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과 불편한 동거를 끝낸 빗썸이 KB국민은행과 새롭게 손잡았다. 리딩뱅크인 국민은행과의 협업은 업계 1위 업비트를 제칠 수 있는 기회다.
빗썸은 그간 농협은행과의 협업에 한계를 느껴왔다. 업비트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뒤쳐지게 된 배경으로 제휴은행이었던 농협은행이 직접 거론되기도 했다.
최근 업비트가 영업정지 위기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은 빗썸에 유리하다. 국민은행과 제대로 시너지를 낸다면 업비트에 빼앗긴 업계 1위 자리도 탈환할 수 있다.
세 번 시도 끝 성공한 제휴 환승
빗썸은 7년간 실명계좌 제휴를 맺었던 농협은행과 관계에 종지부를 찍고 국민은행과 맞손을 잡았다.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빗썸은 세 번째 시도 끝에 국민은행으로 제휴 은행을 변경하는 데 성공했다.
빗썸은 지난해 2월부터 제휴 은행을 국민은행으로 바꾸고자 시도했으나 첫 번째 시도에선 농협은행과 계약 종료를 앞둔 시점이 발목을 잡았다. 당시 제휴 은행을 당장 변경하면 이용자들이 계좌를 한 달 안에 바꿔야 했기에 금융당국은 신청을 불허했다.
첫 시도 이후 6개월 만에 빗썸은 국민은행으로 실명계좌 발급처를 변경하는 신고서를 당국에 제출했지만 역시 통과되지 못했다. 여전히 계약 종료 시점이 문제였지만 고객에게 제휴 은행 변경을 안내할 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서류와 시스템을 보완하는 시간을 벌었다.
빗썸은 지난해 9월 농협은행과 제휴를 6개월 연장하며 올해 3월 제휴 은행이 변경될 예정임을 안내했다. 이로써 3월 24일부터 빗썸은 국민은행과 동맹 관계를 시작하게 됐다. 농협은행과 불가피하게 재계약을 맺기도 했지만 국민은행으로 갈아타기에 성공한 셈이다.
빗썸, 왜 환승했나
빗썸이 농협은행과 ‘헤어질 결심’을 한 데는 그간의 협업이 오히려 실적에 마이너스가 된 측면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시장 초반에만 해도 업계 1위였던 빗썸이 2위로 굳어진 배경에는 농협은행이 원인으로 거론됐다.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등으로 갈수록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커지는 가운데 빗썸은 제휴 은행에 발목이 잡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농협은행은 가상자산 거래가 목적인 통장 개설에 보수적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안고 있었던 데다 최초 이체 한도도 타 은행 대비 낮은 100만원에 불과했다.
현재 업계 1위인 업비트를 보면 제휴 은행과의 시너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할 수 있다. 빗썸을 제치고 업비트가 가상자산 시장 점유율 1위를 꿰찰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있었다.
농협은행에 대해 빗썸 이용객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사이 업비트는 새로 제휴한 케이뱅크로부터 적극적인 비대면 계좌 개설 지원을 받으며 시장 점유율을 재빨리 올렸다. 다시 말해 빗썸의 실적 부진에는 농협은행의 영향이 적잖았다는 얘기다.
초창기 60%의 시장 점유율을 누린 빗썸은 현재 30%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거래 수수료 무료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이벤트를 진행하는 순간을 제외하면 점유율은 제자리에 가깝다. 실적에 한계를 느낀 빗썸이 제휴 은행 변화를 시도한 이유다.
주춤하는 업비트로 기회 잡을까
빗썸이 국민은행과 제휴하게 되면서 실적 개선은 물론 점유율이 늘어날 거란 기대감이 높다. 농협은행보다 국민은행이 이용 편의도와 계좌 개설 접근성이 좋으며 가상자산거래소의 주 이용객인 젊은 고객층 유입에도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현재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월간활성이용자(MAU)와 사용량 점유율을 지닌 국민은행 슈퍼앱 ‘KB스타뱅킹’은 20‧30대가 전체 이용자의 50%에 달한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2213만명이 가입했고 MAU는 1262만명을 기록했다. 이를 활용해 고객 유입을 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현재 가상자산거래소 점유율은 업비트가 78%로 압도적이다. 다만 FIU가 지난 9일 업비트에 일부 영업정지를 통지했으며 임직원 중징계까지 거론되는 상황이 빗썸으로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업비트에 실망한 고객들이 빗썸으로 거래소를 갈아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웬만한 코인 이용자들은 업비트에 다 가입해서 영업정지 등의 영향이 미미할 거란 얘기도 나오지만 시장 흐름은 빗썸에 유리한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을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안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법인 계좌가 허용되면 고객 수 증가는 물론 가상자산 거래 시장 규모도 훨씬 늘어날 예정인 상황에서 빗썸은 충분히 도약을 노릴 법하다. 시중은행 1위인 국민은행을 통해 거래 규모를 감당할 시스템을 갖춘다면 인터넷뱅크와 협업한 업비트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빗썸 관계자는 더리브스 질의에 “전략적 검토 결과 KB국민은행과 여러 가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 KB국민은행과 제휴를 맺었다”며 “꾸준하게 자사 이용자 고객 수를 유치하고 확보하는 것들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빗썸과 제휴를 통해) 가상자산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에 대한 유입을 끌어 낼 수 있다는 부분에서 고객 기반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며 “스타뱅킹의 슈퍼앱 전략 등 비대면 거래에 있어서 고객 친화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했다.
양하영 기자 hyy@tleaves.co.kr