다’거나 ‘안 좋다’거나 생각하실 순 있겠지만 이미 결정된 과정 속 우리가 바꿀 수 없는 부분들이다. 우리가 계속 믿고 가야 하는 부분들이기 때문에 어렵지만 많은 응원과 사랑을 부탁드린다.
또 (김)민재 같은 케이스는 다신 나오면 안 된다. 팬과 선수들의 관계는 좋아야 한다. 팬들은 경기장에 오셔서 대한민국이란 팀이 승리하길 바라며 응원해 주신다. 좋은 분위기에서 좋은 말, 격려를 해주시면 선수들이 힘들 때 한 발씩 더 뛸 힘을 얻는다.
우리가 홈에서 경기할 때만큼은 적을 만들면 안 된다. 우리가 상대를 무너뜨리는데 어떻게 하면 더 큰 도움이 될까 한 번 곰곰이 선수로서도 팬들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냥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Q. 홍명보 감독이 유럽 리거들의 체력을 걱정했다. 특히나 이번 일정의 경우 ‘살인 일정’이란 말이 나온다. 힘들진 않나.
모르겠다. 감독님이 어떻게 보셨는진 모르겠지만 경기장에 들어가면 최선을 다하고 싶다. 동료들도 많은 팬을 위해서 정말 최선을 다해서 경기 결과를 바꾸고 싶을 거다. 그게 우리의 마음이다. 지금은 ‘힘들다’라고 말하는 게 핑계라고 본다. 제가 한국을 한두 번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아니다.
엄청나게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영광스러운 유니폼을 입고 나라를 대표해서 뛰는 거다. 지금도 국가대표팀에서 뛰는 건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이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뛰겠다.
Q. 홍명보 감독이 팔레스타인전을 마친 뒤 어떤 얘길 해줬나.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잘했다’고 ‘최선을 다했다’고 말해주셨다. 감독님이 많은 격려를 해주신 것 같다.
Q. 오만 원정이 기다리고 있다.
홈에서 하는 경기도 쉽지 않은 만큼 원정은 더 어려울 것이다. 딱 한 가지 좋은 점도 있다. 그라운드 컨디션이 원정 경기가 더 좋다. 한편으론 안타까운 일이지만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대표팀엔 기술이 좋은 선수가 많다. 오늘처럼 볼 컨트롤, 드리블 등에 어려움을 느끼면 팬들의 눈에도 우리가 좋은 경기, 빠른 템포의 경기를 못하는 게 아쉬우실 수 있다.
홈에서 할 때만큼은 그런 부분들이 개선됐으면 좋겠다. 우리가 해야 할 것들을 규칙적이고 효율적으로 한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상암=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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